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강남지역을 중심으로 폭등하였던 주택시장이 다행히 몇 주째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다. 사실 최근의 충분한 주택인허가와 입주 물량, 지방 미분양주택의 확대, 계속되는 금리 인상, 높은 실업률 등의 상황 때문에 지난해에 주택가격이 급등하리라 예측했던 전문가들은 거의 없었다. 최근 몇 년간의 비이성적인 주택시장의 움직임은 우리나라 주택시장이 매우 불안한 구조 위에 있으며, 주택가격이 객관적인 지표보다는 심리적인 속성에 훨씬 더 큰 영향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잘 보여주었다. 당분간 심리적 요인이나 주택공급 부족 때문에 주택가격이 상승할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그렇다면 지금이 우리나라 주거의 현주소를 되돌아보고 그동안 풀지 못했던 주택정책의 과제들을 해결해야 할 최적기이다. 부동산 가격 폭등기에는 혁신적인 정책들이 과감하게 도입되는 반면, 부동산 투기억제나 주택가격 안정으로만 정책의 효과가 평가되는 한계가 있었다. 조세부담의 공정성과 과세의 투명성을 목적으로 채택된 보유세 강화정책마저도 부동산 투기억제 효과로만 타당성을 평가하면서 부동산 시장 상황에 따라 부침을 겪었던 것이 그간의 사정이었다.

 

그저께 발표된 ‘2017년도 주거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자가점유율은 57.7%에 불과하고 세입자들은 주거불안정이 여전히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임차가구의 월세화는 빠르게 진행되어 전세비중은 39.6%로 줄어들고 현재 주택에 거주한 지 2년이 안되는 가구의 비율이 35.9%에 이르고 세입자의 평균 거주기간은 3.4년에 불과하였다.

 

어느 나라나 주거가 안정되려면 자가주택이나 공공임대주택의 비중이 커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독일이나 일본과 함께 이 두 가지가 모두 작은 예외적인 국가이다. 공공임대주택이나 사회주택의 비중이 30%가 넘는 북유럽 국가와는 다른 상황이고, 그렇다고 독일이나 일본처럼 민간임대주택 거주 세입자들의 임차권이 국가에 의해 강력하게 보장되는 나라도 아니다. 고작 2년간의 계약기간 동안 보호되는 임차권과 예측할 수 없는 임대료 인상의 불안 속에서 그나마 보호장치가 되어 주었던 전세주택마저 월세화되면서 세입자들의 주거불안정성은 커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제 우리나라 주거안정을 위한 정책방향은 크게 세 가지이지만, 모두 힘겨운 합의가 필요하다. 첫째, 자가주택의 비중을 높이되 주택가격이 급등하지 않아야 한다. 이 정책의 핵심은 시세보다 저렴한 주택을 얼마나 많이 공급할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 둘째, 공공임대주택의 비중을 확대하되, 재정적인 부담이 크지 않아야 한다. 국공유지를 활용하거나 민간사업자에게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공공임대주택 건설을 의무화하는 방법을 활용해야 한다. 마지막으로는 민간임대주택 소유자들이 세입자들의 장기 거주와 임대료 인상률 제약을 수용해야 한다. 사유재산권에 대한 제한에 동의가 전제되어야 한다.

 

그동안 문재인 정부는 수차례의 부동산 정책과 주거복지로드맵을 통해 주거안정을 위한 강력한 의지를 보여주었다. 더구나 지난 3월 문재인 대통령이 발의한 헌법 개정안에서는 주거권을 헌법상 국민의 권리로 명문화하였다. 그동안 헌법 개정안 중에서 유일하게 토지공개념 조항만 쟁점으로 부각되었지만, ‘모든 국민은 쾌적하고 안정적인 주거생활을 할 권리를 가진다’라는 헌법 개정안의 주거권 규정은 그보다 더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고 할 수도 있다. 주거안정을 위한 국가의 강한 책임과 의무를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J 케메니는 복지국가를 떠받치는 네 개의 기둥 중 주택은 의료보호, 사회보장, 교육과 달리 시장에서 쉽게 공급될 수 있기 때문에 가장 취약한 복지정책 부문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사회적으로 어떻게 합의하는가에 따라 주택이 공공복지영역일 수도 있지만, 시장을 통해 상업적으로 공급될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많은 전문가들은 우리나라는 여전히 주거 문제를 시장을 통해 해결하는 시장주의 국가로 분류하는 데 동의한다. 주거를 국민의 권리로 인정하는 사회민주주의 국가나 사회적 합의를 통해 해결하는 조합주의 국가와는 뚜렷한 차이가 있다.

 

우리나라 주택시장은 지난 몇 년간 점점 더 상업화, 자산화, 금융화되고 있다. 부동산 거래 활성화와 주택가격 상승을 기대하는 종사자의 비중이 급격하게 늘고 있고, 부동산 가격 상승을 전제로 운용되는 투자상품이 급속히 증가하고 있다. 거대한 부동산 투자의 흐름 속에서 주택이 복지국가의 한 축으로서 힘겨운 역할을 담당하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주거권을 보장하기 위한 큰 틀의 합의가 필요하다.

 

서울면적의 6분의 1밖에 되지 않는 파리시는 공공투자 예산의 약 30%를 주택부문에 쓴다. 지난해 파리주택공사 아비타를 방문했을 때 어떻게 그것이 가능하냐고 물었더니 프랑스는 대혁명을 거친 국가이며, 주거권은 시민의 가장 중요한 권리라는 것이 대답이었다.

 

<변창흠 세종대 행정학과 교수>

 

Posted by KHro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