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권에서는 이자를 인정하지 않는다. 이슬람 율법에서 이자를 불공정하고 비생산적인 것으로 본다. 투자자가 정기적으로 이자를 받는 구조인 채권도 독특하다. ‘수쿠크’라고 불리는 이슬람채권에는 이자가 없다. 대신 특정사업에 투자한 뒤 거기서 나온 수익을 투자자에게 배당금으로 지급한다. 물론 술과 돼지고기, 도박, 무기 등 율법에서 금지하는 사업에는 투자하지 않는다.

 

이자와 지대는 대표적인 불로소득이다. 노동의 대가로 얻는 임금인 노동소득과는 다르다. 노동이나 노력 없이 발생하는 이익이다. 새로운 부를 창출하는 게 아니라 이미 보유한 부에서 부를 늘리고 있으니 경제에 별 보탬이 되지 않는다.

 

대통령 직속 재정개혁특별위원회가 내놓은 권고안은 부동산과 이자 등 불로소득에 대한 과세를 강화하자는 것이었다. 정부는 종합부동산세에 대해 적당히 손질한 안을 내놨지만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 확대에 대해서는 즉각 반대하고 나섰다. 현재 금융소득종합과세는 2000만원을 초과한 이자와 배당소득은 종합소득과 합산해 더 높은 세율을 적용한다. 2000만원까지는 지방소득세를 포함한 원천징수세율이 15.4%지만 초과분은 최대 46.2.%까지 올라간다. 특위는 그 기준을 1000만원으로 낮추자고 권고했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 윤종원 청와대 경제수석비서관 등이 참석한 가운데 경제현안간담회를 열고 최근 현안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러나 김동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정부는 노령·연금자에 미치는 영향, 부동산시장으로의 자금 이동 우려, 납세자가 30만명 이상 늘어나는 데 대한 납세협력비용 등을 고려해 좀 더 신중하게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언론도 ‘징벌적 증세’ 운운하며 정부 편을 들었다. 대상자가 9만명에서 40만명으로 늘어나는데, 이들 중에는 평범한 서민과 중산층이 포함될 수 있다는 근거를 들었다. 세금이 늘면 소비가 위축될 것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청와대마저 “기재부의 선택과 결정을 존중한다”고 했으니 금융소득종합과세 확대는 사실상 물 건너갔다.

 

실제 부담이 얼마나 늘어날지 확인해봤다. 연간 1000만원 이자소득을 얻으려면 금융기관에 얼마를 예치해야 할까. 3년만기 회사채 금리는 연 2.75%, 저축은행 정기예금 최고금리는 연 2.68%이다. 연 2.7% 수익률로 이자 1000만원을 받으려면 3억7000만원가량을 예치해야 한다.

 

한국은행 자금순환 통계를 보면 2017년 말 가계 및 비영리단체 순금융자산은 국민 1인당 평균 3824만원이다. 일반 가계에 소규모 자영업자와 비영리단체 봉사자 등도 포함한 통계이니 실제 가계 금융자산은 훨씬 적을 것으로 추정된다. 평균보다 금융자산이 10배 많은 이들을 ‘서민’이라고 할 수는 없다.

 

다른 소득 없이 순수하게 연간 1500만원 이자소득만으로 생활하는 은퇴자가 있다고 가정해보자. 지금은 원천세율 15.4%를 적용한 세금이 231만원이다. 1000만원 초과액부터 종합과세 대상이 된다면 1000만원까지는 원천세율을 적용해 154만원이다. 초과하는 500만원은 종합소득세율 6.6%(과표 1200만원 이하) 대상이지만, 원천세율과 종소세율 중 높은 쪽 세율을 적용하는 게 과세원칙이어서 초과액도 원천세율을 적용한다. 현행 세제에서도 7500만원까지는 종합과세 대상이지만 원천세율을 적용해 추가 세금은 없다.

 

우리은행 WM자문센터 김언정 세무사는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을 1000만원 초과로 확대하더라도 이자소득만 있다고 가정하면 6500만원까지는 세금이 늘어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금융기관에 24억원을 넣어둔 대자산가도 세금 증가분이 없다는 얘기다.

 

물론 다른 소득이 있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1500만원 이자소득과 1억원 사업소득이 있는 ‘부자’는 어떨까. 1000만원에 대한 세율은 그대로이다. 초과 500만원은 사업소득과 합해 종소세율 38.5%(과표 8800만원 초과~1억5000만원 이하)를 적용한다. 세금은 지금보다 115만5000원 늘어난다. 증가분은 전체 소득의 1%뿐이니 증세 여력은 충분하다.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 확대에 따른 시스템 보완 필요성을 국세청 관계자에게 물었다. “현재 국세청과 은행 전산망으로 충분하다. 클릭 몇 번만 더 하면 될 것”이라는 간명한 답변이 돌아왔다. 정부와 일부 언론의 우려는 기우(杞憂)나 침소봉대(針小棒大)로 치부할 만하다.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인 ‘제이노믹스’의 핵심인 소득주도성장은 경제 불평등 완화와 궤를 같이한다. 불로소득과 자산 불평등은 한국 사회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주원인이다. 금융소득종합과세 확대는 자산 불평등을 완화하는 첫걸음이 될 수 있다. 공론화와 조율이 부족했다면 이제라도 시작하면 된다. 시민이 정권을 전폭적으로 지지하는 지금 하지 못하면 앞으로는 더 힘들어진다.

 

<안호기 경제에디터>

Posted by KHro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