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알려진 게 많지 않다. 서울대 학사, 게이오대 석사, 하버드 경영대학원 박사과정 수료. 2001년 삼성전자 부장으로 입사. 상무, 전무, 부사장, 사장을 거쳐 4년 전 부회장 승진. “경쟁사와 경쟁과 협력관계 조정, 고객사와의 관계 강화 등을 통해 스마트폰과 TV, 반도체, 디스플레이 사업이 글로벌 1위를 하는 데 큰 기여를 했다”는 게 승진 이유였다. 사적인 영역으로는 허리디스크로 병역 면제, 순탄치 않았던 결혼생활, 야구와 골프를 좋아하는 것 정도다.

 

이 부회장은 2년 전 아버지 이건희 회장이 급성 심근경색으로 쓰러진 뒤부터 삼성의 경영을 도맡아왔다. 그리고 지난 10월에는 마침내 등기이사가 됐다. 삼성은 이 부회장에 대해 온화한 성품에 경청의 리더십이라고 설명한다. 지나친 의전을 싫어하는 실용적 성격이라는 말도 빼놓지 않는다. 강력한 카리스마로 삼성의 종교이자 신이었던 아버지와 달리 스마트한 이미지임을 강조한 셈이다. 시민들이 그를 공식적으로 접한 것은 지난해 삼성서울병원이 메르스 확산을 막지 못한 데 대해 책임을 통감한다며 고개 숙이는 모습을 본 게 전부였다. 그리고 지난 6일. 그는 다른 총수 8명과 함께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한 청문회에 섰다. 박근혜 대통령의 참담한 국정운영을 목도한 상황에서 한국 최고 재벌의 실질적 총수가 된 그의 진면목은 초미의 관심사였다. 삼성 관계자들에게 ‘셀프 관전평’을 들어봤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6일 ‘최순실 국정농단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의를 눈을 감은 채 듣고 있다. 강윤중 기자

 

- 청문회 여론이 갈린다. 지나치게 몰아붙였다는 얘기도 있지만 모르쇠, 동문서답 답변으로 일관했다는 지적도 많다.

“멋진 데뷔 무대였으면 좋았겠지만 그럴 수 없는 자리였다. 아버지급 반열의 선배 총수들과 함께 자리를 한 데다 특검도 앞둔 상황이다. 발언에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시민들을 상대로 거짓말할 수도, 그렇다고 모든 것을 미주알고주알 얘기하기도 어려웠다는 점 이해해 줬으면 한다.”

 

- 최순실씨 건은 철저히 부인했다. 

“사실 최순실씨를 언제 알았나 같은 것은 답하기 힘든 질문이다. 삼성 내 같은 식구들이라도 언제부터 우리가 알고 지냈지 하면 기억을 찾아내기 힘들다.”

 

- 최씨의 딸 정유라 측을 지원하겠다고 계약한 금액이 220억원이다. 이를 몰랐다는 것에 동의하기 어렵다.

“이 부회장은 행정적 결제라인이 아니다. 기부액은 이사회 결의사항도 아니다. 문제가 된 뒤 뒤늦게 안 것이다.”

 

- 전경련 탈퇴, 미래전략실 해체 발언은.

“준비된 답변은 아니지만 즉흥적인 것도 아니다. 변화해야 한다는 평소 생각과 궤를 같이한다.”

 

- 경영권을 내놓을 수 있다는 얘기는.

“선대부터 내려온 인재에 대한 평소 생각을 말한 것이다. 좋은 인재라면 언제든 최고경영자로 모실 수 있다는 뜻이다.”

 

삼성의 이런 해명에도 여론은 그다지 우호적이지 않다. 자신이 왜 청문회에 서야 하는지를 모르는 것 같다는 의견도 있었다. 실제 이 부회장은 재단 출연금에 대해 “반대급부를 바라면서 출연하거나 지원한 적이 없다”며 정부정책에 호응하는 선의임을 강조하면서도 민감한 부분은 에둘러 갔다. 국민연금의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 찬성에 대해서는 여러 의혹에도 불구하고 외압을 행사하지 않았으며 좋은 회사로 키우겠다는 얘기만 되풀이했다. 전경련 탈퇴나 미래전략실 해체는 청문회의 성과처럼 보이지만 역설적으로 삼성은 이 부회장 일인 지배체제임을 보여주는 사안이다. 

 

시민들이 청문회 과정에서 이 부회장에게 바란 것은 송구하다며 자신을 꾸짖어달라고 고개를 숙이는 게 아니고, 어느 지점에서 무엇이 잘못됐는지를 확인하고, 책임질 부분은 책임지겠다는 각오를 보여주는 모습이었을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아쉬움이 크다. 통상 재계는 재벌 총수들을 죄인 취급하면 사업하기 힘들어진다고 말하고 있다. 이명박 정권 때 단행된 이건희 회장의 원포인트 사면 논리는 “경제가 살얼음판인데 주전멤버의 발에 족쇄를 채워놓고 뛰라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는 단선적이다. 촛불의 함성은 박근혜·최순실의 국정농단을 참을 수 없다는 뜻과 함께 기득권 깊숙한 곳에 음습하게 피어 있는 정경유착을 더 이상 용납할 수 없다는 의미도 포함돼 있다. 이는 이 부회장을 비롯한 재계가 시민들과 더 호흡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의혹을 뭉그적거리고 커튼 뒤로 숨는 것을 겸손하고 스마트하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투명하고 민주적인 리더십이라면 시민 앞에 당당히 나서 백번이라도 설득하고 이해를 구해야 한다. 구태의 리더십과 결별하는 것은 이 부회장 몫이다.

 

박용채 논설위원

Posted by KHro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