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해양 공적자금 지원이 논란에 휩싸였다. 정부는 2조9000억원을 지원하기로 했고, 채권자가 합의하지 않을 경우 초단기 법정관리 프로그램인 P플랜(사전회생계획안제도)을 작동시킬 계획이다. 2015년 공적자금 4조2000억원 지원에 이어 두 번째다. 출자전환까지 고려하면 막대한 세금을 대우조선에 지원한 셈이다. ‘혈세 퍼주기’라는 여론의 따가움은 노동자와 회사 모두를 가시방석에 올렸다. 내부적으로도 짜낼 것은 계속 짜내는 중이다. 노조도 임금 반납에 동의했다. 지난해까지 직원 1만3000명 중 2000명가량이 희망퇴직했고, 2018년까지는 인원을 8000명으로 줄일 계획이다.

 

조선업 구조조정이 박근혜 정권 내내 진행됐지만, “아직 시작도 아니다”라는 평가가 많다. 설비와 인력을 감안하면 현대중공업은 15조원 이상,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은 각각 10조원 이상 수주해야 유지가 가능하다. 업계는 지난해 수주목표의 40%를 채우지 못했다. 글로벌 해운사는 경기 둔화로 선박 발주를 꺼린다. 오일 메이저는 배럴당 유가가 80달러 이상으로 회복되지 않는 이상 셰일오일이나 육상의 원유보다 단가가 비싼 해양플랜트를 발주할 이유가 없다. 시추선사들 역시 경영난에 놓였다. 계약 취소가 줄을 잇는다.

 

‘적폐청산’이라는 관점에서 조선업 구조조정을 바라보는 시선이 있다. 호황기의 부를 흥청망청 쓰고 되지도 않을 사업에 투자하는 바람에 위기가 왔으니 구조조정은 시장에 맡기자 한다. 분식회계와 정경유착을 저지른 모두는 엄중하게 다스려야 한다. 그런데 매는 누가 맞나? 사람들은 “해고는 살인이다”라는 노동운동의 구호를 지지하지만, 시장은 노동자들을 보호할 수 없다. 채무가 누적되고 갚을 수 없어지면 기업은 도산한다. 자금 지원이 없으면 기업이 선택할 수 있는 수는 지속적인 구조조정밖에 없다. 노동자를 자르고 임금을 깎는다. 가장 우수한 인재가 제 발로 나가고, 베테랑은 희망퇴직한다. 자금사정이 나아졌을 때 회사는 경쟁력을 상실한다. 악순환으로 도산한 사례는 기업사에 숱하게 많다.

 

이런 모순은 당국과 정치권이 국민들의 갈증을 명쾌하게 해소해 주지 못한 데서 출발한다. 국민들은 책임 있는 ‘계획’과 집행을 바란다. 산업을 어떻게 할지에 대한 전망을 바란다.

금융위원회와 산업은행은 매번 자구계획이 성공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을 내놓지만 근거가 없고 다음 정권만 기다리는 형국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조선소 하나 문 닫아도 여파가 별로 크지 않다며 금융투자자 같은 진단을 내놓는다. 어차피 조선업이 호황기처럼 수출을 이끄는 ‘효자산업’이 되기는 어렵다. 물량은 줄어들고 역사가 말하듯 신규 선박 발주도 인건비가 싼 나라로 점차 이동한다. 2사 체제로 축소하거나, 설비와 인원을 대폭 축소해야 한다.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에 군함을 정부가 발주한다거나, 대우조선에 해상풍력플랜트를 발주해서 위기를 타개하겠다는 대선주자들의 공약은 현재의 매출규모를 보면 ‘언 발에 오줌 누기’ 수준이다.

 

향후 5년간 조선업뿐 아니라 다른 제조업의 구조조정이 이어질 거라는 전망이 많다. 그럼에도 중앙정부와 지자체의 대응에선 절박함과 책임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경남에서만 3만명 넘는 실업자가 발생했다. 쏟아져 나오는 실업자들을 재교육시켜 전직을 시킬 것인가, 창업을 유도할 것인가? 재교육은 어떻게 설계하고 어떤 산업으로 연계시킬 것인가? 최근 기업이 요구하는 수준만큼 학습하기 힘든 사람들은 어떻게 노동시장에서 유용한 사람으로 만들 것인가? 노동부가 제안하는 알아서 다른 일을 찾으라고 휴직 지원금을 주는 특별고용지원업종 지정이 도움이 될까? 조선업 위기로 발생한 문제를 전통시장 활성화나 관광인프라 구축으로 푸는 게 맞는 것일까? 문제가 산적한 마당에 대선주자로 나가면서 보궐선거를 무산시켜 도정을 방기하는 도지사까지 봐야 한다니 참담한 심정이다.

 

양승훈 | 문화연구자·경남대 교수·사회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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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