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들의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탈퇴가 이어지고 있다. 산업은행 등 금융권에 이어 27일에는 4대 그룹 가운데 하나인 LG와 12위인 KT가 탈퇴를 선언했다. LG그룹은 “내년부터 전경련 회원사로서 활동에 참여하지 않을 계획이며 회비 또한 납부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앞서 이달 초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삼성과 SK도 탈퇴를 천명한 바 있어 전경련은 기둥뿌리가 흔들리고 있다. LG가 4대 그룹 가운데 선두로 탈퇴 선언을 하자 “LG 제품 구매운동을 벌이자”는 등 큰 호응이 잇따르고 있다. 그만큼 전경련의 분탕질에 시민들의 분노가 컸던 것이다.

 

전경련은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의 한 축으로 적극 개입했다. 전경련은 청와대로부터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 출연 요구가 있자 기업들의 의사는 묻지도 않고 출연금 청구서를 보내 800억원에 가까운 돈을 갹출했다. 전경련이 뻔뻔스러운 일을 대담하게 벌일 수 있던 것은 과거의 못된 버릇을 버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전두환 대통령 당시 일해재단 출연금 모금, 노태우 대통령 때 대선비자금 모금 사실이 드러나 곤욕을 치렀으나 구태를 버리지 못한 것이다.

 

LG그룹이 27일 올해 말로 전경련에서 탈퇴하기로 결정하면서 주요 회원사들의 전경련 탈퇴가 줄을 이을 전망이다. 이날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 모습. 연합뉴스

 

기업들은 수억원에서 많게는 100억원이 넘는 돈을 댔다. 여기에는 최고 권력층에 밉보이지 않으려는 ‘보험료’의 성격과 함께 대기업에 유리하게 정책을 이끌려는 의도가 있었다. 이른바 정경유착을 통한 호의를 기대한 것이다. 실제 전경련은 재계를 대신해 노사정위원회, 미래성장동력특별위원회, 최저임금위원회, 국민연금기금운영위원회 등에 참여하고 있다.

 

이제서야 전경련은 ‘싱크탱크로의 전환’ 등 조직 쇄신방안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주요 회원사에 “쇄신안을 내놓을 때까지 탈퇴를 보류해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국정농단에 부역해 ‘완장’을 차고 기업들을 닦달했던 이승철 부회장이 “개혁의 주체가 되겠다”고 했다. 정경유착의 고리 역할을 한 이 부회장이 아직도 사퇴하지 않고 주체 운운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쇄신이나 개혁은 조직의 미래가 있을 때만 의미가 있다. 고도성장기에 역할을 했던 전경련의 소임은 끝났다. 전경련은 보수단체인 어버이연합을 우회지원하고, 산하기관인 자유경제원은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총대를 멘 사실이 드러났다. 스스로 정권의 하수인으로 나섰고 기업에 대해서는 상전 노릇을 하는 괴물로 변한 지 오래다. 전경련은 하루빨리 문을 닫아야 한다. 다른 길은 없다.

 

Posted by KHro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