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사람들은 가뭄과 홍수가 발생하면 임금이 정치를 잘못하여 하늘이 내린 벌이라 생각했다. 그러면 임금은 민심을 달래기 위해 나에게 허물이 있는데 왜 백성에게 벌을 내리는가 하늘에 묻고 자신의 부덕을 고하는 제사를 지내야 했다. 수천년의 세월이 흘렀어도 미신은 바뀌지 않았다. 강우량이 경제성장률로 바뀌었을 뿐.

 

사실 5년 집권의 대통령이 임기 중의 경제성장률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 금융위기 중이 아니라면 재정을 통하여 미세한 성장률 등락을 유도할 수 있을 뿐이다. 특히 한국과 같이 무역의존도가 높은 경제에서는 외국 상황이 성장률의 단기 변동에 중대한 요인이 된다. 작년 한국 경제가 기대보다 높았던 3.1%의 성장을 한 것이 정부 덕택이 아니듯 금년 성장률이 2.7%로 내려가더라도 이를 정부 탓으로 돌릴 수는 없다. 물론 막강한 권한을 가진 대통령은 경제정책을 크게 변화시킬 수 있다. 그러나 그 효과는 차기나 차차기 대통령 때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한국 경제의 장기적 성장률 하락에 대한 평가에도 과학보다는 미신과 이념이 가득하다. 이명박 후보에게 승리를 가져다준 2007년 대선 한나라당의 선거 구호는 ‘잃어버린 10년’이었다. 1998년 외환위기 전까지는 한국 경제가 고도 성장을 유지했었는데 김대중과 노무현 좌파 대통령이 연속 집권하여 성장률이 4%대로 내려앉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명박과 박근혜 대통령 집권 기간 성장률은 3% 초반으로 추가 하락했다. 4%대의 성장이 중도 정부 때문이 아니듯 3%대의 성장도 보수 정부 탓이 아니다. 한국처럼 선진국 추격에 성공한 신흥국에서 성장률이 추세적으로 하락하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추격에 성공할수록 투자할 곳이 줄어들고 복사할 선진국의 기술이 소진되기 때문이다. 추세적 경제성장률 하락을 경제정책의 색깔 탓으로 돌리는 것은 국민을 미혹시키는 일이다.

 

하지만 성장률 하락의 속도가 너무 빠르지 않은가? 경제성장 관련 정책 세미나는 으레 발표자가 한국 경제의 평균 성장률은 2020년대에는 2%대 초반, 2030년대에는 1%대로 하강할 것이라는 국책연구기관의 예측을 보여주면서 시작한다. 한국 경제가 날개 없이 추락하고 있으니 떨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의 성장률 하락이 다른 국가에 비해 너무 급격하다는 진단은 사실과 부합하지 않는다.

 

우선 경제의 장기적 성과를 1인당 국민소득이 아니라 국민총소득의 증가율로 평가하는 것은 경제학의 상식을 벗어난 일이다. 인구증가율이 국가와 시대에 따라 다르고 경제성장의 목적은 국민총소득이 아니라 1인당 소득을 증가시키는 것이기 때문이다. 1인당 소득의 증가율로 계산할 때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지난 수십년간 동일한 소득 수준의 과거 선진국이나 현재 신흥국에 비해 월등히 높았다. 싱가포르나 아일랜드처럼 우리보다 잘한 소국들도 있지만 학생이 전교 2, 3등 할 때 공부 못한다고 혼낼 수는 없는 노릇이다. 또한 대부분의 경제학자들이 머지않아 국민소득 증가율이 1%대로 하락할 것이라 예측하는 것도 인구 감소 때문이다. 국민소득 증가율이 1%로 하락해도 인구 감소로 1인당 소득의 증가율은 2%에 근접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성장 문제에서 정부를 면책하고 안이하게 대처하자고 하는 얘기가 아니다. 인구노령화 와중에서 2%의 1인당 국민소득 증가율을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것이 쉽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선진국들은 후발 공업국에 전통 제조업을 차례로 넘겨주고 서비스 산업 비중을 계속 확대하면서도 빠른 기술진보를 통하여 2%대의 성장률을 오랫동안 유지했고, 그래서 현재의 선진국이 되었다. 4차산업혁명을 선도하는 페이스북, 아마존, 애플, 구글을 다 갖고 있고, 세계 최고의 대학과 가장 효율적인 시장을 갖고 있는 미국도 향후 5년간 평균 1%의 일인당 소득 증가율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우리 경제에는 쇠퇴하는 제조업을 선거 사이클과 독립적으로 구조조정해 나가는 시스템은 언제 생겨날지 묘연하고, 경제의 중추를 이루고 있는 대기업의 대다수는 불확실성이 두려워 신산업 진출을 두려워하고 있으며, 위험하지만 유망한 중소기업을 크게 키워낼 자본시장도 미비하다. 더구나 성장률 유지에 필수적인 서비스 산업의 혁신은 이익 집단의 반발과 규제에 가로막혀 걸음마도 못하고 있고, 창의력을 배양하는 교육개혁은 시도도 못하고 있다. 저소득층의 소득을 증가시키고, 대기업의 경제력을 억제하고, 공정거래를 강화한다고 해결될 문제들이 아니다. 난제 중의 난제지만 서둘러 부딪쳐봐야 할 문제들이다. 정부가 혁신성장의 큰 그림을 너무 늦게 그리기 시작했다.

 

<송의영 | 서강대 교수·경제학>

Posted by KHro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