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성 칼럼] 금리 인상의 후폭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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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경제칼럼

[박종성 칼럼] 금리 인상의 후폭풍

by 경향 신문 2022. 9. 21.

멀리는 닷컴버블, 가까이는 금융위기 이후 세계는 저금리 시대를 살았다. 경기부양을 위해 금리를 내렸고 이도 모자라 국채를 사들이는 방식(양적완화)으로 시중에 돈을 풀었다. 그래도 경기가 살아나지 않자 마이너스 금리까지 출현했다. 통화량이 늘면 물가가 오른다는 경제상식이 통하지 않았다. 저금리 트렌드가 굳어지는 것처럼 보인 시기였다.

그러나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물가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는 것이다. 주요 선진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10%를 넘나들고 있다. 미국은 지난 6월 9.1%를 기록했다. 41년 만에 최고다. 유로존은 9.1%(8월), 영국은 10.1%(7월)에 달했다. 신흥국가들 중에는 물가가 수십% 오른 나라도 많다. 하루가 다르게 오르는 물가는 국가경제를 위협할 수준에 이르렀다. 저물가가 아닌 고물가가 고민거리로 떠오른 것이다. 

물가 급등의 주범은 그동안 시장에 과도하게 풀린 돈이다. 금융위기 이후 공급된 유동성에다 코로나19 경기침체를 막기 위해 천문학적인 돈을 찍어낸 결과다.  여기에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석유·천연가스·곡물 공급난과 코로나19 확산을 방지하기 위한 봉쇄조치 등은 불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됐다.

한국 경제는 세계적인 인플레이션의 파고에서 안전할까. 세계화로 인해 세계는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있다. 국제 경제의 변화는 한국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특히 수출 중심 경제인 한국은 외부요인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 한국 경제를 진단하기 위해 세계 경제를 주도하는 미국 경제의 움직임을 주시하지 않을 수 없다.

미국은 인플레이션을 제어하는 선제적인 대응에 실패했다. 지난해 초 미국에서는 인플레이션 경고가 이어졌다. 그러나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안이하게 대처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위험 경고를 “코로나19 봉쇄에 따른 일시적 물가불안”이라며 무시했다. 그 결과 인플레이션은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다루기 힘든 상황이 됐다.

인플레이션의 불을 끄는 최선책은 금리 인상이다. 금리를 올려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를 꺾어야 한다. 그런데 연준은 올해 중반이 되어서야 불끄기에 나섰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0.25%포인트에서 0.5%포인트, 0.75%포인트로 인상폭을 확대했다. 이달 초 발표된 8월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이 예상보다 높자 이른바 울트라스텝(한번에 1.0%포인트 인상)에 나설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21일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는 최소한 0.75%포인트 인상이 확정적이다.

미국의 급속한 금리 인상은 세계 경제에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안전자산으로 수요가 몰리고 있는 데다 금리까지 오르면서 달러화 가치가 급등하고 있다. 각국 통화 가운데 가장 비싼 ‘킹 달러’가 됐다. 이례적인 강달러는 유럽과 신흥국에 인플레이션과 금융위기를, 미국에는 해외투자 이익 감소를 부르고 있다. 한국도 무풍지대는 아니다. 올 들어 원·달러 환율이 급등했다. 연초 1193원에서 출발해 1400원을 넘보고 있다. 외환보유액은 연초 4615억달러에서 4364억달러(8월 기준)로 감소했다. 달러화 유출을 막으려면 한국도 금리를 올려야 한다.

그러나 여기에 딜레마가 있다. 현재 미국 중앙은행의 기준금리는 연 2.5%다. 한국과 동일하다. 미국은 연말까지 금리를 최고 4.5%까지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달러 유출을 막기 위해 미국 수준까지 금리를 인상해야 한다. 그러나 한국의 가계부채는 1869조4000억원에 달한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금리 인상은 가계경제에 폭탄을 투하하는 것과 같다. 한국은행은 금리를 올릴 수도 안 올릴 수도 없는 고민에 빠졌다.

금리를 인상해도 문제는 남는다. 금리 인상은 경기침체로 이어진다. 소비와 투자를 위축시키기 때문이다. 모든 정부는 경기침체 없는 금리 인상을 하겠다고 말한다. 그러나 그러한 노력은 대부분 실패했다. 1980년 당시 폴 볼커 연준 의장은 오일쇼크 이후 물가 상승을 막기 위해 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10% 수준이던 금리를 22%까지 올렸다. 볼커 전 의장은 인플레이션을 잠재웠다. 그러나 침체로 이어지며 경기마저 잠들게 했다.

코로나19로 인한 고통의 시간을 견디고 있다. 내일은 오늘보다 나아질 것을 기대한다. 그건 헛된 꿈일 수 있다. 한국 경제는 정점을 지나 내리막길로 접어들고 있다. 그 길 끝에는 고난의 터널이 기다리고 있다.

<박종성 논설위원 pjs@kyunghyang.com>

 

 

 

연재 | 박종성 칼럼 -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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