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경제비평에서 자주 거론된 화제는 2018년 통합재정수지가 흑자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경기 하강과 실업 증가 속에서 정부가 긴축재정을 행했다는 비판이 제기되었다. 정권 차원에서 케인스주의에 입각해 소득주도성장을 추진했는데 긴축재정을 했으니 황당하다는 것이다. 심지어 기획재정부(기재부)가 정권에 항명한 것이 아니냐는 말로 이어지기도 한다. 


문재인 정부 초기의 경제정책 성과 부진은 청와대와 기재부의 갈등 때문이라는 분석이 거의 정설이 되고 있다. 청와대·기재부의 갈등은 노무현 정부 초기에도 있었다. 정권 초기에 갈등이 이어지다가 그 시기를 지나면 청와대가 기재부에 포획된다고 보는 견해가 많다. 왜 이런 패턴이 반복되는 것일까. 나는 이러한 현상을 기재부에 대한 외부의 콤플렉스와 기재부 내부의 콤플렉스가 충돌·융합된 결과라고 생각한다. 


기재부 외부의 콤플렉스는 이미 많이 알려진 바다. 시중에서는 이미 기재부 인맥을 마피아에 빗대 ‘모피아’라고 부르는 것이 당연시되고 있다. 1급 공무원인 기재부 예산실장이 다른 부처의 장차관에 못지않은 위세를 가지고 있다고 여긴다. 국무회의가 각 부처 장관들이 기재부 장관에게 청탁을 하는 자리처럼 운영되는 것 같다고도 한다. 기재부는 대통령 지시마저도 예산을 핑계로 뭉갤 수 있다는 이야기도 있다. 이러한 생각들이 모여 기재부가 소득주도성장을 뒷받침하는 정책 집행에 저항한 것 아닌가 하는 의심으로도 진전되는 것 같다. 


다른 한편으로 기재부 내부에도 의식·무의식으로 응결된 콤플렉스가 있다. 이는 자신들이 나라의 금고지기, 최후의 보루 역할을 수행한다는 책임감이라고도 할 수 있다.


첫째, 기재부는 재정 균형성을 중시한다. 그렇다고 꽉 막힌 균형 개념을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단기적으로는 적자나 흑자 모두 가능하다. 그러나 중기적으로는 재정의 지속 가능성이 꼭 필요하다. 적자나 흑자 상황에서 균형 상황으로 돌아갈 수 있는 유연성이 문제라는 것이다. 한국의 부채비율이 낮은 편이니 재정적자가 가능하다는 주장도 회의적으로 바라본다. 부채비율의 높고 낮음이 핵심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로 군인연금, 공무원연금 등을 든다. 재정에 펑크가 났는데 중장기 추세에 대응하고 조정하는 시스템이 없다. 이런 상황이니 부채 증가의 눈덩이 효과를 걱정하게 된다는 것이다.


둘째, 기재부가 엘리트 의식에 기초해 청와대와 갈등한다는 이야기에 대해선 펄쩍 뛰며 부인한다. 차라리 공무원들에게 영혼이 없다는 평을 듣는 게 옳은 방향이라고 이야기한다. 공무원이 국민이 뽑은 선출직에 충성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는 것이다. 예산은 정책방향이 정해지면 기술적으로 편성한다는 것이다. 초과 세수가 발생하는 것은 재정운용의 방침이 불분명한 것과 관련 있다. 정부 출범 초기 경제가 나쁘지 않고 경기가 좋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경기전망이 낙관적이면 세수는 높게 잡혀지기 마련이다. 또 박근혜 정부 초기에 세입결손에 의한 추경 편성이 있었다. 이 역시 실무자들에게는 콤플렉스로 작용했다.


셋째, 기재부는 정치권과 타 부처의 재정 책임성이 약하다는 불신감을 지니고 있다. 외환위기 이후로 수익형 민간투자사업에 재정이 돈을 대는 방식이 정착된 것, 이명박 정부 시절에 공기업에 부채 부담을 뒤집어씌운 것 등을 우려한다. 부처별로 예산총량 한도를 정하고 책임있게 집행해야 하는데, 각 부처는 예산총량 한도를 높이는 데 관심이 있다고 의심한다. 그래서 좁은 범위의 부문이나 지역의 이해를 반영한 정치적 동원에 영합하는 경향도 있다고 본다. 경제 개발보다는 복지 지출이 중요해진 흐름을 인정하지만, 전달 과정에서 너무 많은 브로커들이 기생하고 있어서 재정 지출의 승수효과가 낮다고 생각한다.


나의 생각은 이렇다. 재정은 기술적으로 관리해갈 문제다. 예산편성권을 기재부가 갖느냐, 청와대나 국회로 옮기느냐 하는 것은 본질적 문제가 아니다. 현재 정치구조하에서는 이루어질 수도 없고 바람직하지도 않다. 재정을 확장해서 성장과 분배를 개선할 수 있는 구조를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문재인 정부 초기에 거시정책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다는 비판은 설득력이 있다. 그러나 더 뼈아픈 것은 경제체제 전체를 관통하는 핵심 정책의제를 제대로 세우지 못했다는 점이다. 그러면 핵심적 의제는 무엇이 되어야 했을까? 거시경제, 재정보다는 생산체제가 더 중요하고 본질적인 문제다. 생산체제에 대한 비전을 세우고 구체적 프로젝트에 재정을 따르게 해야 한다. 그 비전과 의제에 대해서는 다음에 다시 논의하기로 한다.


<이일영 한신대 사회혁신경영 대학원장>

Posted by KHro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