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균의 쓰고 달콤한 경제]인플레이션과 통화정책의 현 단계
본문 바로가기
온라인 경제칼럼

[김학균의 쓰고 달콤한 경제]인플레이션과 통화정책의 현 단계

by 경향 신문 2022. 6. 17.
 

 

온 세상이 인플레이션과 금리 인상으로 난리다. 미국이 3월과 5월에 이어 지난 15일(현지시간) 또 금리를 올렸다. 인상폭도 커서 이번에는 0.75%포인트 인상이 단행됐다. 0.75%포인트 인상은 1994년 11월 이후 처음이다. 파격이었지만 놀랍지는 않다. 이미 시장금리가 선행적으로 많이 올랐기 때문이다.

금리에는 중앙은행이 정하는 정책금리가 있고, 시장에서 결정되는 시장금리가 있다. 정책금리는 만기가 짧은 단기금리이다. 이번에 0.75%포인트 인상된 미국 정책금리인 연방기금금리는 만기가 하루인 초단기금리이다. 단기금리는 경제에 유동성을 공급하고 회수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 중앙은행의 능력으로 어느 정도 통제가 가능하지만, 만기가 긴 장기채권금리는 성격이 다르다. 장기채권금리 역시 중앙은행의 정책금리에 영향을 받기는 하지만, 단기금리에 비해선 상대적으로 시장의 자율성이 크게 작용한다.

30년 만기 채권을 예로 들어보자. 30년은 너무도 긴 시간으로 중앙은행이 통제할 수 없다. 연방준비제도 의장의 임기는 4년에 불과하다. 만기가 긴 장기채권금리는 장기 경제성장 전망과 인플레이션,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에 대한 예측 등을 고려한 시장참여자들의 집단지성으로 결정된다.

일반인들의 경제활동에 영향을 주는 금리는 시장금리이다. 우리가 한국은행과 거래할 일은 없는 것처럼 말이다. 시장금리는 정책금리에 연동되지만, 정책금리 그 자체는 아니다. 특히 앞서 언급한 장기금리는 더욱더 그렇다. 금융시장에서 중시되는 장기금리인 미국 10년만기 국채수익률은 6월 들어 3.5%까지 치솟았다. 2018년에도 인플레이션이 나타나면서 미국의 금리가 상승했는데, 당시 미국 국채 10년물은 3.25%까지 올라갔고, 정책금리인 연방기금금리는 2.5%까지 인상됐다. 최근의 경우는 10년 만기 국채수익률이 3.5%까지 올라갔음에도, 정책금리는 이번에 파격적인 금리 인상이 단행됐음에도 1.75%에 불과하다.

중앙은행서 인플레 통제 어려워

요즘의 시장금리에 조응하는 미국 정책금리는 2.5~2.75% 정도로 볼 수 있다. 아직도 정책금리가 너무 낮다. 연방준비제도는 소위 자이언트스텝을 밟아 0.75%포인트의 금리 인상을 단행했지만, 이는 앞서 달려간 시장금리를 사후적으로 추인한 정도 이상의 의미는 없다. 지금은 중앙은행이 선제적으로 움직이고 있다기보다는 인플레이션과 시장에 끌려가고 있다. 이번 금리 인상으로 인플레이션이 통제될 수 있다고 보는 이는 거의 없을 것이다.

연준의 금리 인상이 게임체인저가 될 수 없다면, 자산시장의 불안도 더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미국 S&P500지수는 고점 대비 20% 가까이 하락했고, 나스닥지수는 30%가 넘게 밀렸다. 주식시장이 더 흔들리더라도 중앙은행이 금융시장을 배려하지는 않을 것이다. ‘올여름까지 주식시장의 동요가 나타나도 놀라지 않을 것’이라는 재닛 옐런 미국 재무부 장관의 발언은 진심이라고 본다.

인플레이션은 수요가 강하거나 공급에 문제가 있을 때 생기는데, 미국은 확실히 과잉수요가 존재한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미국인들의 개인소비지출(PCE)은 장기추세선을 훌쩍 뛰어넘는 급증세를 나타내고 있다. 정부로부터 받은 후한 보조금도 소비 급증의 이유이지만, 자산시장으로부터 많은 돈을 벌었다는 점이 주된 이유가 아닌가 싶다.

미국 주식시장은 길게 보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부터 강세장을 구가해왔다. 2009년 3월부터 코로나19 대확산 직전인 2020년 3월까지 미국의 가계금융자산은 57조2000억달러나 늘어났다. 작년 미국의 명목 국내총생산(GDP) 규모가 24조달러라는 점을 감안하면 미국인들은 자산시장에서 엄청난 돈을 번 셈이다. 이런 현상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더 강화됐다. 2020년 4월부터 2021년 말까지 채 2년이 안 되는 기간 동안 미국의 가계 금융자산은 39조8000억달러나 급증했다. 주식시장 등에서 큰돈을 버니, 임금이 오르고 있음에도 노동시장에서 자발적으로 이탈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대사표의 시대’가 열렸던 것이다. 노동 공급의 위축은 임금 인상으로 귀결되면서 인플레이션을 구조화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주가 하락을 막기 위한 정책적 배려가 나타날 가능성은 낮다.

한국, 민간부채로 포지션 나빠 걱정

장기적인 걱정은 중앙은행이 긴축 정책을 쓰더라도 궁극적으로 인플레이션을 통제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데 있다. 금리가 올라가고, 주식을 비롯한 자산시장도 조정을 받으면 과잉수요는 궁극적으로 억제될 것이다. 그렇지만 공급 요인은 중앙은행의 통제 범위 밖이다. 최근의 원자재 가격 급등은 지정학적 불안에 영향을 받은 바가 큰데, 중앙은행의 금리 인상이 전쟁을 멈출 수는 없다.

막대한 부채도 인플레이션 억제라는 단일 목표에 집중하기 힘든 근본적 제약 조건이다. 1970년대의 하이퍼 인플레이션은 연준의 무지막지한 긴축 정책으로 종지부를 찍었다. 당시 미국의 정책금리는 20%까지 치솟았다. 당시와 현재 상황이 본질적으로 다른 것은 글로벌 경제가 과거에 경험해보지 못했던 고부채에 노출돼 있다는 점이다. 이런 상황에서 금리의 무질서한 상승은 재앙이다.

특히 한국의 포지션이 좋지 않다. 미국과 비교하면 더 그러한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 민간가계는 부채를 줄이는 디레버리징을 장기간 시행해왔다. 미국의 문제는 급증한 정부 부채이다. 한국은 완전히 반대이다. 여러 논란이 있지만 정부는 부채를 더 늘릴 여력이 있다고 보지만, 기업과 가계 부채가 급증했다. 같은 부채라도 공공과 민간부채의 신뢰도는 전혀 다르다. 한국은 금리가 올라갔을 때의 부작용이 더 크게 나타날 수 있는 나라이다.

앞으로 몇 달간은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중앙은행들이 총력전을 펴겠지만, 연말께는 분위기가 좀 달라지지 않을까 싶다. 공급 측면에서의 인플레이션은 중앙은행이 통제하기 어렵다는 현실적 한계가 있고, 부채위기를 막아야 한다는 당위도 있다. 지난 10여년보다는 높은 수준의 물가를 감내하는 가운데 금리 상승도 제한적인 정도의 조합이 앞으로 나타날 모습이 아닐까 싶다. 금리가 쉬 떨어지기도 어려우니, 초저금리 시대가 재현될 것이라는 기대는 버려야 할 것이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

 

 

[김학균의 쓰고 달콤한 경제]최신 글 더 보기

반응형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