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7월 제정되어 한시적으로 연장해온 기업구조조정촉진법이 오는 30일 일몰을 앞두고 있다. 이 법이 근간인 워크아웃 제도는 채권금융기관이 주도하는 구조조정으로 보이지만, 현실적으로는 국책은행과 금융위원회 등 정부가 주도하고 있다. 정부로부터 독립적이지 못한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같은 국책은행이 부실기업 연명을 위한 구원투수로 등장하여 구조조정을 이끌어 가기 때문이다.

 

정부가 주도하는 방식의 문제는 대우조선해양, 한진해운 등 조선해운업과 금호타이어 사례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관치금융, 원칙 없는 공적자금 투입, 재정낭비, 부실책임규명 회피, 적기 구조조정 실패, 국책은행 동반 부실 등 일일이 언급하기도 힘들 정도이다. 여러 가지 단점으로 폐지시켜야 할 법안임에도 일몰이 도래하자, 금융위원회는 상설화 또는 연장을 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 국회의원들은 법안까지 발의하여 가세하고 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지난 2월 ‘기업구조조정촉진법의 그간 성과와 평가 공청회’와 이후 인터뷰에서 경제적 상황과 법안의 성과를 내세우며, 연장 또는 상시화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그는 기업들에 신규자금을 지원하고 상거래를 유지시켜, 재기의 발판을 마련했고, 법안이 없었을 때는 자율적인 구조조정 지연과 회생 실패가 다수 발생했다고 강조했다.더불어민주당 제윤경 의원이 대표 발의한 연장법안은 ‘기업이 처한 상황에 적합한 구조조정제도를 선택할 수 있도록 선택권을 보장’한다고 취지를 설명하고 있다.그러나 워크아웃과 법정관리의 결과를 비교해 보면 연장 주장의 근거가 약함이 드러난다. 이는 서울대 행정대학원 박상인 교수의 2017년 연구 자료에도 잘 나타나 있다.

 

2006년 9월부터 2016년 9월 사이 구조조정을 실시한 코스피와 코스닥 상장기업의 워크아웃 종결률은 47%였지만, 법정관리는 83%로 더욱 높게 나타났다. 재벌의 경우 워크아웃 종결률은 25%인 반면, 법정관리가 86%로 월등히 높았다. 구조조정 중단은 워크아웃 19%에 비해 법정관리가 9%로 낮았다. 친시장적인 법정관리 방식이 효과적임을 보여주는 자료이다.

 

지난 4월 검찰은 박근혜 정부 당시 일명 청와대 ‘서별관회의’에서 대우조선해양의 분식회계를 감지하고도, 4조원대의 자금지원을 결정한 인사들에 대해 무혐의 결론을 내렸다. 결국 정부와 국책은행이 주도하는 방식이 구조조정과 기업 부실에 대한 책임을 누구 하나 지지 않게 만든 것이다. 지금까지의 정부주도 구조조정 방식은 관치금융의 심화와 정경유착 문제를 발생시키는 것은 물론, 부실기업을 연명하게 해줌으로써 국책은행까지 동반 부실화시켰다. 그것도 모자라서 박근혜 정부에서는 한국은행까지 동원하기도 했다. 책임을 져야 할 지배주주와 경영자에게는 책임을 묻지 않고, 구조조정 과정에서의 피해와 책임이 노동자들과 국민들에게 전가되었다.

 

이제 ‘대마불사’라는 말은 시장에서 사라질 때가 되었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기업구조조정촉진법을 반드시 폐지하고, 자본시장과 법원이 주도하는 친시장적 회생절차로 전환해야만 한다. 정부가 할 일은 구조조정 주도가 아니라, 과정에서 발생하는 실업과 지역경제 악화에 대한 적극적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다.

 

<권오인 | 경제정의실천시민 연합 경제정책팀장>

Posted by KHro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