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계획대로 대우조선해양에 채권단의 손실분담을 전제로 한 추가 자금 투입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산업은행과 국민연금은 대우조선의 회사채 1조3500억원 처리와 관련해 50%는 출자전환하고 나머지 50%는 3년 유예 뒤 상환하는 채무조정안에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의 조건으로 산업은행은 별도 계좌를 만들어 회사채 만기 도래 전 원리금 전액을 예치하겠다는 내용 등이 담긴 상환 이행 확약서를 제출했다. 최종 채무조정안은 17~18일 채권단 집회에서 결정된다. 하지만 회사채가 가장 많은 국민연금이 긍정적이어서 가결될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되면 대우조선에는 4조2000억원이 투입된 지 1년5개월 만에 다시 신규자금 2조9000억원, 출자전환 2조9100억원, 채무유예 8900억원 등 추가로 6조7000억원이 지원된다.

 

이에 따라 대우조선은 급한 불을 끄면서 생존할 기회가 다시 주어질 전망이다. 그렇다고 앞날이 보장됐다고는 할 수 없다. 조선 업황은 매년 나빠지는 형국이다. 당연히 수주 전망이 불투명해 낙관할 수 없다. 업황이 좋아지지 않으면 돈을 넣어 인력 및 사업 구조조정을 거친 뒤 매각한다는 정부 계획은 물거품이 될 수 있다. 결과적으로 천문학적인 돈을 추가 투입한 채 미지의 세계로 또다시 항해하는 셈이다.

 

무엇보다 정부의 무능과 무책임은 짚고 넘어가야 한다. 정부는 파국을 막았다고 하겠지만 사태를 이 지경까지 몰고온 장본인은 정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우조선의 1차 자금 투입이 실패로 끝난 것은 수주 오판, 관리 감독 실패 등 당국의 책임이 가장 크다. 당국은 이번에 지원이 이뤄지지 않으면 대우조선은 부도나고, 59조원의 국민경제적 부담이 발생한다며 벼랑 끝 전술을 구사했다. 특히 국민연금에는 합의하지 않으면 대우조선을 단기 법정관리에 보내겠다며 압박했다. 대우조선 회사채 처리는 국민연금이 판단할 몫이지, 정부가 감 놔라 배 놔라 할 사안이 아니다. 1차 실패에 대한 반성은커녕 국가경제 파탄 운운하며 책임을 돌리려는 태도는 온당치 않다. 금융당국이 대우조선을 살리려 애쓴 것은 국책은행 붕괴 우려가 크게 작용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우조선의 금융채무 21조6000억원 중 수출입은행과 산은 부담분이 15조3000억원이다. 정책금융·관치금융의 실패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대우조선 구조조정 과정을 반드시 규명하고 책임을 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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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