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유럽 등에서 ‘전 세계의 일본화’ 우려가 터져 나오고 있다. 무차별적인 재정·통화확장 정책에도 불구하고 경제 회복은커녕 일본처럼 만성 장기 침체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 역시 최경환 부총리가 취임 뒤 ‘일본화’를 막겠다며 선진국의 처방을 답습하고 있지만 이 같은 정책이 오히려 ‘일본화의 공포’만 키우는 것은 아닌지 면밀히 따져봐야 한다.

외신에 따르면 요즘 독일, 미국, 일본의 10년물 국채 수익률이 급락하고 있다. 독일은 1% 이하로 떨어졌고, 아베노믹스 이후 나아진 듯하던 일본도 2년 전인 0.5% 이하 수준으로 회귀했다. 미국도 1년2개월 만에 2.3% 이하로 추락했다. 우크라이나 사태가 직접 계기가 됐지만 무차별적인 경기부양에도 세계 경제의 취약성이 확인되면서 투자자들이 상대적으로 안전한 선진국 국채를 사들인 결과다. 실제 독일은 2분기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유로존 전체도 제로 성장에 그쳤다. 일본은 부가세 인상 여파로 2분기 마이너스 6%대의 성장률을 보였다. 미국은 회복세가 이어지는 듯하지만 소비자들이 줄어든 일자리와 부채부담 때문에 지갑을 열지 않는다. 이 때문에 “영구적 침체”(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무차별적인 돈 풀기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의 투자와 소비가 위축되고 임금, 물가상승률이 둔화되면서 성장의 한계를 보이고 있다는 뜻이다.

정영택 한국은행 경제통계국장이 한국은행 본관에서 올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을 발표하고 있다._ 뉴시스


지난해 경상흑자 707억달러, 올해 성장률 전망치 3.8% 등 한국은 상대적으로 나아보이지만 피부로 느끼는 상황은 선진국과 크게 다르지 않다. 우리가 우려하는 것은 최경환 경제팀의 처방이다. 최 부총리는 일본의 전철을 밟지 않겠다면서도 일본식 경기부양 해법을 흉내내고 있다. 심지어는 부동산 시장을 살린다는 명분으로 주택담보인정비율 규제까지 해제했다. 일본이나 미국 부동산 거품 얘기가 나올 때마다 우리는 규제가 있어 안전하다고 말해온, 안전판을 스스로 무장해제해 버린 것이다. 잇단 부양책으로 부동산과 주식시장에 온기가 도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는 시쳇말로 ‘관제 시세’로 보는 게 적합하다. 실물이 따라주지 않는 부양은 거품이고, 이는 오래가지 않는다. 여기에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인구구조 변화, 갈수록 심화되는 양극화, 일본보다 심각한 가계부채 문제 등은 과거에 경험하지 못한 것들이다. 이런 상황에서 내수회복은 힘들다. 이는 단순히 성장률을 높인다고 풀릴 문제가 아니다. 확장정책의 단꿈에서 벗어나 지금이라도 패러다임을 다시 짜야 한다.

Posted by KHro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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