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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월 13일 지면기사 내용입니다-

 

“탈원전, 탈석탄, 재생가능에너지 확대.”

지난 대선, 독특한 성향과 행보를 보인 후보 1명을 제외하고 4명의 주요 후보들이 공통적으로 제시한 에너지 공약이다. 각론에서는 차이가 있었으나, 큰 그림은 일치했다. 정치지도자로서의 소신과 더불어 이제는 안전하고 깨끗한 에너지를 쓰고 싶다는 민심이 반영됐을 것이다. 그중 한 명이 대통령에 당선됐고, 공약 이행을 위해 노후 원전 폐쇄와 건설 초기단계인 원전 재검토를 결정했다. 곧이어 ‘원전 전쟁’이 시작됐다.  

    

탈원전을 비판·반대하는 전문가, 언론, 정당, 산업, 심지어 해외 시민단체의 조직화된 목소리가 하늘을 찌른다. 정부는 숙의 민주주의를 표방한 시민배심원단 결정방식을 택했지만, 힘에 부치는 모양새다. 탈원전 정책의 향배가 초기 문재인 정부의 성패를 가를 핵심 사안으로 비친다. 이 문제를 정부는 어떻게 접근해야 할까?

 

첫째, 승부욕을 버려야 한다. 신고리 5, 6호기 건설 중단을 관철하면 성공이요, 반대세력에 밀려 건설이 재개되면 패배라는 생각에서 탈피해야 한다. 신고리 5, 6호기 외에도 원전 4기가 추가로 계획되어 있다. 설사 이 정부에서 한시적으로 원전 건설이 중단된다고 해도 언제 상황이 뒤바뀔지 모른다. 정부는 ‘국민 에너지 컨센서스’ 구축에 매진해야 한다. 압도적 원전 밀집도 1위 국가이자 지진으로부터 자유롭지 않은 국토라는 사실이 존재한다. 원자력발전 원가가 외국에 비해 턱없이 낮은 이유에 대한 합리적 설명이 없다는 국민 의구심이 여전하고, 원전 독점공급 기업인 한국수력원자력의 책임경영에 대한 국민 신뢰 역시 낮다. 주요 원전건설 기업들의 경영실적이 악화되고 있고, 원전강국 프랑스도 원전 비중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정책전환을 결정했다. 정부는 탈원전 정책의 논거를 국민에게 투명하게 공개하고 전문가들로 하여금 치열하게 논쟁하게 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서서히, 그러나 누구도 쉽게 뒤집지 못하는 에너지 백년대계에 대한 국민 공감대가 형성될 것이다. 맥락이 다르긴 하지만 “내 임기 내에 4대강 사업을 끝내겠다”며 나라를 뒤흔든 이명박 전 대통령의 실정(失政)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둘째, 조급증을 버려야 한다. “인간은 본질적으로 근시안적인가?” 미래에 대한 할인(割引) 정도를 수치화한 ‘사회적 할인율’ 결정과 관련하여 경제학자들이 종종 던지는 질문이다. 사회적 할인율이 중요한 이유는 특정 정책에 따른 편익과 비용을 지금 얼마의 가치로 평가할 것인가의 근거가 되기 때문이다. 논란의 중심에 있는 신고리 5, 6호기의 설계수명은 60년이다. 웬만한 성인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을 미래에 발생할 원전해체 비용을 오늘 얼마로 계산할 것인가는 원전의 경제성 분석에 중요한 요소가 된다. 할인율을 높게 잡으면 미래에 생기는 비용은 현 시점에서 미미하게 평가된다. 반면 태양광 발전과 같은 재생가능에너지는 초기 투자비용은 상대적으로 높지만, 빠른 기술발전 속도나 환경친화성을 고려하면 앞으로 발생할 비용은 지속적으로 낮아질 것이다.

 

사람들은 당장 발생하는 비용에는 민감한 반면 먼 훗날의 비용은 크게 신경 쓰지 않는 경향이 있다. “원전은 가장 싼 발전원”이라는 원자력 학계의 주장은 사고위험비용과 금융비용은 과소평가하면서 미래비용은 높게 할인해서 낮추려는 발상에 근거한다. 탈원전의 요체는 미래세대에게 귀속될 비용을 간과해서는 안된다는 현 세대의 책임의식에 있다. 독일의 탈원전 전략 선택은 삶의 가치를 금전에 두지 않는 다수 구성원의 성향에 기인한 바 크다. 지난 50년 물적 성장을 절대 가치로 여긴 대한민국에서 탈원전 정책에 대한 반발과 저항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긴 관점에서 에너지 대전환에 대한 큰 그림과 잘 준비된 추진전략이 중요하다. 최종 판단은 국민 몫이다.

 

셋째, 에너지 공급과 수요를 균형 있게 살펴야 한다. 최근 논쟁은 원전 공급의 타당성과 그 대안의 현실성 여부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 스탠퍼드대 마크 제이콥슨 교수는 최근 보고서에서 2050년까지 한국의 에너지원을 모두 재생가능에너지로 공급하는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전제조건은 아무 정책을 사용하지 않는 ‘현상유지’(BAU) 상황에 비해 2050년 에너지 수요량을 41% 감축하는 것이다. 적극적 수요관리가 필수적이다. 우리나라의 1인당 전력소비량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유럽국가 평균에 비해 높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가장 큰 이유는 산업부문 소비량이 월등히 많다는 데 있다. 앞으로도 과거처럼 낮은 전력요금을 산업경쟁력의 원천으로 삼는다면 우리 경제의 미래는 어둡다. 전력생산에 따른 외부비용을 일관되게 요금에 반영한다면 이는 에너지 효율성을 높이고 공급 부하를 줄이는 긍정적인 신호로 작용할 것이다.

 

홍종호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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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