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10월24일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혁신성장과 일자리 창출 지원방안’을 발표했다. 한국 경제 상황이 수출과 소비는 견조하나 민간투자 위축과 고용상황의 어려움이 지속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지원방안의 주 내용은 민간투자 활성화, 공공투자 확대, 핵심 규제 혁신, 산업구조 고도화, 자동차·조선 등 업종별 지원 강화, 서민과 자영업자 지원 강화, 노동시장 현장 애로 해소, 계층별·지역별 일자리 지원 강화다. 자세히 뜯어보면 금융 지원, 유류세 인하를 포함한 세제 지원, 보조금 지급, 사회간접자본(SOC) 및 산업단지 조성 등의 개발사업, 규제완화, 직업훈련 등으로 구분되는 단기적 재정투입 대책이다. 이로 인해 지난 25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야당 의원들로부터 ‘단기 대책’ ‘땜질 처방’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올 들어 네 번째 일자리 대책이지만, 작년과 달라진 점을 찾기 힘들고, 여전히 쫓기듯 단기 부양책 중심의 대책들을 종합해 나열했다. 경제상황이 좋지 않으면, 단기 부양책도 필요하다. 하지만 땜질식 단기 방안에서 나올 수 있는 일자리는 지속가능하지 않고, 양질이 될 수도 없다. 어렵더라도 독일과 일본같이 제조업과 중소기업을 혁신시켜 양질의 일자리가 창출될 수 있도록 경제구조를 개혁해야 한다.

 

국내총생산(GDP)의 약 30%를 차지하는 우리나라 제조업은 그간 고용과 성장에 크게 기여해왔다. 지금은 기술력이 높은 독일, 일본, 미국 등에 크게 밀리고, 전체 일자리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17% 수준으로 내리막길이다. 중소기업은 일자리의 88%를 차지하지만, 평균임금은 재벌기업의 50% 수준이다. 반면 제조업 강국인 독일과 일본의 중소기업 임금은 대기업의 70~80% 수준이다. 연구·개발(R&D) 지출비중은 다른 어떤 나라보다 높지만 기술혁신은 일어나지 않는 상황도 연출되고 있다. 재벌 중심의 경제구조가 큰 원인이다. 압축성장기를 거치며, 정부 특혜를 입은 재벌은 커진 경제력을 바탕으로 수직계열화를 이뤘고, 기술 개발보다는 내부거래와 중소기업 기술 탈취, 납품단가 후려치기 등 불공정 행위로 손쉬운 성장을 이뤄왔다. 이를 통해 가격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도 점해왔다. 하지만 정부 특혜와 방관 속에 재벌로 쏠린 경제구조는 이제 국가와 산업의 경쟁력 저하, 일자리 창출 부진으로 돌아왔다.

 

지난 25일 현대차의 3분기 실적 발표가 있었다. 영업이익이 288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6%나 감소하여 주주들과 시장을 우울하게 만들었다. 현대차에 납품하는 중소기업들은 살얼음판을 걷고 있는 상황으로 일자리 창출에도 나쁜 신호를 주고 있다. 환율같은 대외적 원인과 품질 문제 등으로 인한 리콜 비용, 마케팅 비용 등의 증가가 원인이었다고 한다. 일부 언론에서는 현대차 실적 악화의 이유로 제품 혁신 부족과 가격경쟁력 약화를 들었다. 재벌 중심의 경제구조 문제 사례가 또 하나 생긴 셈이다.

 

정부는 혁신성장을 통해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한다면서 아직까지 기술혁신을 통해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전환할 수 있는 중장기적 구조개혁책은 제시하지 않고 있다. 투입된 재정과 대책에 비해 생각만큼 경제지표가 나오지 않자, 급한 불을 끄기 위한 단기대책에 치중하고 있다. 그러는 사이 중소기업과 제조업은 하락의 길을 가고 있고, 양질의 안정적인 일자리는 멀어져만 간다. 이런 추세로는 오는 12월에 발표한다는 일자리 창출, 혁신성장, 경제활성화 등이 담긴 2019년 경제운용방향에서도 제대로 된 일자리 창출 방안이 나올지 의문이다.

 

<권오인 |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경제정책팀장>

 

Posted by KHro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