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가지 숫자들을 짚어보자. 1 빼기 99는? 답은 28.

다음은 ‘42=76억’.

 

그럼 이 수치들은 뭘까. 380, 211, 135, 83, 42. 이는 전 세계 재산의 50.1%를 거머쥔 부호들의 숫자 변화라고 국제구호단체 옥스팜은 밝혔다. 2010년 380명에서 지난해 2분기 42명으로 더 줄었다. 나머지는 76억명 몫이다.

 

이대로 가면 ‘1-99=28’이 될 날이 머잖다. 2030년 상위 1% 부자가 전 세계 부의 64%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예컨대 세계 부가 100억원이라면 1%가 나머지 99%보다 28억원 더 가진다는 뜻이다. 게다가 지난해 새로 만들어진 전 세계 부의 82%는 1% 부자가 차지한 반면 37억명은 한 푼도 늘지 않았다.

 

누구든 노력해서 상위 1%, 5% 안에 들 수만 있다면 낫다. 현실은 어떤가. ‘계층이동 사다리’가 흔들린다. 올라가기는 어렵고 미끄러지면 곧장 바닥까지 추락하는 사회로 전락하고 있다.

 

미국 같은 나라에는 우리 사회에 드문 ‘전문직업’이 있다. 잔디깎이다. 한 연봉전문사이트를 보면, 대체로 시간당 14달러씩, 보너스 등을 더해 연간 2만8879달러를 받는다고 한다. 우리 돈 3150만원대다. 고등학교만 나와도 큰 걱정 없이 산다는 얘기다. 그러나 ‘아메리칸 드림’은 그저 꿈일 뿐, 그냥 고만고만하게 버티는 미국이 됐다. 세계화로 일자리가 줄고, 소득이 정체돼 격차가 커지자 중산층 불만이 높아졌다. 우리도 예전에는 가난한 집안에도 노력하면 학력고사로 번듯한 대학을 가거나, 고시를 거쳐 입신할 길이 열려 있었다. 이제는 관문이 너무 좁아졌다.

 

그냥 서민대중은 끼니 걱정만 안 하고, 1% 귀족이 이끌어가면 괜찮은 세상일까. 지난달 19일 ‘경향포럼’ 기조강연에서 조지프 스티글리츠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는 미국식 모델의 실패를 진단하면서 “정치가 1%를 위해, 1%에 의해 장악돼 있어서”라고 엘리트주의를 질타했다. 머잖아 한국도 비슷해질 수 있다.

 

촛불을 들었고, 이번 지방선거에 몰표를 준 이들이 바란 세상은 뭘까. 영남까지 진보성향 교육감의 대거 당선은 다시금 교육을 통한 계층이동에 대한 희망의 표출로 보인다. “저학력, 저소득층 노동자의 민생을 민주당이 개선하지 못했기 때문에 미 대선에서 패했다”고 짚은 존 로머 예일대 교수의 지적에도 울림이 크다.

 

한국 사회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서도 남다른 국가다. 생각보다 한국은 조세와 이전소득 같은 정책이 개입되기 전에는 소득 불평등도가 낮은 편이다. 그러나 정책 이후에는 우리는 가장 불평등한 나라 쪽으로 처지가 역전된다. 심지어 미국보다도 못하다. 특히 부동산·주식 같은 자산소득에 과세를 강화하고 복지 지출도 늘려야 한다고 국내외 불평등 문제 전문가들은 조언했다.

 

그러나 집값이 1년 사이 수억원 올랐는데 세금은 고작 수십만원 늘리겠단다. ‘명동에 시가 200억원대 상가를 보유해도 낮은 공시가격으로 종부세 대상이 안되는 게 현실’(경실련)이다. “서민들 투표를 먹고 이제 와서 부자들 눈치 보는 먹튀 정부~!!”라는 시민들 반응이 적잖다.

 

보유세는 복잡할 것도 없다. 순수 거주용 한 채에 단지 보유를 이유로 세금을 크게 올리는 건 간단찮다. 대신 나중에 팔 때, 즉 이익 실현 때 양도소득세를 강화해 거두면 된다. 그렇다고 보유에 대한 ‘면죄부’를 주자는 얘기가 아니다. 2채, 특히 3채 이상 투기성 다주택자에게는 집값 상승분에 상응해 왕창 ‘세금 폭탄’을 안기면 된다. 이게 정의다.

한 기사의 댓글은 정곡을 찔렀다. “최저시급이 문제가 아닙니다. 알바들 인건비 더 줄 수 있어요. 그런데 임대료 좀 잡아주세요. 조물주 위에 건물주, 장사 좀 되면 월세 올려달라고 난리네요.” 시중에 장삼이사가 구중심처의 나라님들보다 낫다.

 

<전병역 경제부>

 

Posted by KHro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