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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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직필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의 길

by 경향 신문 2022. 9. 28.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기사가 다시 넘쳐흐르기 시작했다. 제목까지는 언급하지 않겠다. 이 부회장을 찬양하는 민망한 제목이 너무 많아서다. 기사만 보면 이 부회장은 차기 대선 주자인 것 같다. 삼성의 경영을 넘어 국내외를 넘나드는 행보가 거침이 없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을 만나고 부산엑스포 유치에 나서고 2주간 영국 등을 누빈다. 이쯤 되면 궁금해진다. 이런 행보의 목적은 무엇일까?

오늘 11월1일 삼성전자 창립기념일에 이 부회장이 회장으로 승진할 것으로 시장은 예상하고 있다. 거침없는 광폭행보는 회장 취임 전의 분위기 조성 목적이 있을 것이다. 또 아직 부당합병, 회계사기와 프로포폴 불법투약 재판 2건이 진행 중인데 이에 대한 우호적 여론 확보도 있을 거다. 여기까지야 쉽게 예상할 수 있는 부분인데 기실 이보다 더 근본적인 문제가 있는 거 같다. 바로 이 부회장의 꿈이다.

이 부회장은 실제로 만나본 사람이 손에 꼽을 정도이고 말수가 매우 적다고 한다. 그나마 그의 생각을 알 수 있는 건 2017년 12월 국정농단 항소심 최후 진술인데 본인의 감옥행이 걸린 절박한 상황에서 나온 말이기 때문이다. 요약하면 그의 꿈은 선대회장을 뛰어넘는 세계적인 초일류기업의 리더로 인정받고 싶다는 것이다. 근데 문제가 간단하진 않다. 한국사회에서 삼성의 총수, 그것도 3세가 진정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길은 매우 난해하기 때문이다. 

이 부회장의 삼성전자 지분율은 1.63%이다. 미미한 지분의 3세가 수많은 능력 있는 전문경영인을 제치고 시장으로부터 인정받을 수 있는 길은 두 가지이다. 삼성가(家)에 대한 레거시가 강력하거나, 본인 능력에 대한 자타공인이다. 가능해 보이나? 삼성전자는 모두가 인정하는 국가대표기업이지만 삼성가는 양가적인 감정이 겹치는 존재다. 귀족, 왕실의 이미지이지만 그렇다고 진심 어린 존경을 받지도 않는다. 일본 도요타처럼 회사 이름에 창업자의 성씨가 들어가지도 않는다. 그러면 능력은? 불행하게도 55세인 이 부회장은 아직까지 쌓아놓은 개인적 자산이 없다. 또 3세 금수저의 능력에 대한 의문이 있다. 단지 질시가 아니라 전 세계 사례가 그렇다는 것이다.

그래서 삼성의 전략가들은 이 인정욕구를 존재감 확보로 풀려고 한다. 대외적으로는 경제외교특사, 대내적으로는 삼성의 미래에 대한 중대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유일무이한 존재로 말이다. 근데 생각해보자. 부산엑스포 등 경제외교특사는 이 부회장의 본심이 무엇이든 사후적으로 결국 정권과의 정치적 주고받기로 해석될 것이다. 이 정부는 겉으로는 자유, 뒤로는 팔 비트는 정체성을 가졌기 때문이다. 또, 특사활동이 빌 게이츠 같은 본인의 힘이 아닌 이 부회장이 삼성 네트워크에 올라타는 것이라는 차이점이 있다. 그러면 최종의사결정자로서의 존재감 확보는? 이 논리의 약점은 너무나 많지만 하나만 말하자. 미래의 삼성가에 대한 평가에 “이병철은 고난과 역경의 창업자” “이건희는 삼성전자의 주역” “이재용은 최종의사결정자”라고 나올 것이다. 창피하지 않겠나? 

오늘 11월1일 회장 취임을 기점으로 제2의 프랑크푸르트 선언이 나올 것이라는 언론의 호들갑이 벌써 나오고 있다. 각종 보고서가 이미 이 부회장에게 올라갔을 것이지만 본인 꿈만을 놓고 생각하자. 우선 본인만이 할 수 있고 본인의 공으로 온전히 돌아올 일을 정해야 한다. 그중 하나는 재벌 3세 경영철학, 지배구조의 모범을 만들고 삼성수뇌부의 문화를 바꾸는 것이다. 그 구체적 의제가 뭐든 핵심은 아버지와는 다른 미래여야 한다. 그렇지 않고서는 이 부회장은 영원한 도련님이다. 또 3세 총수가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꾸라”는 식의 호들갑은 안 떨었으면 좋겠다. 삼성의 미래에 대해 매우 중요하고 그에 관련한 비전이 나오겠지만 이는 집단지성의 결과다. 그 결과를 혼자 생색내려 하지 마시라. 그리고 이미 시장은 삼성전자에 이 부회장의 기여가 크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다. 만약 역할이 컸다면 삼성전자 주가가 5만원대로 추락한 올해 이 부회장이 돌을 맞지 어떻게 사면을 받나? 마지막이다. 피해자 코스프레 안 했으면 좋겠다. 결정적인 순간마다 이 부회장도, 삼성의 수뇌부들도 정치권력과 사회의 부당한 압력이라는 억울함을 드러낸다. 그런데 죄지은 사람 감옥 보내지 말라고 온 언론과 지식인이 지원사격해주는 나라 보셨나? 사회에 엄청난 영향력을 지닌 사람들이 난 피해자라고 생각하면 문제가 해결될 리가 없다. 억울한 집단엔 저항만 있지 혁신은 없기 때문이다. 초거대 기업 삼성 권력자들의 오만함을 바꾸면 이 부회장은 선대를 뛰어넘을 수 있다.

<이창민 한양대 교수>

 

 

연재 | 경제직필 -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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