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지난해 7월 박근혜 대통령과 개별 면담한 것으로 확인된 재벌 총수들을 소환조사했다. 검찰은 그제와 어제 정몽구 현대차 회장, 김승연 한화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구본무 LG 회장, 최태원 SK 회장, 손경식 CJ 회장 등을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했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 7월24일 청와대에서 기업 관계자 17명이 참석한 공식 간담회가 끝난 뒤 당일 오후와 다음날 모처에서 재벌 총수 7명과 차례로 독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7월은 미르재단의 설립 작업이 구체적으로 논의되던 때여서 박 대통령이 재벌 총수들에게 자금 출연을 직접 요청했을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돼왔다. 박 대통령이 재벌 총수와의 독대 자리에서 미르·K스포츠 재단의 강제 모금에 나섰다면 포괄적 뇌물죄 적용까지 가능하다.

 

지난해 7월 박근혜 대통령과 비공개 면담을 한 것으로 알려진 대기업 총수들이 주말 검찰에 줄줄이 출석해 조사를 받은 가운데 손경식 CJ그룹 회장(위 사진)과 한 대기업 총수(아래)가 13일 차량을 타고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으로 들어가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parkyu@kyunghyagn.com

 

미르·K스포츠 재단에 자금을 댄 재벌 기업들은 청와대와 ‘비선 실세’ 최순실씨의 압박으로 돈을 낼 수밖에 없었다며 자신들은 ‘강제 모금의 피해자’라고 강변하고 있다. 하지만 권력에 협조한 뒤 반대급부로 각종 민원을 제기해 특혜를 받은 ‘자발적 공범’일 가능성이 높다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미르·K스포츠 재단에 자금 출연한 주요 기업 및 현안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는 전두환·노태우 정권 때와 같은 정경유착의 추악한 실상을 여지없이 보여줬다. 한국의 재벌들은 역대 정권에 ‘뒷돈’을 대주며 쥐꼬리만 한 지분으로 계열사를 좌지우지하는 황제경영을 해왔다. 한국 재벌의 성장사는 돈과 권력 간 검은 거래의 역사라는 말이 그냥 나온 게 아니다. 검찰은 재벌들이 어떤 대가를 바라고 강제 모금에 응했는지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 검찰이 재벌 총수들을 소환해 면죄부용 조사로 어물쩍 넘어간다면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을 수도, 재벌개혁을 이뤄낼 수도 없다.

Posted by KHro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