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8일 중견조선사인 성동조선에 대해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밟기로 했다. 말이 법정관리이지 자본잠식 상태인 데다 보유현금도 없어 청산될 것으로 보인다. STX조선은 수주잔량이 남아 있는 점을 들어 추가 자금지원 없이 연명시키기로 했다. 다만 1개월 내에 노사합의로 고강도 자구계획안을 내놓지 못하면 법정관리에 들어가겠다고 통보했다. 이번 결정은 실패한 기업은 더 이상 세금으로 연명시키지 않겠다는 뜻을 명확히 했다는 점에서 과거보다 진일보한 것이라 평가할 수 있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두 회사가 버틸 수 없는 한계지점까지 간 상황에서 나온 도리 없는 선택임을 감안할 때 실패한 구조조정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오른쪽)과 은성수 수출입은행장이 8일 서울 산업은행본점에서 STX조선과 성동조선에 대한 컨설팅 결과 및 처리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김창길 기자

 

두 회사는 2010년 채권단 주도의 자율협약에 들어간 뒤 총 12조원이 투입됐다. 중대형 탱커를 주로 생산하는 성동조선은 그간 4조원이 투입됐지만 현재는 숨만 붙어있는 상태다. 수주잔량은 5척 남아있지만 선주 요청으로 건조작업에 들어가지 못해 도크는 비어있다. STX도 위태위태하다. 정부는 STX가 16척의 수주잔량을 바탕으로 내년 3분기까지 버틸 수 있다고 말했다. 2월 말 자금이 1475억원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8년간 쏟아부은 혈세 8조원이 연기처럼 사라지고 고작 2%만 남아 있는 것이다. 두 회사가 이 지경에 이른 것은 실업·지역경제·산업붕괴 사이에서 오락가락하면서 결단을 내리지 못한 채 업황회복만 기대하면서 구조조정을 미룬 결과이다. 당연히 구조조정 실패 책임을 물어야 한다.

 

‘좀비기업’을 제때 구조조정하지 못하면 기업 생산성이 악화되고 종국에는 한국 경제의 총생산성마저 떨어뜨린다는 것은 상식이다. 적극적인 구조조정만이 산업 생태계에 활력을 불어넣는다는 뜻이다. 한때 한국을 상징했던 산업이 중국 등의 추격 등으로 최악의 상황에 놓여있다. 조선은 물론이고 자동차, 철강 등 전통산업의 구조조정은 미룰 수 없는 과제이다. 정부는 지난해 한진해운 사태 이후 금융과 산업 논리의 균형적인 고려를 구조조정 원칙으로 삼고 있다. 원칙적으로 옳지만 자칫 결정회피 논리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걱정도 크다. 실제 이번 중견조선사 구조조정도 선제적이 아니라 마지못해 결정한 측면이 짙다. 경쟁력을 잃은 부분을 도려내지 않으면 경기가 나아진들 살아난다는 보장이 없다. 존속 가치가 없는 부분은 과감히 퇴출시키는 게 정도이다.

 

Posted by KHro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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