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최선이라고 할 수 없는 한국지엠 협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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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경제칼럼

[사설]최선이라고 할 수 없는 한국지엠 협상

by 경향 신문 2018. 5. 2.

한국지엠 정상화 방안의 후폭풍이 거세다. 지난달 26일 정부와 GM 본사의 발표문에 담겨 있지 않은 세부 내용들이 확인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당시 발표에 따르면 GM 본사는 한국지엠 차입금 27억달러(약 2조9000억원)를 출자전환하고 신규로 36억달러(약 3조9000억원)를 투자하며, 산업은행도 지분율(17.02%)만큼 7억5000만달러(약 8100억원)를 투자키로 했다. 동시에 GM은 신차 2종을 배정하고 한국의 생산시설을 10년 이상 유지하기로 했다. 반면 산은은 GM의 한국 시장 철수를 막을 수 있는 거부권을 확보했다. 외견상으로는 의미 있는 합의안처럼 보였다.

 

하지만 세부 내용을 보면 많이 다르다. 우선 GM이 한국지엠에 신규로 넣기로 한 36억달러는 출자금이 아니라 대출금으로 확인됐다. 한국지엠이 최근 4년간 3조원대의 적자를 초래하며 부실의 늪에 빠진 게 한국 생산 차의 유럽 수출 중단 등과 더불어 본사 대출금에 대한 과도한 이자(연 5% 전후) 등 본사와 한국지엠 간의 수상한 거래 때문인 점을 감안하면 이해할 수 없는 대목이다. 합의대로라면 한국지엠은 본사에 연간 2000억원씩 이자를 지급해야 한다. 영업망 붕괴로 신차 투입효과도 불투명한 상황에서 거액의 이자까지 부담하고 한국지엠이 생존할지는 장담할 수 없다. 기존 차입금을 출자전환하면서 보통주가 아닌 우선주로 한 것도 최선이었는지 의문이다. 산은은 거부권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였다지만 이익이 생기면 배당부터 챙기겠다는 GM의 속셈을 저지하지 못했다. 한국지엠의 재무구조를 개선해 장기경영의 토대를 마련하지 못한 셈이다.

 

한국지엠의 지속 경영을 가늠할 수 있는 도구는 신차 배정, 차입금 출자전환, 신규 투자 약속과 이행이라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노조가 군산공장 폐쇄를 받아들이고 비용 절감의 희생을 떠안은 것도 GM이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줄 것으로 기대했기 때문일 것이다. 이를 감안하면 세부 내용은 여간 실망스러운 게 아니다. 정부의 태도도 수상쩍다. 정부는 그동안 사태의 해결책으로 대주주의 책임 있는 역할, 이해관계자의 고통 분담, 지속 가능한 경영 정상화 방안 등 3가지를 제시해왔다. 하지만 한국지엠 최종 실사결과도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합의문을 내놓는 등 사태 해결에 급급했다. 산은의 지원은 시민의 호주머니에서 나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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