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은 내 연구영역과 관련한 사회적 이슈의 공론화에 참여하느라 바쁜 시간이었다. 정부 위원회와 민간단체 등에서 활동하면서 수많은 이해당사자를 만났다. 모든 사안이 이들 사이의 첨예한 충돌에 따른 사회 갈등을 내포하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기대와 실망과 동지애와 무력감이 교차한 한 해였다. 갈등을 줄이고 문제를 해결하는 단초는 예나 지금이나 동일하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바로 개인과 집단의 이해관계를 벗어나 구성원 모두가 사회적 책임성을 인식하고 행동으로 옮기는 것이다.

 

2018년 나에게 소중했던 일들 중 공적 영역과 관련한 일부를 해설을 덧붙여 공유하려 한다. 우리 사회의 변화를 간절히 바라며 헌신하는 소수의 힘과 열정이 새해에는 보다 아름다운 열매를 맺기를 소망하면서.

 

1. 대통령 직속 재정개혁특별위원회 조세소위원회 참여. 종합부동산세, 양도소득세, 상속·증여세, 임대소득세, 재산세, 금융소득종합과세 등 굵직한 조세 관련 개혁방안을 다루었다. 나는 에너지세와 교통·환경세에 집중했다. 대한민국 국민이 느끼는 위협요인 1위인 미세먼지 해소를 위해 피해갈 수 없는 정책수단이다. 석탄화력발전 연료인 유연탄에 대한 과세 강화와 경유차 운행 저감을 위한 경유세 인상 필요성에 대해 위원 대다수가 공감했다. 하지만 늘 현실론의 벽에 부딪혔다. “유연탄에 부과하는 개별소비세 인상이 전기요금 상승으로 이어져서는 안된다.” “경유세 인상을 통한 휘발유와 경유의 상대가격 조정은 엄청난 조세저항을 불러올 것이기에 가능하지 않다.”

 

미세먼지 해소와 경유차 운전자 간 이해 충돌을 어떻게 풀어야 할까? 경유가격이 싼 틈에 경유차는 물경 950만대가 보급됐다. 경유차의 원조인 독일은 경유차 퇴출 정책을 본격화하고 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여전히 경유 SUV가 날개 돋친 듯 팔린다. 경유차 운전이 야기하는 사회적 비용의 심각성을 외면해서는 안된다. 경유 트럭이 생계수단인 운전자들을 만났다. 화물차운송연합회, 화물연대, 공공운수노조 대표들과 대화하면서 소통의 장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았다. 미세먼지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우리 모두의 자기 성찰이 필요하며, 정부는 대화와 설득, 용기 있는 정책을 이끌어야 한다.

 

2. 사단법인 에너지전환포럼 창립 및 참여.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 중심의 에너지원 구축 및 에너지 소비절약과 효율 개선은 세계적인 거대 흐름이다. 이 대열에서 낙오해서는 안된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에너지 전환을 기치로 내건 민간단체를 만들었다. 기존 시민단체가 기업과 거리를 두거나 적대적 입장을 견지했다면, 에너지전환포럼에는 전문가와 시민사회를 포함하여 기업과 기업인이 회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시장과 기업이 주도하지 않는 에너지 전환은 불가능하다고 믿기 때문이다. 시민사회와 산업계가 머리를 맞대고 세상을 바꾸려는 시도, 아마 한국 사회에서 처음 있는 일이 아닐까 싶다.

 

기존 에너지 시스템을 고수하고자 하는 이해당사자들의 조직적 반발이 거세다. 원전학계와 업계가 대표적이다. 고도성장기에 필요한 전력 공급원으로서 원전이 기여한 바가 적지 않다. 이제는 세상이 바뀌었다. 원전 입지를 둘러싼 심각한 갈등과 사용후 핵폐기물처리장 건설에 따른 천문학적인 사회적 비용을 애써 무시해서는 안된다. 값싼 에너지가 산업경쟁력의 원천이어서는 곤란하다. 여론 조사는 재생에너지에 우리 미래가 달려 있다고 믿는 국민이 다수임을 일관되게 보여주고 있다. 원자력계가 에너지 전환과 한국 경제에 새롭게 기여할 수 있는 길이 있다고 믿는다. 고민하며 대안을 찾아야 한다.

 

3. 4대강 조사·평가 기획 및 전문위원회 참여. 유사 이래 단일 토목사업으로 가장 큰 규모인 4대강 사업이 완공된 지 7년이 지났다. 3년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22조원을 투입한 초대형 건설사업이다. 그사이 우리 강의 모습은 많이 바뀌었다. 16개 대형 댐들이 물길의 흐름을 가로막는 지금 모습이 얼마나 바람직한지 심도 있는 검토가 필요하다는 문제의식 때문에 위원회에 참여했다. 40명 넘는 전문가와 시민사회 활동가들이 최대한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현 상태를 평가하고 대안을 마련할 것이다.

 

이 위원회 활동이 한국 사회를 근본적으로 돌아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표심을 잡기 위해 개발사업을 남발하는 정치인의 행태가 언제까지 계속돼야 하는지 반성이 필요하다. 그 사업이 얼마나 지역 발전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지 시민의 자각이 요구된다. 국토와 후손을 진정 사랑하는 길이 무엇인지 깊이 생각해야 한다.

 

<홍종호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Posted by KHro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