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2019년도 표준단독주택 22만호에 대한 주택공시가격을 지난달 25일 결정·공시했다. 단독주택 공시업무는 2005년 도입되어 민간의 감정평가업자가 2016년도까지 12년간 수행해왔으나 2017년부터는 공시통계 전문 공공기관인 한국감정원에서 하고 있다.

 

공시가격은 주택공시제도 도입 당시인 2005년부터 낮은 현실화 수준에서 출발해 최근까지 시장에서 오른 가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국회 등에서도 유형별·가격대별·지역별 불균형을 꾸준히 지적해왔는데, 이 중에서도 단독주택은 공동주택에 비해 현실화율이 낮다는 것이 지적됐다. 이로 인해 불균형을 초래하고 공평과세에 반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다.

 

주택공시가격은 세금, 복지 등 무려 34종의 각종 행정 목적에 활용되고 있을 만큼 중요하다. 그럼에도 과거부터 지속적으로 저평가됐던 공시가격과 이에 따른 현실화, 형평성 제고를 빠르게 정상화시키지 못한 것에 대해 공시업무 조사·산정담당 기관의 책임자로서 먼저 뼈아프게 반성한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부터라도 과거의 불균형을 개선하고 바람직한 방향으로 바로잡아 가고자 이번에는 실제 시장의 변화를 공시가격에 반영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시장가격 변동을 공시가격에 반영하는 것에 대해 ‘세금폭탄’ 등 자극적인 단어로 표현하기도 한다. 고가주택의 공시가격이 상대적으로 많이 올라 세부담을 염려한 의견을 염두에 둔 듯하다. 하지만, 다른 측면에서 보면 그동안 고가주택이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으로 공시돼 아파트 등 일반 부동산 소유자에 비해 부담이 적었다는 것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우리가 흔히 선진국이라 일컫는 나라에서 가장 가치있는 덕목으로 꼽는 것이 합리적 제도와 기준, 부담의 균형성이다.

 

예로부터 조세기준의 정확성과 형평성은 국가의 근간을 좌우할 수 있는 중요한 문제였다. 왕의 특명으로 조선팔도에 비밀스럽게 파견됐던 암행어사는 마패 외에도 임금이 하사한 봉서, 사목, 유척 세 가지 물건을 꼭 가지고 다녔다고 한다. 봉서(封書)는 암행어사 임명장이고, 사목(事目)은 암행어사의 직무규정이며, 유척(鍮尺)은 조선 도량형 제도에서 길이의 표준 역할을 하는 놋쇠로 만든 자다. 조선시대 당시 세금은 지금처럼 화폐가 아닌 옷감이나 곡식 등으로 납부됐는데 그 양을 재는 데 기준이 된 도구가 지방 수령이 사용하는 자였다. 또 지방 수령이 사용하는 그 자의 정확성을 측정했던 것이 바로 암행어사들이 지녔던 유척이다. 즉 유척은 단순히 길이를 재는 자가 아니라 실제로 형평적인 조세정의를 실현하기 위한 중요한 도구였던 것이다.

 

현대적으로 적용하면 정부에서는 공정한 잣대를 만들어 적용하고, 한국감정원에서는 그 잣대에 정확한 눈금을 새겨 넣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의미다. 한국감정원은 부동산시장 전문기관으로 전국의 토지와 주택, 상업용 부동산에 대해 전국 30개 지사에서 연중 상시적으로(주간, 월간, 분기별) 각종 조사를 벌여 국가승인통계로 발표하고 있다. 또 더욱 정확한 시세분석과 공시가격의 정밀한 산정을 위해 과학기술을 접목하며 전문성도 높이고 있다.

 

이번 표준단독주택 가격공시업무를 수행하면서도 이러한 전문성을 통해 공시가격의 정확성과 신뢰성을 제고하는 데 특히 노력했다.

 

앞으로도 공시가격의 형평성과 균형성을 지속적으로 제고함으로써 공평과세가 실현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김학규 | 한국감정원 원장>

 

Posted by KHro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