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를 6일 앞두고 있다. 그러나 북·미 정상회담과 대법원 재판거래 의혹, 러시아 월드컵 등 국내외 쟁점에 가려져 지방선거는 국민들의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다. 실제 이번 지방선거 과정에서는 자치분권, 지방자치와 관련된 주제가 한 번도 국민적인 논쟁의 대상이 된 적이 없었다. 그렇다고 토지임대부 주택과 환매조건부 주택이라는 반값 아파트 대안을 두고 여야가 치열하게 논쟁을 벌였던 2010년 지방선거 때처럼 창의적인 정책의 도입을 둘러싼 정책대결도 눈에 띄지 않는다. 방탄소년단이나 스포츠 스타까지는 아니더라도 수십년간 마을공동체를 조직하고 발전시킨 스타 주민대표가 발표한 출사표가 국민들의 관심을 끈 기억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지방선거는 우리 정치사나 지방분권 측면에서 너무나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우선 촛불혁명 이후 실시되는 첫 번째 전국 선거이다. 촛불혁명은 대통령 중심제의 권력집중과 대통령의 독선에 대한 국민적인 항거였기에 자치분권을 통해 국가권력의 분산과 생활민주주의의 실현을 기대하는 것은 너무나 자연스럽다. 그러나 촛불혁명을 주도했던 주체들은 중앙권력의 교체와 민주적 정책수립 과정의 복원에 만족한 채 생활민주주의 실현을 위해 스스로 새로운 정치세력을 조직화하고 선도하는 적극성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둘째, 지방분권 개헌이 무산된 이후 실시되는 지방선거이다. 문재인 정부는 연방제에 버금가는 지방분권을 실현하겠다는 의지를 대선공약에서 밝혔을 뿐만 아니라 지방분권 로드맵을 통해 확인하였다. 그러나 대통령이 발의한 헌법개정안은 국회 헌법개정특별위원회 자문위원회가 제시한 조항보다 훨씬 약화된 지방분권 조항이 포함되었지만, 끝내 국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대통령 발의 헌법개정안에는 ‘대한민국은 지방분권국가이다’라는 조항이 ‘대한민국은 지방분권국가를 지향한다’라고 완화되었고 지역을 대표하는 상원제의 도입과 지방의회의 입법권, 과세권, 지방 검찰청장과 경찰청장, 법원장의 선출제 등은 모두 완화되거나 반영되지 못했다. 그러기에 이번 지방선거를 통해 자치권이 주민에게 있음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줘야 하고 실질적으로 연방제 수준의 자치분권 개헌을 위한 추진동력을 확보해야 한다.

 

셋째, 이번 지방선거는 국가적 지속 가능성의 위기를 풀어낼 해법을 찾아내는 과정이 되어야 한다. 오늘날 우리 사회는 저성장과 높은 실업률, OECD 최저의 합계출산율, 높은 자살률과 낮은 국민의 행복도, 사회경제적인 양극화의 심화와 신뢰의 상실이라는 만성적인 ‘한국병’을 앓고 있다. 서울과 수도권의 구심력은 더욱 강해지고 중앙권력 중심, 성장 중심, 물질 중심, 서울 중심으로 가치가 획일화되고 서열화도 심해지고 있다. 이제는 지역, 대학, 학과, 직장, 주택, 결혼배우자 모든 것이 동일한 가치 기준으로 서열이 매겨져서 줄 세워지고 있다.

 

그러나 모든 권력과 자원을 확보하고 있는 중앙정치권력이 누적되고 중첩된 우리 사회의 문제를 대의제를 통해 해결하는 데는 한계가 있음을 온 국민이 매일 확인하고 있다.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 가장 뜨거운 쟁점이 되고 있는 대체에너지, 대학교육, 의료, 노동과 일자리, 미세먼지, 지방분권과 지방자치 등 어느 하나라도 국회가 해법을 선도하거나 합의를 통해 속시원하게 풀어낸 적이 있었던가? 중앙정치권력에 너무 많은 부하가 걸려있을 뿐만 아니라 대의제를 통해 해결하기에는 너무나 현장과의 괴리가 크기 때문이다.

 

1960년대 주한 미대사관 문정관을 지낸 그레고리 헨더슨은 <소용돌이의 한국정치>라는 저술을 통해 서울 중심, 중앙권력 중심으로 모든 자원과 가치가 소용돌이처럼 빨려가는 중앙집권화의 문제점을 통찰력 있게 지적했다. 오늘날 우리 사회는 중앙집권을 통한 능률이나 성과보다는 헨더슨이 해법으로 제시했던 다원화와 분권화를 한국병 치유를 위해 유효한 대안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중앙과 지방은 가장 대표적인 가치서열화와 줄세우기의 현장이다. 지방에서 새로운 삶의 양식과 지방적 해법을 찾아내지 못하면, 중앙정치와 서울의 아류나 식민지를 양산할 뿐이다. 우리는 현재의 자치분권 문제는 아무리 선한 정부라도 의지만으로 풀어내기 어렵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 현실적으로 지역의 가치를 가장 잘 반영하고 소수의 이해를 존중하는 제도가 연방제라면, 연방제를 통한 국가와 지방권력의 개편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 지방분권 개헌을 통해 우리 사회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근본적인 해법으로 지역이 스스로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할 수 있도록 자율성을 부여하는 가장 이상적인 지방권력 구조를 찾아내고 합의를 이끌어내야 한다. 이번 지방선거가 국가의 지속 가능성이나 지역의 자치분권을 위해 또 다른 개혁이 필요하다는 점을 깨닫는 기회가 되길 기대해 본다.

 

<변창흠 세종대 행정학과 교수>

 

Posted by KHro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