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8월 2일자 지면기사-

 

최근 청와대가 조직개편을 통해 자치분권비서관과 균형발전비서관을 분권발전비서관으로 통합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자치분권과 균형발전을 담당하는 비서관실의 기능을 유기적으로 통합하고 강화하자는 의미라는 설명이 뒤따랐다. 그러나 이번 조직개편을 기능적 효율성으로만 해석하기 어렵다는 시각이 많다. 특히 문재인 정부에서 자치분권과 균형발전정책이 일자리 창출이나 자영업 등에 우선순위가 밀리고 있다는 불안감까지 만연하고 있다. 더욱 걱정되는 것은 이러한 지적이 중앙언론보다는 지방언론에서 집중적으로 제기되고 있다는 점이다.

 

자치분권과 균형발전을 하나의 통합된 주제로 다루어 온 것은 문재인 정부의 일관된 입장이었다. 국정운영 5개년계획에서 자치분권과 균형발전을 동시에 추진하는 정책으로 인식하고 ‘고르게 발전하는 지역’을 5대 국정목표 중의 하나로 설정하였고 자치분권과 균형발전을 동시에 추진하는 정책으로 인식했고, 4대 복합·혁신과제 중의 하나로도 선정했다. 정부 출범 초기에 대통령 직속 자치분권위원회와 국가균형발전위원회를 통합하는 방안을 심도 있게 논의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두 위원회가 세종시와 제주도 특별위원회를 공동으로 운영하고 두 위원장이 교차하여 상대 위원회에 참여할 만큼 어느 때보다 협력이 잘 이루어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많은 국가에서 지역불균형의 원인은 바로 중앙집권적인 정치구조에 있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지방분권은 균형발전을 위한 전제조건일 수 있다. 국내에도 널리 알려진 <도시의 승리>의 저자 글레이저(E Glaeser) 교수와 그의 동료 에이즈(A Ades)는 불안정한 독재국가에서는 중심도시에 전체인구의 37%가 집중하는 반면, 안정적인 민주주의 국가에는 23%만이 집중한다는 연구를 발표한 적이 있다. 민주주의와 분권이 균형발전에 기여한다는 사실을 객관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실제 미국이나 독일과 같은 연방제 국가들은 우리나라나 일본, 프랑스와 같은 단방제 국가들보다 지역이 균형있게 발전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치분권과 균형발전 정책에 대한 통합에 우려를 표하는 것은 두 가지 이유에서 찾을 수 있다. 우선, 상충되는 두 가지 가치를 동시에 추진한다고 선언하면서 이를 조정하기 위한 원칙과 제도적 장치에 대한 고민이 잘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상충될 수 있는 슬로건이나 가치를 동시에 추진하겠다는 주장은 자칫 구두선이나 원칙론에 그칠 우려가 있다. 녹색성장, 지속 가능 발전, 개발과 보전을 중시하는 도시재생, 자유와 평등 등이 실행력을 갖추기 어려운 것은 바로 그 이유 때문이다.

 

자치분권과 균형발전은 상호 보완적이기도 하지만, 실제 구체적인 정책 현장에서는 많은 경우 딜레마 상황이거나 길항관계에 있는 경우가 많다. 이미 불균형 발전 상황이 심각한 우리나라 현실에서 각 대도시나 시·도에 자치권과 자주조세권을 부여하는 경우 기존의 불균형이 더욱 심화될 우려가 있다. 이 때문에 자치분권 정책을 추진할 때 이에 상응하는 균형발전 장치들을 반드시 마련해야 한다. 수도권 규제나 공공기관 이전, 균형발전을 위한 재정조정제도 등이 구체적으로 논의되어야 하는 이유이다.

 

둘째, 자치분권과 균형발전에 관련된 문재인 정부의 목표와 비전은 너무나 분명하고 강력했던 반면, 가시적인 정책 성과가 아직 나타나지 않았다는 점이다. 연방제에 버금가는 지방자치를 하겠다는 의지를 여러 차례 표명해왔고 이를 추진하기 위한 자치분권 로드맵(안)도 발표하였다. 그러나 어느 단위의 지방정부에 연방제 수준의 자치권을 부여할 것인지 명확하지 않고 국가기능의 지방이전 방안에 대한 논의도 아직까지 활발하지 않다. 정책기획위원회 산하에 재정분권 TF를 구성하여 국세와 지방세 비율을 현행 8 대 2에서 7 대 3으로 전환하는 재정분권 방안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나, 여전히 공론화되지 않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월에 개최된 국가균형발전 비전과 전략 선포식에 참석해서 참여정부보다 더 강력하게 균형발전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자치분권이 강화될수록 중앙정부의 균형발전을 위한 조정기능은 약화될 수 있지만, 이를 보완하기 위한 정책수단 논의는 구체적으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분명 참여정부 때보다 자치분권과 균형발전을 추진하기에 더 좋은 여건을 갖추고 있다. 다수당일 뿐만 아니라 압도적인 국민의 지지를 받고 있다. 얼핏 모순으로 보이는 자치분권과 균형발전이라는 두 가치를 동시에 달성하려면 조직의 통합을 넘어서서 정치적 결단과 정교한 정책설계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치열한 공론화가 이루어져야 한다. 6·13 지방선거에서 실행하지 못했던 지방분권개헌은 좋은 계기일 수 있다. 분권발전비서관 신설을 계기로 자치분권과 균형발전이 공존할 수 있는 국민적 합의를 도출하길 빈다.

 

<변창흠 세종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Posted by KHro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