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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후보들이 결정되면서 민심이 크게 요동쳤다. 많은 여론조사가  문재인 대 안철수의 치열한 양강 구도를 보도하고 있다. 기존 여권이 사실상 붕괴하고 야권 내에서 양강 구도를 만든 것은 초유의 경험이다. 국민들로서는 선거 이후 개혁과 국가운영을 고려한 좋은 정권교체를 저울질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선거지형이 바뀌면서 적대적인 캠페인 효과는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박근혜 정부의 급속한 몰락은 오만과 독선, 불통과 적대의 결과다. 당내 경선에서의 지나친 네거티브 공세는 본선에 부담이 된 측면이 있다. 국민들이 대선에서의 지나친 분열은 국가 전체의 통치능력을 훼손할 수 있다고 판단하는 부분도 있을 것이다. 대선 승패는 갈리겠지만, 선거는 또 계속되고 통치는 함께해야 한다.

 

작년부터 온 나라가 탄핵 문제로 힘을 쏟았다. 때 이른 대선을 맞게 된 야권은 국정 전반을 통괄하는 비전을 논의할 충분한 시간을 갖지 못했다. 대선을 마치고 정부를 구성하는 과정에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 있고, 또 연말부터는 지방선거도 준비해야 한다. 엄혹한 국내외 환경에 대응하는 비전, 인사, 예산을 마련하는 데 어려움이 예상된다. 차기 정부가 원활히 운영될 수 있도록 대선 운동 기간부터 국가운영에 필요한 협치 실험이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왼쪽),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후보가 12일 국회에서 열린 대선후보의 개헌 관련 의견청취를 위한 헌법개정특별위원회 전체회의가 끝난 뒤 엇갈려 지나치고 있다. 김기남 기자

 

초당적인 협치가 가능한 의제 중 하나가 4차 산업혁명과 관련한 것이다. 주요 후보들은 이미 4차 산업혁명 관련 공약을 발표한 바 있고, 건설적인 논쟁점도 만들어졌다. 문재인 후보는 과학기술부 부활, 대통령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 신설을 내세웠다. 이를 통해 자율주행차, 초고속사물인터넷, 신재생에너지 등을 육성한다는 것이다. 안철수 후보는 4차 산업혁명은 정부주도가 아니라 민간주도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을 부각했다. 과학기술 혁신은 민간이 주도하고, 정부는 기술개발과 인력교육에 대한 지원을 맡는 역할을 주장했다.

 

두 후보 모두 4차 산업혁명을 주요 정책 의제로 떠올린 점은 바람직한 일이다. 그러나 정책공약이 과학기술 진흥 정책 차원에서 제시되고 있는 점은 한계라고 할 수 있다. 인프라 구축, 연구·개발(R&D) 지원 등과 같은 공약이 반복되는 것은 4차 산업혁명 대책을 전통적인 산업육성 정책의 방식으로 이해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기술을 발전시키면 산업이 발전하고 경제가 발전한다는 사고방식은 4차 산업혁명의 전모를 포괄하지 못한다.

 

4차 산업혁명은 그저 기술진보 문제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거대한 사회적·경제적 전환의 문제다. 그래서 과학기술 정책 영역에 가두지 말고 국가적 차원의 비전으로 다루어야 한다. 4차 산업혁명은 기존의 성장과 분배·재분배 모델을 위기에 빠뜨릴 수 있는 메가트렌드이다. 이 흐름에 대응하는 새로운 경제발전과 사회정책의 패러다임을 만들어내야 한다는 난제가 제기되고 있다. 이는 기존 과학기술정책 영역만의 것도 아니고, 진보·보수로 나눌 수 있는 문제도 아니다. 과제의 범위를 얼마나 넓고 깊게 가져갈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

 

민주당과 국민의당에서 제시한 4차 산업혁명 관련 공약은 서로를 완전히 배척하는 것이 아니다. 혼합·종합될 수 있는 것들이고 확대·심화가 필요한 것들이다. 이행을 위한 협치가 꼭 필요하고 또 가능한 영역이다.

 

지금 4차 산업혁명 흐름과 종래의 성장패턴은 맞물려 돌아가지 않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기술진보와 혁신투자가 이루어지고 있지만 생산성은 잘 오르지 않고 있다. 한국에서도 과잉투자와 생산성 정체·격차가 심각하다. 기존의 수직적인 선별정책으로는 구조적 문제가 더 심화될 가능성이 많다. 개별 기업·산업 지원보다는 산업 내·산업 간 생태계 조성이 관건이다. 빅 데이터나 플랫폼 독점을 막고 기술확산을 촉진하는 ‘산업공유자산’을 구축하는 것이 핵심 과제다.

 

4차 산업혁명이 노동의 위기를 가져올 것이라는 전망도 본질적인 문제다. 혁신이 노동을 위협하고 이것이 혁신에 대한 저항의 압력으로 돌아올 수 있다. 노동의 가치를 유지하고 안정시키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노동시장 안정, 기본소득 실험에는 많은 재원이 필요하지만 저성장 추세 속에서 대폭적 증세에 대한 국민적 합의를 끌어내는 것은 한계가 있다. 따라서 정부의 공유자산을 기업가적으로 활용하고 이를 확충하는 방안을 찾아낼 필요가 있다.

 

선거가 검증과 경쟁의 과정이긴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시대정신을 발견하고 국가비전을 형성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4차 산업혁명 협치를 통해 정치권이 미래를 위한 능력과 덕성을 보여주기를 기대해본다.

 

이일영 한신대 교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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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