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은 지분과 임원의 임명권한 행사 등을 통해 정부가 사실상 지배력을 가진 기업이다. 국민생활의 기초재라 할 수 있는 발전과 전력공급, 상하수도, 통신망, 철도 등이 공기업의 주요 사업분야이다. 많은 유럽연합 국가들에서 공기업이 국내총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0% 이상이고 스웨덴, 벨기에, 핀란드 등과 같은 나라에서는 20% 내외 혹은 그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크다.

 

한국의 경우 그 비중이 유럽보다 낮아 공기업을 포함한 공공기관이 국내총생산에서 4% 내외의 부가가치를 생산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30여년간 여러 정부에 걸쳐 공공부문의 민영화가 지속되었고, 그 결과 공기업이 국민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추세다. 보수와 진보를 막론하고 지난 공기업 정책의 가장 중요한 방향은 경영합리화, 경쟁과 시장기능의 강화에 있었고 이에 부합하는 성과 기준으로 경영평가가 이루어졌다.

 

그런데 일견 당연해 보이는 민영화의 경제적 논리에는 자기 모순적인 요소들이 많다.

공기업은 민간기업과 달리 그 운영이 소유권자의 이해에 따라 이루어지기 어렵고 방만하게 경영되는 문제점이 있다. 공기업의 소유권자는 정부로 대표되는 국민이다. 국민의 이해라는 다소 모호한 기준도 문제지만 대리인(경영자)의 행동을 감시하기 어렵고 그에 대한 처벌도 어렵다. 반면 민간기업은 이윤극대화라는 비교적 단순하고 객관적인 지표가 있고 이를 통한 대리인의 감시와 처벌이 용이하다. 따라서 민영화는 공기업의 방만한 경영 문제의 방안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민영화된 기업의 사적이윤극대화는 더 근본적인 사회적 가치의 침해와 그로 인한 비효율성을 야기할 수 있다. 가령 전력회사를 민영화하게 되면 독점 공급의 폐해로 인한 전력 소비자의 피해와 전력 공급의 안정성까지 기업이윤추구의 수단으로 전락한다. 미국에서 발생한 대규모 전력공급 중단 사태는 이런 사적 이윤추구로 인한 폐해의 심각성을 보여준다. 경영효율화는 경제적 효율성을 위한 수단이나 소비자의 복지와 안정적 전력공급은 전력산업이 추구할 경제적 효율성의 목적이다. 목적을 희생하여 수단을 정당화할 수 없기에 자기 모순적이다.

 

경쟁과 시장기능의 강화라는 민영화의 경제적 논리 또한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한다. 공기업이 필요한 산업은 크게 세 가지 특성을 가진다. 첫째는 자연독점이라는 기술적 특성이다. 둘째는 공공성을 띤 재화와 서비스를 생산하여 사회적 신뢰가 높은 조직이 생산을 담당해야 한다. 셋째는 국익의 관점에서 포괄적인 경제적·국가전략적 목적을 지원한다. 자연독점의 특성 때문에 큰 기업이 더 효율적으로 생산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민영화를 통한 시장 경쟁은 독점으로 귀착되고 민영화된 독점은 소비자의 희생과 공공성의 훼손, 다른 산업에 미치는 경제적 손실을 야기할 수 있다.

 

민영화와 경쟁도입이 가지는 긍정적인 효과는 분명히 존재한다. ‘부분적으로’ 민영화된 공기업들의 경우 시장가치라는 자율적 견제장치가 작동하여 효율적인 경영이 가속화된다. 효율적 경영은 투자유치를 위한 필수조건이 되어 기업의 성장과 지속 가능성을 이룬다. 하지만 완전한 민영화의 경제학적 근거는 없다. 거대한 공기업의 분할과 분할된 공기업 간의 경쟁도입은 생산의 효율화라는 긍정적 효과를 가진다. 단 경쟁이 이윤경쟁이 아니라는 전제하에서다. 분할된 공기업이 민영화되거나 이윤경쟁을 할 때 이런 긍정적 효과는 독과점의 폐해로 귀결된다. 

 

최근 공개된 한전, 한수원, 그리고 5개 지역발전사의 산업재해 자료에 따르면 지난 5년간 발생한 총재해자 수에서 협력사 재해자가 차지하는 비율이 무려 92%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기업이 주축을 이루는 전력산업에서 이른바 위험의 외주화 양상이 더 심각한 것이다. 고용노동부의 자료에 따르면, 발전정비산업에서 민간부문 경쟁도입이 본격화 한 2013년 이후 발전사의 재해율은 눈에 띄게 높아졌다. 민간참여와 경쟁도입이 발전사 이윤이라는 시장가치는 높였을 수 있겠지만 취약한 노동시장 환경과 노동자 희생이라는 훨씬 더 큰 사회적 비용을 지불해야만 했다.

 

지난 30년간의 공기업 정책에서 자기 모순적인 경제논리를 구하려면 공기업이 담당하는 생산활동의 사회적 가치라는 기준이 중심이 돼야 한다. 고전경제학은 기업 활동의 사회적 가치를 이해관계자들의 복지로 평가한다. 소비자 편익, 기업 이윤, 노동자 복지, 협력사의 이윤, 공해와 환경오염이 야기하는 폐해 등이 집계돼 사회적 가치를 이룬다. 이러한 사회적 가치는 이른바 공기업의 공공성을 최우선적으로 반영한다. 전력산업의 위험의 외주화와 산업재해 자료는 공기업 평가와 민영화 정책의 실패를 말해준다. 사회적 가치를 기준으로 공기업 정책을 바로 세워야 한다.

 

<주병기 서울대 교수·경제학>

 

Posted by KHro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