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이 교수라는 직업을 웃으며 질투하는 이유 중 한 가지는 방학이다. 하지만 정작 교수들은 방학에 더 바쁘다. 다음 학기 강의준비는 물론, 요즘은 상시 진행되는 수시 및 정시 대학입시 일정과 다양한 교육부 지원사업의 제안서 작성에 참여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콘텐츠를 강의하는 필자의 경우에는 매 학기 강의내용이 새롭게 구성되어야 하기 때문에 방학은 더욱 필요한 시간이다.

 

이번 방학에는 대학원 석·박사 과정 학생들과 ‘키덜트(kidult) 캐릭터산업’에 대한 연구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최근 1조원대로 확대되고 있는 국내 키덜트산업의 중요한 진화요인과 방향에 대해 매주 스터디를 진행하고 있는데, 흥미로운 토론에 직면하게 되었다. 스터디를 이끌고 있는 박사연구원(30대 후반으로 2명의 예쁜 아이 육아와 남편 외조, 공부까지 열혈 워킹맘이다)이 쉬는 시간 스마트폰으로 열심히 모바일게임에 열중하는 장면을 본 필자는 궁금했다. 10대와 20대 초반 정도로 여겨지던 게임소비자가 중장년층으로 확대되고 있다는 것은 짐작하고 있었지만, 신진학자로서 없는 시간을 쪼개 가며 가정과 학교 일을 하고 있는 연구원이 저렇게 진지하게 농장육성게임을 열심히 하고 있는 모습이 익숙하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건조하게 질문했다. 그렇게 게임을 하면 뭐가 좋은가 하고. 대답은 예상보다 간단했다. 본인의 인맥네트워크에서 자신이 만들어가는 농장의 규모와 내공을 보여주고 인정받고 싶으며 그런 과정에서 충분히 만족감을 느낀다고 했다. 갑자기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그럼 유아용품 혹은 부엌용품 구매 시 유사한 품질의 많은 상품 중 선택에 어려움을 느낄 때, 상품구매와 함께 인기게임의 사이버머니를 보너스로 지급한다는 제안이 있으면 워킹맘을 포함한 주부들과 젊은 아빠들이 그 상품을 적극적으로 구매할 의향을 추가로 질문했다. 아주 반갑게 충분히 가능하다고 답했다. 그때부터 키덜트산업 스터디는 중요한 방향을 찾기 시작했다.

 

최근, 스마트폰을 플랫폼으로 하는 모바일게임의 열풍이 시장을 강타하고 있다.  특히 키덜트로 인지되는 성인시장이 1인 가구와 함께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게임 및 캐릭터 등 스토리텔링과 연계된 콘텐츠 응용 마케팅전략이 제조업 상품의 경쟁적 혁신을 견인하기 시작했다. 제조업 상품의 품질경쟁력은 박스권에서 성장 전선이 정체된 상태다. 결국 무수한 상품의 배열과 광고는 성인층의 선택장애를 부추긴다. 선택장애에 빠진 상품구매과정의 혼돈과 1인 가구에서 비롯된 외로움의 반대급부가 캐릭터로 연계된 융합상품과 스토리텔링의 집적도가 정교해진 모바일게임으로 구체화되고 있다.

 

2016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하계올림픽 폐막식에서는 차기 올림픽 개최지 도쿄의 홍보를 위해 일본 아베 신조 총리가 직접 빨간 공을 들고 슈퍼마리오로 변장한 채 나타났다. 일본의 대표적인 게임캐릭터를 일본의 차기 이미지로 등장시키며 콘텐츠제국의 일본브랜드를 세계 인류에게 각인시킨 이벤트였다.

 

제4차 산업혁명으로 일컬어지는 기술의 혁신과 사회적 IT서비스망의 확충은 독일, 미국, 일본, 중국 등의 거센 자본력에 밀려나는 듯하지만, 우리의 경쟁력은 스토리텔링이다. 다양한 장르의 실험과 포맷의 시도를 통한 콘텐츠의 효과를 키덜트 시장의 확대와 나아가 차세대 한류와 연계시킬 수 있음이 예측된다. 최근, 온라인 게임회사가 웹툰 플랫폼을 운영하여 게임의 마일리지별로 웹툰을 볼 수 있는 자격을 부여하는 서비스를 개발 중이다. 통신회사와 포털서비스가 연계한 AI스피커에 SNS의 이모티콘 캐릭터가 디자인되어 함께 팔리며 친근감과 경쟁력을 확대하고 있다.

 

제조업 상품의 기술적 한계는 거의 동등해지고 있다. 결국 캐릭터와 스토리텔링의 차별화, 정교화가 그 승부의 정점으로 융합되고 있다. 캐릭터의 신뢰도가 상품의 품질을 결정하고, 스토리텔링의 친근함이 상품의 재구매력을 강화한다. 제조업의 미래가 콘텐츠에 연계되고 있음을 이제 주목할 때다.

 

<한창완 세종대 교수 만화애니메이션학>

 

Posted by KHro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