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9일 개통된 SRT(Super Rapid Train)가 운행한 지 100일이 넘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2월 발표한 ‘제3차 철도산업발전 기본계획(2016~2020)’에서 수서고속철도 개통으로 확인된 경쟁효과 확산을 위해 일반열차, 화물 등 철도운송 전 부문에 걸쳐 경쟁을 도입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철도건설에서도 민간투자사업 확대를 한다는 방침이다. 경쟁을 내세우며 철도산업의 발전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속내는 전혀 반대이다. 철도노선을 나누어 민간에 개방하려는 ‘철도민영화’ 속셈이 여전히 깔려 있다.

 

코레일과 (주)SR이 과연 경쟁관계인가? 한마디로 아니다. SR은 지역독점을 유발시킨 것에 불과하다. 코레일의 서울역·용산역 노선과 SR의 수서역 노선은 주된 이용고객이 다르다. 서울역·용산역을 이용하는 고객이 요금이 조금 싸다고 멀리 떨어진 수서역까지 가지 않는다. 아이러니하게도 상대적으로 부유한 수서쪽 사람들이 더 싸게 이용하고 있다. SR은 고속철도 운영과 관련해 대부분의 차량을 코레일로부터 임대하고, 차량 정비, 선로의 유지 및 보수, 관제, 주요역의 매표와 안내 등 고객서비스 또한 모두 코레일에서 담당하고 있다. 이러한 것을 경쟁관계라고 한다면 국토부가 경쟁의 의미를 잘못 알고 있는 것이다.

 

오히려 국토부가 코레일과 SR을 모두 통제하고 있다. 코레일은 SR의 최대주주이면서 모회사이지만 관리·감독은 물론, 최대주주권 행사를 못하고 있다. 국토부가 코레일의 ‘출자회사 관리지침’ 적용 대상에서 SR을 제외하도록 지시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SR을 공공기관으로도 지정하지 않아, 이승호 국토부 전 교통물류실장이 퇴임 직후 사장으로 재취업하면서 논란을 일으켰다. 결국 국토부가 ‘경쟁’이라는 용어를 내세워 민간회사를 자꾸 만들려는 이유가 재취업 자리를 늘리려는 것은 아닌지 의심이 가는 대목이다.

 

현재 한국철도는 운영은 코레일이 담당하고, 기반시설과 건설은 철도시설공단이 담당하도록 분리되어 있다. 운영과 시설의 분리를 상하분리라고도 한다. 게다가 2013년 설립된 SR이 2016년 12월9일부터 SRT를 개통함에 따라 운영부문이 또 하나 늘어났다. 경영효율화를 위해 분리되었던 철도산업은 MB와 박근혜 정부에서는 민영화를 위한 수단으로 활용되었다. 철도산업은 특성상 운영, 관제, 건설, 유지보수 등의 유기적인 협력관계가 구축되어야 한다. 시민의 안전과 공공성 담보가 필수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국 철도산업의 현주소는 운영과 시설의 분리로 인해 효율적이지도 못하고, 시민안전까지 위협하고 있다.

 

한국 철도의 운영과 시설의 분리는 벌써 13년 정도가 되었다. 세계 철도강국들인 프랑스와 독일, 일본 등은 운영과 시설의 통합구조 즉, 상하통합으로 돼있다. 한국도 철도산업의 발전을 위해서는 운영과 건설의 통합을 조속히 고려해야 한다. 이를 통해 한국 철도의 글로벌 경쟁력 확보, 안전성 증대, 투자 및 기능 중복의 비효율성 제거, 기술 발전, 남북 및 대륙철도 연결 기반을 만들어야 한다.

 

흔히 철도는 국민의 발이라고 한다. 국민의 발은 안전성과 공공성이 제대로 담보되어야 한다. 국민의 발이 더욱 힘찬 걸음을 내디딜 수 있게 대선 후보들은 상하통합을 공약하고, 차기 정부에서 이행해야 한다. 정부는 더 이상 왜곡된 경쟁논리를 앞세우지 말고, 한국 철도가 진정한 경쟁력을 갖도록 구조개선에 적극 나서야 한다.

 

권오인 | 경실련 경제정책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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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