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우조선해양 및 삼성바이오로직스 사건을 계기로 국제회계기준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이해관계자로부터 나타나고 있다. 기업은 국제회계기준의 모호함 때문에 분식회계에 대한 오해가 생기고 억울하다고 울먹인다. 회계사는 감사를 할 때 감사비용과 감사위험이 커졌다고 자조하며 규제중심(rule-based)으로 돌아가자고 주장한다. 주주 등 외부 정보이용자는 국제회계기준이 어렵고 모호해서 의사결정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과연 국제회계기준은 만악의 근원이자 속죄양인가?

 

국제회계기준은 원칙중심(principle-based)의 회계처리이다. 원칙중심의 회계처리는 2000년대 초반 미국 회계개혁법안(SOX)에서 본격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했다. 엔론 등 분식회계사건은 규제중심 기준의 구멍(loophole)을 기업이 이용함으로써 발생했다. 또한 새로운 거래와 사건이 출현하면서 그때마다 새로운 회계기준을 만드는 방식은 늘 뒤처졌다. 따라서 전반적인 개념을 아우르고 기업의 실질을 보여줄 수 있는 원칙중심의 회계가 대두하게 되었다. 한국은 국제회계기준을 2011년부터 도입하여 사용하고 있다.

 

필자는 국제회계기준에 대한 최근 비난이 원칙중심의 회계에 대한 오해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첫째, 원칙중심의 회계 하에서 기업은 자신의 마음대로 판단, 평가할 수 있다고 착각하는 것 같다. 하지만 원칙중심의 회계라도 개념적 틀을 벗어나면 안되며 합리적인 판단과 평가가 뒤따라야 한다. 판단과 평가는 충분한 근거를 가져야 하며 그 과정을 잘 전달해야 한다. 둘째, 원칙중심의 회계도 용인할 수 있는 한계가 존재한다. 즉 국제회계기준에서도 분식회계로 볼 수 있는 극단치가 있으며, 이러한 극단치에 대해 내부감시기구, 외부감사인, 규제당국, 채권자, 지배주주 및 소액주주, 근로자, 소비자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의문을 제기할 수 있다. 따라서 기업은 회계처리 과정에 대해 상세한 의사결정과정을 공개하고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근거를 제시하여 합의를 이끌어야 한다. 셋째, 원칙중심의 회계처리는 결과에 대한 방어수단이 아니다. 기업이 수행한 회계처리가 재량권에 따라 작성되었다 하더라도 ‘사전적이며 누군가에 유리한 숨겨진 의도’가 존재한다면 분식회계가 된다. 심지어는 회계처리가 정교한 수단으로 포장되었더라도 이해관계자에게 손해를 끼칠 수 있다. 따라서 회계처리 결과의 정당성을 판단하기 위해서는 숨겨진 의도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실증회계의 선구자인 레이 볼은 이미 2006년에 국제회계기준이 잘 작동하기 위해 기업지배구조, 내부감시기구, 외부감사인이 독립적인지 여부가 중요한 요인으로 보았다. 그렇지 않은 경우 경영자의 재량권을 남용하게 하고 정단한 회계처리의 방어수단으로 사용될 것으로 예상했고, 특히 공정가치 평가의 주관적 판단과 추정에 대해 우려했다. 지금 한국의 예 아닌가! 실제로 한국의 회계 및 감사 환경에서 독립성 있게 기업이나 경영자의 의도를 거스르는 이해관계자가 많지 않을 것이다. 이때 원칙중심 회계의 어두운 면이 드러난다. ‘내 맘대로 했는데 뭐가 문제인가?’라는 주장이 나오게 된다. 어떻게 보면 한국의 시스템과 이해관계자의 영혼은 과거에 매여 있는데 국제회계기준이라는 화려한 맞지 않는 옷을 입은 격이다.

 

그렇다고 옷을 벗어야 할까? 아니다. 회계기준은 사용하는 자의 의지와 책임으로 진실을 보여주는 도구이다. 한국의 회계기준이 과거 규제중심이었을 때 분식회계 사건이 터지지 않았는가? 원칙중심의 국제회계기준은 시대에 걸맞은 현상을 담는 도구로서 그 역할을 다할 것이며, 어떻게 사용하는지에 따라 기업의 실질을 보여줄 수 있고 왜곡표시의 수단으로 사용될 수도 있다. 최근 사건들은 국제회계기준이 성공적으로 도입되기 위한 진통일 것이며, 많은 논의를 통해 이러한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이정표가 될 것이다. 한국회계학회는 당면과제로 원칙중심의 회계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를 통해 각 이해관계자 입장에서 최선의 방안을 찾고자 노력하고 있다. 독자들과 이해관계자의 많은 관심을 기대한다.

 

<손혁 계명대 교수 회계학과>

 

Posted by KHro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