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 고령화로 한국 경제 잠재성장률이 계속 하락하고 사회복지 지출이 급증하기 때문에 장기재정건전성이 악화된다고 한다. 지금 우리는 한국 경제의 장기지속가능성과 장기재정건전성을 위해서 중대한 결정을 내려야 한다. 재정보수주의자들은 고령화가 사회복지비를 급증시켜 장기재정건전성을 악화시킬 것이므로 지금부터 사회복지를 확대하는 데 신중해야 하며 재정을 튼튼히 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사회복지 부족이 저출산과 생산가능인구 감소, 잠재성장률 하락을 초래하고 한국 경제의 미래까지 위협하는 주요인이라고 보는 사람들은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해 사회복지 지출을 좀 더 적극적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통계청의 장기인구 전망에 따르면 65세 이상 고령인구는 계속 증가하다 2050년대에 들어서면 정체 상태에 들어간다. 반면 15~64세 생산가능인구는 2050년대 이후에도 계속 감소한다. 즉 사회복지비는 계속 증가하는 것이 아니라 2050년대 이후 고령인구가 정체 상태에 도달하면 고령자 복지비 증가도 정체되는 것이다. 그러나 저출산에 의한 생산가능인구는 2050년대 이후에도 계속 감소하기 때문에 노인인구 비율과 노인부양비(고령자/생산가능인구)는 계속 상승한다. 더 심각한 것은 생산가능인구 계속 감소로 잠재성장률 하락과 그에 따른 재정수입 둔화도 지속된다는 것이다. 결국 장기재정건전성과 한국 경제의 장기지속가능성을 위협하는 보다 근본적인 요인은 노인인구가 아니라 저출산과 그에 의한 생산가능인구 감소인 것이다.

 

문제는 지난 십수년 동안 저출산 대책에 백수십조원의 예산을 투입했지만 출산율은 오히려 계속 하락했다는 점이다. 이런 이유로 정부의 저출산 대책으로 출산율이 개선될 수 있는 것인가에 대해서 많은 사람들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요즘 젊은 사람들은 자식을 꼭 낳아야 한다는 인식이 약하고 교육비 부담으로 출산율 저하는 불가피하기에 저출산 대책은 효과를 내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 연구결과를 보면 배우자가 있는 여성의 출산율은 2000년 이후 증가 추세일 뿐만 아니라 2016년 2.23으로 높은 수준이다. 전체 합계출산율 하락의 주원인은 기혼 여성의 출산율 하락 때문이 아니라 청년들이 혼인을 못하거나 늦게 할 수밖에 없어 혼인율 자체가 급락했기 때문이다. 통계에 따르면 고소득층 청년과 저소득층 청년의 결혼율 격차는 심각한 상태이다. 고소득층 청년은 대부분 결혼을 하는 데 비해 저소득층 청년들은 훨씬 작은 비율만 결혼하고 있다. 20~49세 여성 중 독신자 비율은 2000년 29.6%에서 2016년 49%로, 무려 1.7배로 증가했다. 비혼자가 반드시 저소득자인 것은 아니지만, 대체로 사회경제적 여건을 갖춘 사람들은 결혼을 하고 아이도 예전처럼 낳고 있는 반면, 사회경제적 취약계층은 혼인율 급락으로 출산 기회 자체가 없기에 전체 출산율이 하락하는 것이다.

 

정부는 그동안 저출산 대책을 출산과 육아에 대한 보육예산 지원에 중점을 두었다. 결혼을 하여 아이를 낳았다는 것은 그만큼 사회경제적 여건이 상대적으로 좋다는 것인데, 정부 저출산 대책은 바로 이들에게 집중했던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기혼자에 대한 출산·육아 지원 중심의 저출산 대책만으로는 전체 출산율을 높이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청년들이 결혼할 수 있도록 소득과 주거 안정을 지원하는 대책을 강화하고 있다.

 

청년들이 기본적인 결혼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소득과 주거 안정을 마련해주는 것은 단순한 소비성 사회복지 지출이 아니라 한국 경제의 장기지속가능성을 위한 사회투자라고 봐야 한다. 재정보수주의자들은 현 세대를 위한 사회복지 지출이 미래세대의 부담을 증가시키는 것이라고 비판한다. 그러나 저출산 문제가 완화되지 않고 현재처럼 지속되면 미래세대는 결국 생산가능인구 1명이 노인인구 1명을 부양하는 시대를 살아야 한다. 과연 재정건전성을 위해서 미래세대가 이런 세상에서 살도록 방치하는 것이 현 세대의 책임 있는 태도인지 묻고 싶다.

 

유배우자 여성의 출산율이 높다는 것은 청년들의 소득·주거 안정으로 결혼율이 올라가면 출산율도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문재인 정부의 시대적 책무 중 하나는 결혼격차가 발생할 정도로 심각한 사회경제적 불평등을 완화하면서 소득·주거 안정 등 사회복지를 강화하고 이를 재정적으로 지원할 증세 계획을 마련하는 것이다.

 

<조영철 고려대 경제학과 초빙교수>

 

Posted by KHro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