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이 정부는 하고 싶은 게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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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직필

도대체 이 정부는 하고 싶은 게 뭘까

by 경향 신문 2022. 8. 31.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한 지 100일이 넘었다. 110대 국정과제도 나왔고 취임사, 광복절 경축사, 취임 100일 기자회견 등 국정의 주요 의제를 설정할 기회도 여러 번 있었다. 추상적이어서 그렇지 내용이 없지는 않다. 그럼에도 필자는 여전히 도대체 이 정부하의 한국사회가 어디로 가게 될지 의문투성이다. 블랙박스인 이유는 이렇다. 요지는 대통령과 관료, 시장은 대통령이 보내는 메시지를 보고 관료, 시장이 행동을 결정하는 시그널링 게임의 관계도 있는데 이게 완전히 꼬여있다는 거다.

첫째, 대통령 본인이 하고 싶은 것이 분명하지 않다. 드러난 것은 대통령 처음 해 본다며 능력 있는 장관들에게 맡기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는 어떨까? 대통령은 취임부터 자유라는 메시지를 던졌고 지지율이 20%대까지 떨어진 광복절 경축사에서도 자유를 무려 서른세 번이나 말했다. 그러면 관료는 이 추상적 단어를 가지고 정책 아이디어를 영끌해서 규제 완화 중심의 과제들을 대통령에게 보고한다. 근데 장관과 독대 이후 자유와는 어울리지 않는 생뚱맞은 ‘코인투자 빚 탕감’ ‘만 5세 입학’이 튀어 나왔다. 장관이 읽은 최고 권력자의 의중은 달랐던 것이다. 대통령 자신이 장관에게 복잡한 신호를 주고 있다.

둘째, 메시지와 메신저가 일치하지 않는다. 기실 메신저인 윤 대통령이 주는 복잡성은 정권 초부터 있었다. 당시 삼성, SK 등 대기업집단 15개가 무려 1000조원에 달하는 투자계획을 발표했다. 이 정권이 투자확대의 적기라고 생각했을까? 아니다. 방식이 이상했다. 삼성의 5월24일 발표를 기점으로 6월 초까지 산발적인 발표가 이어졌다. 내용도 대충의 투자액만 발표했고 구체적인 계획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심지어 7개 그룹은 고용계획도 없었다. 우리 회사만 빠지면 안 된다는 보험 드는 분위기가 역력했고 주식시장에서는 아무 반응이 없었다. 왜? 만약 내가 총수의 책사이면 윤 대통령의 개인정체성을 분석하는 데 훨씬 많은 시간을 들일 것이다. 자유만 얘기하는데 공식 메시지 뭐 그리 중요하겠나? 평생을 검사로, 특히 국정원 댓글, 국정농단, 적폐청산수사로 인적자본을 쌓아온 대통령에게 재벌총수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었을 것이다. 거기에 김건희 여사는 서울의소리와의 통화에서 원래 우리는 좌파였는데 조국 때문에 입장을 바꿨다고 했다. 또 윤 대통령은 기업범죄에 대한 형사처벌 완화를 이야기하면서 한편으로는 금융감독원장에 경제범죄수사로 이름을 날린 검사를 임명하고, 남부지검에 금융·증권범죄 합동수사단을 부활시켰다. 좋은 말로 하면 당근과 채찍이지만 신호를 받는 입장에서는 머리가 복잡해진다.

많은 사람들이 현 정부는 MB 시즌2라는 이야기를 한다. 규제 완화, 감세, 공공부문 개혁, 부동산 공급 등 현재까지는 소름 끼치도록 비슷하다. 낮은 지지율을 탈출하는 카드로 전 정권 수사, 대북카드 등을 사용하려는 의도도 그렇다. 근데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다. 윤 대통령은 MB가 아니다. MB는 현대건설 평사원에서 사장까지 오른 샐러리맨의 신화가 정치적 자산인 사람이다. 그가 규제 완화, 부동산 공급을 외칠 때 옳고 그름을 떠나서 그 의지, 진정성을 의심하지는 않는다. 4대강은 어떤가? MB는 청계천을 복원시킨 사람이다. 메시지와 메신저가 일치하는 거다. 현 정부가 내놓은 감세, 부동산 정책이 반응이 좋지 않은 건 시기적으로 맞지 않는 재탕이어서도 있지만 그것만이 다는 아닐 것이다. 대통령은 결국 자신의 정체성으로 이름을 남긴다. YS는 저돌적 추진력, DJ는 남북평화, 진정한 화해, 노무현은 소신을 지키는 승부사 등이다. 윤 대통령은 본인이 정말 하고 싶은 일부터 정해야 한다. 의도치 않게 보수정치에 발들인 분이 주변에 올드한 감성의 보수책사에게만 휘둘리지 말고 말이다. 

또 하나, 윤 대통령은 본인이 보내고 있는 메시지가 시장에서 어떻게 해석되고 있는지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현 정부는 민간의 투자와 고용창출을 위해서 규제 완화를 해야 한다고 말하지만 안타깝게도 시장은 그렇게 움직이지 않는 거 같다. 얼마 전 대기업집단들이 원래 계획했던 1000조원 투자계획을 재검토한다는 기사가 흘러나왔다. 현재와 같은 불확실한 경제상황에서는 이게 정상적인 경영이다. 문제는 최근 재벌들이 연달아 계열사 분할, 합병계획을 내놓고 있다는 것이다. 총수들의 마음은 콩밭에 가 있는 듯하다. 규제 완화를 틈타 자기들의 그룹지배력을 강화하려는 것이다. 우리가 계속 재벌들의 비생산적 계열사 레고놀이를 보게 된다면 그 책임은 온전히 대통령에게 있다. 시장의 반응도 정책결정자의 몫이기 때문이다.

<이창민 한양대 교수>

 

 

 

연재 | 경제직필 -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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