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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경제야, 이 멍청아!(It’s the Economy, Stupid!)”

1992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빌 클린턴 후보가 사용했던 유명한 선거구호다. 이것만큼 효과적인 구호도 드물지 않았나 싶다. 아버지 부시 대통령의 걸프전 승리(1991년)라는 거대한 업적이 이 구호 하나로 완전히 무색해졌기 때문이다.

 

전략도 탁월했다. 하늘처럼 받들어야 할 유권자를 감히 멍청이라고 부르다니. 게다가 선거 기간에? 아무리 40대 중반의 젊은 나이라지만 당돌하기 이를 데 없지 않은가? 그러나 ‘멍청아’라는 무례한 표현은 클린턴에게 무관심했던 유권자들의 이목을 집중시켰고, “문제는 경제야”라는 말의 의미를 곰곰이 생각해 보도록 만들었다. 그리고 빌 클린턴은 대성공을 거두어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멍청아!’가 나오는 꽤 유명한 구호가 하나 더 있다. “간결하게 만들어, 이 멍청아!”가 그것이다. 정책을 설계하거나 계획을 수립할 때, 너무 복잡해지지 말아야 한다는 경계의 의미로 자주 쓰인다. 영어로는 “Keep It Simple, Stupid!”인데, 각 단어의 앞 글자를 따서 K I S S 원칙이라고도 부른다. 입맞춤이란 뜻도 있어 기억하기도 좋다.

 

한(漢)나라 유방(劉邦)의 약법(略法)3장은 K I S S 원칙의 전형적 사례다. 살인하지 말고, 남을 해치지 말며, 도둑질하지 말라는, 세 가지 법만 지키면 된다고 했다. 복잡하고 잔인했던 법의 그물에 옥죄여, 진저리 치던 진(秦)나라 백성들은 유방의 약법3장에 환호했고 민심은 순식간에 한나라로 넘어갔다.

 

우리 사회에서 K I S S 원칙이 가장 필요한 부분을 꼽으라면 무엇보다 먼저 대입전형 제도를 들고 싶다. 불과 4년 전, 대입전형의 가짓수는 3000개에 달했었다. 수험생을 성적순으로 줄 세우지 말고 뽑는 방식을 다양하게 만들어 달라고 했더니, 전형방식을 3000가지로 늘려 놓은 것이다. 대학 입시가 난수표처럼 복잡하다는 말은 빈말이 아니었다. 정말 해도 너무했었다.

 

박근혜 정부는 출범 당시 ‘대입전형 간소화’를 약속했지만, 4년이 지나도록 의미 있는 진전은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다. 지난 2월 학생과 학부모, 교사 2만5000여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도 대입전형이 복잡하다는 응답은 90%를 넘었다. 수험생이나 학부모는 물론 선생님들까지도 대입전형 담당교사가 아니면 입시상담을 하기 어렵다고 한다. 심지어 입학사정관들조차 자기네 대학의 전형에 대해 충분히 알지 못한다는 얘기가 나돌았다. 이쯤 되면 수험생과 학부모의 입에서는 “간결하게 만들어, 이 멍청아!”라는 말이 저절로 튀어나올 수밖에 없다.

 

전형방법의 가짓수가 많다는 것 자체가 문제의 전부는 아니다. 가고 싶은 대학에 합격하려면 무엇을, 어떻게, 얼마나 준비해야 하는지 학생의 입장에서는 합리적으로 파악해 내기가 굉장히 어렵다.

 

왜 붙었는지 이유를 모르고 합격하고, 왜 떨어졌는지 이유를 모르고 불합격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성공의 이유는 대박이 났기 때문이고, 실패의 이유는 운이 나빴기 때문이라고 믿게 만들면 곤란하다. 아이들로 하여금 성인이 되는 길목에서 누구나 한번쯤 “인생은 운(運)”이라는 것을 배우고 경험하게 하자는 얘긴가?

 

어떤 활동으로 학교생활부를 채우느냐, 같은 활동이라도 어떻게 포장하느냐, 그리고 그것을 입학사정관들이 어떻게 받아들이냐에 당락이 갈린다. 본인의 능력과 노력만으로는 불충분하다는 불안한 마음에 학원을 찾게 된다. 입시제도가 복잡해지면 복잡해질수록 학원과 사교육의 존재감은 더더욱 커진다. 교육의 대물림을 방지하겠다며 시작한 제도였는데, 어처구니없게도 돈 없는 사람들은 원하는 대학에 갈 엄두를 못 내게 만들었다.

 

자기소개서도 학원에서 써 줘야지 본인이 썼다가는 필패라는 말도 있다. 본인이 써야 할 자기소개서를 학원이 대신 써주고 대학은 남이 쓴 자기소개서를 색출해 내느라 첨단 과학적 방법을 동원하고…. 이게 무슨 난리소동인가? 우리 교육이 꼭 이런 모습이어야 하나?

 

<전쟁과 평화>에서 톨스토이는 “위대한 결실을 맺는 생각은 언제나 간단한 생각이었다”라고 말한다. 복잡하고 정교한 제도가 반드시 좋은 제도란 법은 없다. 너무 복잡해지면 오히려 제 기능을 못한다. 난마처럼 얽혀 풀리지 않는 매듭이라면 단칼에 잘라버리는 것도 방법이다.

 

교육부를 폐지하든, 그 역할을 축소하든 입시제도만은 제발 예측 가능하고 간략하게 만들어주길 부탁드린다. K I S S!

 

박종규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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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