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퇴직을 할지 버틸지 고민이 많네요.” 국민은행이 파업에 들어간 지난 8일 금융권 관계자 ㄱ씨는 점포에 혼란이 없는 것을 보며 이같이 말했다. 거래의 90%를 웃도는 인터넷·모바일 뱅킹 덕에 19년 전 파업처럼 영업마비 같은 대혼란은 없었다. 노사가 고객불편을 줄이기 위해 파업을 미리 알리고, 업무를 앞당겨 처리하는 등 비상대책을 가동한 것도 반영됐다. 하지만 조합원의 70%가 파업에 참여했음에도 큰 지장이 없자, 파업이 디지털의 벽을 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KB국민은행 노조가 총파업에 나선 8일 오전 서울 국민은행 여의도 본점에 파업과 관련된 사과문이 게시돼 있다. 권도현 기자


국민은행 노사는 지난 23일 임단협에 잠정합의했지만, 이번 파업은 은행의 미래에 대해 과제를 남겼다. 점포 없는 인터넷은행과 수많은 핀테크 업체가 은행 서비스를 제공해 점포의 필요성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일부 은행은 페이업체에 모바일 점포를 열고, 온라인 쇼핑몰에서 상품을 판다. 카드·보험·증권업도 마찬가지다. 4차산업혁명이라는 흐름 속에서 금융권과 정보통신기술(ICT) 업체와의 경계가 허물어지면서 생긴 결과다.


한국고용정보원은 지난해 ‘4차 산업혁명 미래 일자리 전망’ 보고서에서 금융사무원을 위기직업으로 지목했다. 일각에선 이번 파업이 은행 점포 축소로 구조조정을 촉진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비판한다. 하지만 이 또한 4차산업혁명에 맞지 않는 단편적 접근이다. 금융업은 지난해까지 특례업종에 포함돼 법정 근로시간과 상관없이 초과근무를 했던 산업으로, 올해 7월부터 주 52시간제가 도입된다. 


이번 논란이 노동시간 단축으로 일자리를 나눠, 재교육을 통한 특화점포 만들기 등의 해법을 고민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금융이 디지털화될수록 노년층을 비롯한 소외현상은 가속화된다. 국민은행 파업 때도 피해를 본 사람은 대부분이 노년층이었다. 일자리 나누기로 디지털 소외계층의 금융접근성을 높이고, 노동자도 이분법적인 고용불안에서 벗어나는 게 4차산업혁명에 어울리는 접근이 아닐까 싶다.


<김은성 | 경제부 kes@kyunghyang.com>

Posted by KHro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