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8일 확정된 2018년 세입세출실적에 의하면 지난해 국세 수입은 293조6000억원으로 정부가 당초 예측한 세입예산(268조1000억원)보다 25조4000억원이 많았다. 


이를 두고 한편에서는 정부가 서민들의 주머니를 털어갔다고 아우성이고 그래서 감세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초과세수의 원천을 살펴보면 반도체 호황 등으로 인한 법인세 증가, 부동산가격의 급등에 따른 양도소득세 증가, 주식시장 호조에 따른 증권거래세 증가 등이 주원인이니 이 주장은 사실과 동떨어진 것이다. 또 초과세수를 예측하고 작년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였으니 25조원 전액이 정부 주머니로 귀속된 것도 아니다. 오히려 요즘같이 경기가 계속 안 좋은 상황에서 작년에 좀 더 적극적으로 추경예산을 편성하였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다른 한편에서는 세수추계의 오류 문제를 지적한다. 세수추계의 오류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도 아니고 거의 매년 발생하는 문제이니 개선의 필요성은 분명히 있다. 더욱이 한국은 추계모형을 공개하지 않으니 어디서 무슨 이유로 세수추계가 틀렸는지 알 수도 없다. 


세수추계 방식을 개선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남은 돈을 어떻게 유용하게 쓸 것인가 하는 점이다. 물론 체계적인 오류가 있다면 찾아서 고치는 것은 반드시 필요하지만 세수추계 모형을 지금보다 더 세련되게 만든다고 해서 예측이 틀리지 말라는 보장도 없다. 모형은 정형화된 패턴에 의해 결과를 예측하는 것인데 경제에는 불확실성(비정형화된 패턴)이 매우 크고 더욱이 정책이나 환경이 바뀌면 경제활동을 하는 사람들의 행동이 바뀌기 때문에 예측이 매우 어렵다. 기술적으로 복잡한 위성과 컴퓨터를 사용하는 기상예측도 자주 틀리는 이유가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이다. 지금보다 세련된 세수추계 모형이 개발되더라도 나는 예측의 정확성을 크게 기대하지 않는다.


정작 심각한 문제는 초과세수가 발생해도 우리나라의 중앙정부는 국가재정법에 묶여 거시적 경기조절용으로 쓸 돈이 많지 않다는 사실이다. 총세입에서 총세출을 뺀 후 다음연도로 이월되는 액수를 차감한 잔액(세계잉여금)이 2018년에 대략 13조2000억원이고, 이 중 일반회계에서 발생한 액수가 10조7000억원이다. 그런데 이것을 중앙정부 마음대로 쓸 수는 없다. 국가재정법은 그 처리순서를 명확히 규정하고 있는데 처리의 1순위가 지방교부금의 정산이다. 그리고 돈이 남으면 다음으로 공적자금 상환기금에 30% 이상을 출연하도록, 그러고도 돈이 남으면 국채 원리금 상환 등에 30% 이상을 사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고도 남으면 추경예산 편성에 사용하거나 다음연도의 세입에 추가하는 것이다. 


올해 내국세 초과세수의 39.51%를 지방교부금 정산으로 쓰면 현재 일반회계 세계잉여금 액수와 거의 같다. 따라서 올해 발생한 세계잉여금 중 중앙정부가 재량적으로 쓸 수 있는 돈은 없다. 지방으로 가면 지방정부가 경기활성화에 쓸 수 있으니 좋은 것 아니냐고 반문할 수도 있지만 사실 지방정부는 중앙정부보다 경기대응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의 국가재정법은 재정규율을 지나치게 강조하고 있다. 미국이나 영국 등 과거 국가채무가 많았던 나라들에서 발달한 재정보수주의가 우리나라에 무비판적으로 수용된 결과이다. 하지만 재정규율 자체가 대부분 경기하강 시에는 지출을 억제하고 조세수입을 증대시키는 반면 경기상승 시에는 반대로 작용하여 재정의 경기조절기능의 정상적인 작동을 저해하는 속성을 노출하고 있음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최근 미국경제학회장인 올리비에 블랑샤르 교수는 저금리와 불황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긴축재정을 지나치게 펴는 것은 경제에 좋지 않고 정부의 재정조절기능을 회복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차제에 우리나라의 국가재정법을 개정하여 세계잉여금을 적극적인 재정조절장치로 활용하는 방안을 전향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예컨대 세계잉여금이 발생할 경우 차년도 예산이 팽창성을 가져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러지 못한 것으로 판명되면 차년도 세입으로 이입하여 팽창성을 제고시키는 것이다. 국가채무 상환도 우선순위를 두어 차등 관리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자율 등을 고려한 국가재정에 대한 압박도를 산정하여 압박도가 높은 채무부터 우선 상환하는 식이다. 


국가재정법 개정과 별도로 정부는 올해 필요하다면 추경예산을 편성해서라도 더 적극적인 재정정책을 펼 필요가 있다. 요즘같이 고용 문제가 심각하고 경기침체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지나친 재정규율은 약이 아니라 독이 된다. 또 감세보다는 정부지출 증가가 경기활성화나 서민들에게 돈을 돌려주는 데 효과가 더 크다.


<이우진 고려대 교수·경제학>

Posted by KHro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