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외환정책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내년 3월부터 외환시장 개입 내역을 공개하기로 했다. 외환시장의 적응기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고려해 우선 6개월 단위로 순거래(총매수-총매도) 내역을 공개하고, 1년 뒤부터는 3개월 단위로 공개할 방침이다. 정부는 17일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열어 이런 내용의 ‘외환정책 투명성 제고방안’을 확정했다. 외환시장 개입 내역 공개는 국제 외환시장에서 차지하는 한국의 위상을 고려할 때 불가피한 측면이 없지 않다.

 

그동안 미국 재무부는 한국의 대미 무역흑자 규모를 줄이기 위해 매년 4월과 10월 ‘환율조작국’ 지정을 거론하며 외환시장 개입 내역 공개를 압박해왔다. 국제통화기금(IMF)도 2016년 연례협의보고서에서 적절한 시차를 두고 외환시장 안정화 조치 내역을 공개할 것을 권고한 바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5개 회원국 중 외환시장 개입 내역을 공개하지 않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는 점도 적잖은 부담이 돼왔던 것이 사실이다. 미국·영국·일본 등은 외환시장 개입 내역을 분기 또는 월 단위로 공개한다.

 

한국은 1962년 외환시장 문을 연 이후 한번도 개입 내역을 공개하지 않았다. 외환당국은 그동안 급격한 환율변동이 있을 때만 ‘미세조정’하는 선에서 외환시장에 개입해왔다. 이로 인해 국제 외환시장에서는 한국 정부가 수출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원화가치 저평가를 유도하고 있다고 의심하기도 했다. 게다가 외환시장 참가자들이 외환당국의 개입을 예상하고 거래에 나서 환율 변동성을 키우는 부작용도 발생했다. 하지만 외환시장 개입 내역을 공개하면 한국의 외환정책 투명성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공동합의문 수준으로 높아지게 된다.

 

일각에선 외환시장 개입 내역이 주기적으로 공개되면 환율 변동성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하지만 정부는 환율은 시장 수급에 의해 결정된다는 원칙을 유지하고 있는 만큼 개입 내역 공개에 따른 부정적인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외환시장의 급격한 쏠림현상이 나타나면 적절한 시장 안정화 조치를 취한다는 방침에도 변함이 없다고 했다. 정부는 환율주권을 지키면서 외환시장 개입 내역 공개에 따른 부작용을최소화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 그래야 국제 외환시장에서 신뢰도 얻고, 실익도 챙길 수 있다.

Posted by KHro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