한국 보수는 창피함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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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직필

한국 보수는 창피함을 모른다

by 경향 신문 2022. 4. 13.

지난달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경제 6단체장들과 회동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손경식 경총 회장은 기업규제 완화, 허창수 전경련 회장은 중대재해처벌법 보완, 김기문 중기중앙회 회장은 최저임금 차등화 필요성을 언급했다. 윤 당선인은 이에 화답하듯 기업의 자유를 방해하는 요소를 제거하는 게 정부의 역할이라는 것을 강조했다. 최근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또한 경쟁, 능력, 효율 등을 상징하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 모든 것이 가리키는 방향은 그럴듯한 자유시장경제철학이다. 그러나 한꺼풀만 벗기면 한국 보수의 민낯이 있는 그대로 드러난다. 한국 보수는 창피함을 모른다.

이날 행사는 전경련이 주도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경련은 박근혜 정권에서 어버이연합 관제데모를 조장하고, 미르재단을 위해 재벌들의 기부금을 모집한 국정농단 연루단체이다. 정경유착의 핵심이 자유시장경제를 주창하는 정권에서 부활하기 시작한다. 한술 더 떠 이 전경련 산하의 한국경제연구원에서 대통령 집무실을 용산으로 이전할 경우 국내총생산이 약 3조원 늘어날 것이라는 보고서를 기가 막힌 시점에 내놓았다. 이런 보고서를 위해 돈을 쓰는 것이 그들이 그토록 주창하는 자원의 효율적인 배분인가? 이 정도 되면 자유시장이 아니라 유착과 연줄을 모토로 내건 단체로 전환해야 솔직한 것이다. 이런 전경련 부활과 겹치는 것은 전 세계적 화두인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의제로 만들려던 대한상의의 후퇴이다.

지난달 경제개혁연대 등 몇몇 시민단체가 윤석열 인수위 구성에 문제를 제기하였다. 추경호, 최상목 등 과거 불법·부적절 행위에 연루된 인사들이 다수 포함되었다는 것이다.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은 2003년 재경부, 2011년 금융위원회 관료로서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 및 매각과 관련이 있다. 최상목 농협대 총장은 2015년 청와대 경제금융비서관 재직 당시 안종범 경제수석의 지시를 받아 기업들로부터 미르재단 출연금을 모집하는 등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에 관여되어 있다. 그런데 결국 이들이 경제부총리로 지명되고, 금융위원장 후보로 언급되고 있다. 족탈불급(맨발로 뛰어도 따라잡을 수 없을 정도로 뛰어남)이라는 낯 뜨거운 찬양까지 받으면서 말이다.

여기에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는 최근까지 4년여 동안 김앤장에서 18억원이란 고액의 고문료를 받은 것이 드러났다. 자, 이게 청문회 낙마수준인지는 국민판단의 몫이라 치고 이런 내각을 구성하는 보수들이 진보의 내로남불에 대해 입에 거품을 물었던 거나 되짚어보자. 장삼이사들의 진보정권 권력자의 내로남불에 대한 분노는 이해나 간다. 보수엘리트들은 도대체 왜 분노하며 막말을 쏟아낼까? 대중에게 내로남불은 공정과 정의를 실현하기 위한 담론이지만, 자칭 족탈불급 보수엘리트들에게는 자기보다 능력 없어 보이는 경쟁자를 베어내는 칼일 뿐이다.

차기정권에서 재계와 보수관료의 화려한 부활은 이미 예견되었다. 윤석열 당선인은 이번 대선을 미래담론과 성장전략 하나 없이 정권교체와 대장동으로 치렀다. 경제에 관해서 기억나는 것은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밀턴 프리드먼의 자유시장경제철학을 좋아한다는 것 정도이다. 이준석 대표는 어떤가? 대선기간 그의 비단주머니에서 나온 정책은 여성가족부 폐지라는 혐오조장이다. 어찌 보면 윤석열 당선인보다 이준석 대표가 더 문제일 수도 있다. 평생 검사로 있다가 1년 정치를 한 사람과 10년 넘게 정치를 한 사람이 누가 더 내공이 있어야 할까? 근데 이준석 대표는 모든 문제의 ‘야마’만 잘 따는 방송 패널로만 보인다. 여성가족부 폐지 이후의 그림도 없고, 장애인이동권이라는 본질보다는 효율이라는 본인의 정치적 자산 만들기에만 관심이 있다. 설마 그가 그리는 경쟁사회의 실제모델이 미국일까?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

윤석열 당선인, 이준석 대표가 그렇게 좋아하는 자유시장경제철학의 본산이 미국 시카고 대학이고 거기에 조지 스티글러 센터라는 것이 있다. 프리드먼과 함께 자유시장이론의 거두인 조지 스티글러를 기념하여 만들어진 연구소이다. 거기 홈페이지 한번 가보자. 한 10여년 전부터 공정경쟁을 방해하는 정치, 경제, 문화적 요소, 정책담당자에 대한 포획, 천민자본주의 등에 연구가 넘쳐난다. 왜 그럴까? 그게 미국 시장의 현실이기 때문이다. 자유시장경제철학은 경제학원론 수준에서나 하는 얘기다. 정권의 핵심관계자들이 내용이 없을 때 모든 건 재계와 관료들에 의해 좌지우지될 수밖에 없다. 그들이 서랍 속 아이디어를 다 꺼내오면 청와대와 집권여당은 폼 잡고 앉아 그들에게 모욕감만 주지 않으면 그만이다.

 

이창민 한양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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