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월 4일 지면기사 내용입니다-

 

다음주에 새 정부가 출범한다. 할 일이 태산인데 집권을 준비할 시간은 없다. 그래서 걱정이다. 자칫 이번 정부가 잘못하면 향후 20년 동안 유사한 정부가 집권할 길을 아주 막아버릴 가능성도 있다. 그래서 반대조차도 조심스럽다. 자칫 겁먹은 새 대통령이 ‘재벌과의 타협’이라는 쉬운 길을 선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성장’을 앞세우고 역사의 심판을 받겠다면서. 그러면 망한다. 새 정부의 성공을 위해 몇 가지 당부한다.

 

첫째, 탕평인사를 해야 한다. 후보 중 누가 대통령에 당선돼도 국회에서 법안 한 줄 단독으로 통과시키지 못한다. 그래서 힘을 합쳐야 한다. 그것을 탕평이라고 부르건, 협치라고 부르건, 연정이라고 부르건 다 좋다. 작은 차이를 극복하고 큰 공통점을 보아야 눈곱만큼이라도 일을 이룰 수 있다.

 

둘째, 타협과 원칙을 구분해야 한다. 타협할 수 있는 부분이 있고 원칙을 지켜야 할 때가 있다. 이는 정말 어려운 일이다. 원칙을 구부리는 자는 늘 “역사의 심판을 받겠노라”고 소리를 높이고, 어렵게 타협하는 자는 ‘배신자’로 낙인찍히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둘 중 무엇이 더 중요할까? 원칙이다.

 

아마도 정책 담당자는 틀림없이 둘 중에 무엇을 골라야 할지 고민할 때를 맞게 될 것이다. 그런 고민이 찾아왔다면 그때가 바로 ‘원칙을 세울 때’이다. 그런 고민을 한다는 것 자체가 원칙을 구부리고 있다는 방증이기 때문이다. 그 안에 있으면 잘 모른다. 업적을 세우고 싶은 ‘악마의 속삭임’도 있다. 아무것도 못 이뤄도 상관없다. 다음 정부에서 누군가가 그 일을 이룰 것이다. ‘악마와의 타협’을 자랑으로 생각해선 안된다. 자신도 악마가 되기 때문이다.

 

셋째, 정부 조직을 첫 두 달 안에 개편해야 한다. 그런데 어찌 해야 할지도 잘 모르고, 공무원의 반발도 무섭고, 국회 통과도 자신 없을 것이다. 어렵게 권력 잡았는데 편하게 방귀 귀고 싶지 욕먹고 싶겠는가. 그러나 5월은 대통령 권력이 가장 강할 때다. 공무원은 대통령 말을 들을 수밖에 없다. 국회도 ‘딱 한 번’ 새 정부에 협력할 수밖에 없다. 새 정부 발목 잡기라는 국민적 비난이 두렵기 때문이다. 두 가지 귀한 축복은 5월이 지나면 영영 사라질 것이다. 정부 조직 개편과 새 조직에 맞는 장관 임명을 한꺼번에 해야 정부가 힘을 받는다.

 

넷째, 손실을 드러내는 경제 정책은 올해가 적기다. 가계부채 폭탄 해체, 부실기업 구조조정 모두 올해가 적기다. 왜? 경제 외부 여건이 모처럼 좋고, 은행이 어마어마한 흑자를 누리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이야말로 공적자금 거의 안 넣고, 모든 부실을 은행권에 집중시켜 털어낼 수 있다. 나중에 은행이 흔들릴 때는 엄두도 내지 못할 축복이다. 은행의 친구인 ‘모피아’에 의존하지 말고 새로 출범한 서울회생법원을 붙잡으면 할 수 있다.

 

다섯째, 노동자와 중소기업을 붙잡아야 한다. 이들은 내수의 주역이고, 인적 자본의 핵심이며 국민 그 자체다. 이들을 빼고 성장할 수 없다. 그래서 경제민주화는 성장정책이다. 말로만 외우지 말고 가슴으로 믿어야 한다. 많은 이들이 “경제민주화는 형평을 위한 것이고, 성장하려면 재벌과 손잡아야 한다”고 말할 것이다. “첫 1년만 경제민주화 하고 선거 다가오면 재벌 찾아가서 투자 부탁하자”고 소매자락을 잡아끌 것이다. 그러나 재벌이 만드는 계획을 잘 보면 중국과 인도에 투자하겠다는 것이다. 재벌은 살 수 있을지 몰라도 우리 경제가 사는 길은 아니다. 고용하는 기업을 예뻐하고, 해고하는 기업을 미워해야 한다.

 

여섯째, 노령화가 초래하는 사회경제적 변화를 잘 인식해야 한다. 지역도, 이념도 노령화가 초래하는 존재 구속성을 이기기 어려울 것이다. 미래세대를 위한 무상급식은 ‘빨갱이 정책’이 되고, 노인을 위한 노령연금이나 건강보험은 ‘따뜻한 복지’가 될 것이다. 집 가진 자에게 부과하는 보유세는 ‘도둑놈 심보’고, 집 없는 근로자에게 부과하는 소득세는 ‘조세정의 실현’이 될 것이다. 세대 간 불평등을 내포한 국민연금은 중단되기는커녕 확대 재생산될 것이다. 그러나 이런 정책들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잡아먹고, 더 이상 그런 거위를 낳지 않게 만드는 정책이다. 그러면 우리는 다 같이 가난해질 것이다. 그럼 어찌해야 하는가? 소통이 중요하지만 소통으로 해결되지 않을 것이다. 빵이 실제로 왔다갔다 해야 하기 때문이다. 가난하고 병든 노인에게는 경제적 지원이 필요하다. 그 돈은 어디서 와야 하는가? 젊은이, 근로소득자가 아니라 부자에게서 와야 한다. 현재의 생산 감소에 미치는 악영향과 미래 세대에 미치는 파급 효과를 최소화하는 유일한 재원이다. 이 거대한 유인구조를 바꾸어야 우리 경제가 성장하고, 우리나라가 살아남을 수 있다. 그것을 보고 앞으로 나가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경제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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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