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구속된 후, 삼성의 앞날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높다. 국민 경제에서 차지하는 삼성의 비중이 20% 이상이다 보니, 국민들의 관심이 집중되는 것은 당연하다. 특히 이 부회장의 혐의가 뇌물죄에 그치지 않고 횡령 및 배임, 재산 국외도피, 범죄수익 은닉 등을 망라하고 있어 이 부회장의 복귀를 점치기가 쉽지 않다.

 

이런 가운데 삼성전자의 정기 주주총회가 다가오고 있다. 이번 주총에서는 작년 10월27일 임시 주주총회를 통해 사내이사로 선임된 이재용 이사에 대해 어떤 형태로든 주주들의 입장 표명이 불가피하다. 이와 관련하여 삼성전자의 이사회는 이 부회장의 이사직을 그대로 유지시키자는 쪽으로 의견을 모은 듯하다.

 

그러나 과연 이런 결정이 삼성전자를 위해 가장 좋은 결정인가에 대해서는 의문이 있을 수 있다. 특검이 헛짓을 하고 영장담당 판사들이 까막눈이 아니었다면, 이 부회장의 범죄 혐의는 상당한 정도 소명되었다고 보아야 한다. 그중에는 횡령 및 배임과 같이 ‘자신이 이사로서 충실 의무를 부담하고 있는 회사’를 상대로 한 범죄 행위 혐의도 포함되어 있다. 쉽게 말해 혐의 내용이 회삿돈 빼돌려 자신을 위해 써서 회사에 손해를 끼치고 결과적으로 주주에게도 손해를 끼쳤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주주들이 “이 부회장은 앞으로도 계속 이사직을 수행하라”고 결정할 수 있겠는가.

 

구속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특검 사무실로 소환되고 있다 . 이준헌 기자

 

언뜻 보면 주주의 의사결정은 주주 맘이다. 주주가 “이 부회장의 행위 때문에 내가 과거에 손해 본 것도 행복하고 앞으로 손해 봐도 행복하니까 이 부회장이 계속 회사 일을 봐 달라”고 하면 그뿐이라고 볼 수도 있다. 정말 그럴까?

 

그렇지 않다. 정확히 말하면 주주에 따라 다르다. 자기 돈 넣고 주주가 된 사람은 맘대로 해도 된다. 그러나 남의 돈을 맡아서 그 사람의 이익을 위해 그 돈을 운용할 ‘충실 의무’를 부담하고 있는 기관투자가는 다르다. 기관투자가의 의사 결정은 돈을 맡겨준 투자자의 입장에서 그들에게 손해가 가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는 것이어야 한다. 이것이 요새 한참 유행하는 ‘스튜어드십 코드’의 핵심 취지다.

 

그렇다면 스튜어드십 코드에 따라 또는 충실의무에 따라 삼성전자의 주주총회에서 의사결정을 해야 할 기관투자가들은 누구일까? 우선 삼성전자 주식을 약 9% 보유한 단독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이 있다. 국민연금은 연금 수급권자의 이익을 위해 투자자산에 대한 의사결정을 해야 한다. 특히 2년 전, 구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과정에서 삼성을 위해 국민들에게 손해를 끼쳤던 어두운 과거가 있기 때문에 이번에 더욱 제대로 해야 한다.

 

두번째 기관투자가는 삼성전자 주식을 8%가량(특별계정 포함) 가지고 있는 삼성생명이다. 삼성생명은 보험계약자 또는 특별계정 투자자를 위해 의사결정을 해야 할 기관투자가이다. 삼성생명은 삼성그룹의 계열회사다. 따라서 금융 및 보험회사의 계열사에 대한 의결권 행사를 제한하는 공정거래법 제11조의 적용대상이다. 그러나 임원의 선임 또는 해임은 공정거래법이 예외적으로 다른 특수관계인의 지분을 합하여 15%까지는 의결권 행사를 허용하고 있다. 따라서 이 부회장의 이사 선임 또는 해임 안건에 대해서는 충실의무에 따라 의결권을 행사해야 한다.

 

그렇다면 이 부회장의 이사직과 관련하여 국민연금 및 삼성생명이 해야 하는 일은 무엇인가? 우선 이 부회장이 삼성전자에 끼친 손해에 대한 배상 여부를 분명하게 확인해야 한다. 이 부회장의 행위를 형사적으로 처벌하는 것과, 이 부회장이 회삿돈을 빼돌려 회사에 손해를 끼친 부분에 대해 이 부회장에게 민사적 배상을 요구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따라서 국민연금과 삼성생명은 먼저 이 부회장이 이사 또는 사실상의 이사로 행동하면서 삼성전자에 손해를 끼친 부분에 대해 손해배상할 것인지를 확인해야 한다. 만일 이 부회장이 이를 거부하면 그때는 주주총회에서 이 부회장의 이사직 유지에 반대하고, 삼성전자에 대해 이 부회장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할 것을 촉구해야 한다. 만일 삼성전자의 이사들이 이 요구를 거부하면 국민연금은 삼성전자의 이익을 위해 주주대표소송을 제기해야 한다. 그것은 비단 삼성전자의 이익을 위한 것만이 아니라, 연금 수급권자인 국민들에게 충실의무를 다하는 길이고 명시적으로 도입했건 그렇지 않건 간에 스튜어드십 코드의 취지에 부합하는 길이다.

 

이 부회장의 잘못된 선택의 결과로 삼성전자의 국제적 평판은 이미 상당히 추락했다. 2년 전 합병 건 때문에 국민연금의 신뢰도도 추락한 지 오래다. 다가오는 삼성전자 주주총회는 이런 의미에서 삼성전자나 국민연금 모두에 새 출발의 기회다. 이번에는 주주와 연금가입자를 위한 선택을 하기를 기원한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경제학부

Posted by KHro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