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신년사에서 두 해 전 촛불시민혁명까지 언급하며, 불평등을 넘어 함께 잘 사는 사회로 가는 첫해로 만들겠다고 했다. 특히 그 중심에 ‘공정’과 ‘일자리’가 있다는 것을 강조했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내용을 뜯어보면 ‘공정’을 뒷받침하는 내용이 전무하다. 불평등과 양극화를 해소하고, 경제정책의 기조를 바꾼다는 표현은 있지만, 산업 전 분야 혁신, 신산업 규제샌드박스 시행 등 기업 투자하기 좋은 환경 마련, 자영업자 대책 등의 정책들만 나열되어 있다. 촛불시민혁명을 언급했으면, 그때 시민들이 외쳤던 ‘재벌개혁’이라는 말을 기억하고 있을 텐데, 이에 대한 대책이 없다는 것은 아쉬움을 넘어, 안타까울 따름이다. 경제사령탑인 경제부총리와 청와대 정책실장과 경제수석 자리에 관료 출신과 경제 비전문가를 앉혀서인지, 재벌개혁보다는 역대 정부와 같이 규제완화로 선회하는 것이 아닌지 의심마저 든다. 


문 정부는 ‘소득주도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제’라는 3대 경제정책 기조를 내세웠다. 이번 신년사에서도 ‘공정’을 또 강조했다. 공정경제는 정부가 소득주도성장과 혁신성장을 뒷받침하는 역할을 한다며, 강조해왔던 정책이다. 그런데 정부 출범 후 지금껏 이렇다 할 성과는 눈을 씻고 봐도 없다. 공정거래위원회와 법무부를 통해 실효성 없는 법률안을 발의한 게 전부다. 오히려 은산분리 같은 지켜야 할 원칙마저 훼손했다. 공정경제 정책을 책임지는 공정거래위원회는 재벌들이 자발적으로 순환출자 해소 등을 했다며, 자랑까지 하는 상황이다. 대통령은 신년사에서 ‘2018년은 우리 경제와 사회 구조를 큰 틀에서 바꾸기 위해 정책방향을 정하고 제도적 틀을 만들었던 시기’라고 했지만, 어떠한 틀을 만들었는지 의문이다. 현 정부 역시 말은 공정경제를 외치지만, 내용은 역대 정부와 같이 재벌중심의 경제 틀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재벌들은 여전히 집중된 경제력을 바탕으로 정부, 정치권, 언론, 경제 등 우리 사회 곳곳을 지배하고 부와 경영권을 대대로 세습하고 있다. 그리고 이를 위해 온갖 불법과 편법을 일삼고 있다. 국민들의 입에서는 작년 집행유예로 풀려난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을 보고, ‘우리나라는 이씨 왕조’라는 말까지 나왔다. 


신년사에서 나왔던 공정, 일자리, 산업혁신, 불평등 해소, 자영업자 대책이 실효성을 갖기 위해서는 재벌개혁이 반드시 전제되어야 함을 알아야 한다. 대한민국의 부동산과 돈이 재벌들에게 쏠려 불공정과 불평등이 심각하고, 중소기업들에 대한 쥐어짜기로 양질의 일자리가 사라져가고 있다. 기술 탈취와 불공정 행위로 혁신의 기회와 유인도 생기지 않고 있다.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중소기업들이 번 돈들은 빨대를 꽂은 재벌들에게 흘러들어가는 구조다. 단가 후려치기와 수직계열화를 통해 혁신적 기술보다는 가격경쟁에 주력해오던 재벌들은 신흥국의 추격으로 세계시장에서도 경쟁력을 상실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경제지표들이 좋을 리 없다. 국민들과 약속했던 재벌개혁을 안 해서인지 대통령의 지지율마저 하락했다.


2019년도 벌써 일주일이 지났다. 개혁의 골든타임은 자꾸만 흘러가고, 개혁을 반대하는 세력들의 저항도 만만치 않다. 더 이상 머뭇거려서는 안된다. 대통령의 경제공약과 정부의 경제정책을 관통하는 해결책은 재벌개혁임을 깨닫고, 공약과 정책을 재점검해 실효성 있는 개혁정책을 속도감 있게 펴 나가야 한다. 역대 정부와 차별된 정책을 보여줌으로써 경제회복의 발판을 마련해야 한다.


<권오인 |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경제정책팀장>

Posted by KHro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