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 정부를 내세운 문재인 정부는 고용률이 개선되지 않아 난감한 상황이다. 2017년 경제성장률은 3.1%로 예상보다 좋았고, 올해 성장률 전망도 당초 정부 전망 3%에서 2.9%로 소폭 조정되었지만 0.1%p에 불과한 것이다. 성장률 지표가 나쁘지 않은데도 고용률은 개선되지 않고 있다. 왜 그럴까?

 

현재 한국 경제 성장은 주로 수출에 의존하고 있는데, 수출의 고용유발 효과는 크지 않다. 반면 내수 증가율은 2017년 3분기 이후 급속히 하락하고 있다. 내수 둔화의 주원인은 건설투자와 설비투자 증가율 감소 때문이다. 박근혜 정부의 ‘빚내서 집 사라’라는 부채의존 성장 정책으로 건설경기가 부양된 반면 가계부채는 급등했다. 문재인 정부는 가계부채 위험 관리와 부동산 안정화 정책을 펴야 했기에 건설경기 둔화는 불가피했다. 또한 2017년 상반기 반도체 설비투자의 이례적인 증가를 감안할 때 설비투자 증가율의 기술적 하락도 예상된 것이었다. 예상하지 못한 것은 견조한 증가세를 보였던 민간소비 증가율이 2018년 2분기 1.8%로 하락하면서 내수 위축이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2017년부터 생산가능인구가 감소하기 시작한 반면, 절반 가까이 빈곤층인 노인인구가 급증하고 있고, 조선업·자동차산업의 구조조정, 중국인 관광객 감소 등 여러 가지 요인이 겹치면서 소비가 위축되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내수, 고용, 가계소득 증가의 소득주도성장 선순환을 만들기 위해 최저임금 인상과 함께 사회복지 예산을 대폭 늘리는 적극적 재정정책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의도는 명백하다. 사회복지, 일자리 예산 등 정부지출을 대폭 늘리는 확장적 재정정책으로 내수를 확대하고 고용을 증가시키는 것이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의 재정정책 의도와는 달리 대규모 초과세수 발생으로 확장적 재정이 아니라 긴축재정이 전개되었다. 2017년 7월 10조원 규모의 추경을 실시했는데도 불구하고 결과적으로 14조3000억원의 초과세수가 걷혔다. 2018년 5월까지 국세 수입 진도율이 52.5%로 작년보다 더 좋아 올해도 20조원 정도의 대규모 초과세수가 발생할 것으로 보이고, 기획재정부도 며칠 전 최대 19조원 규모의 초과세수를 전망했다.

 

과거에는 초과세수가 발생해도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크지 않았기 때문에 크게 문제 삼지 않고 관대하게 넘어가는 편이었다. 예산안 편성 시 경제 전망에 비해 예상 밖으로 성장률이 높아 초과세수가 발생하면, 오히려 경기과열을 진정시키는 자동안정화 기능도 함으로써 초과세수가 거시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기도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2017년, 2018년 초과세수는 예상 밖의 고성장 때문에 발생한 것이 아니다. 예산안 편성 때 기획재정부 실질성장률 전망은 2017년 3%였고 실제 성장률도 3.1%로 차이가 0.1%p에 불과했다. 반면 정부의 2017년 GDP 디플레이터 증가율 전망은 1.1%였는데 실제는 2.26%로 오차가 두 배에 달했다. 즉 2017년 초과세수는 주로 GDP 디플레이터 오차에 의한 경상성장률 차이에 기인한 것이다. 물론 작년 반도체 특수로 삼성전자 당기순이익이 2배 이상 증가했고, 부동산 경기 활성화로 인한 양도소득세 급증 등도 초과세수에 영향을 미쳤다. 2018년 초과세수도 경제성장률 전망 하향 조정 상황에서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청년실업률이 9%에 달할 정도로 실업률이 높고 물가가 안정적인 상황이면 거시경제학 교과서에 총수요 확대 정책을 써야 한다고 쓰여 있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는 적극적 재정정책으로 내수 확대를 도모해야 하는 국면인데도 당초 재정 의도와는 달리 결과적으로 2년 연속 긴축재정 정책을 폄으로써 오히려 내수를 위축시키고 소득주도성장 정책에 역행하고 있는 것이다.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등을 과감하게 추진하면 그에 따른 비용 충격을 흡수하기 위해 내수를 증가시키는 확장적 재정정책을 펴야 했다. 확장적 재정과 긴축재정 여부는 재정지출을 얼마나 늘렸는가로 결정되는 게 아니라 정부가 걷은 돈과 지출한 돈의 차이로 결정되는 거다. 최저임금 16.4% 인상의 임금소득 증가 효과는 약 7조원으로 예상되며, 일자리안정자금 3조원을 지원했으니 최저임금에 의한 직접 인건비 부담 규모는 4조원 정도로 추산된다. 그런데 내수를 증가시켜도 모자랄 판에 2017년 14조원, 2018년 19조원에 달하는 대규모 초과세수로 긴축재정을 한 것이다.

 

고용률이 개선되지 않으면서 소득주도성장론에 대한 회의가 번지고 있다. 과연 소득주도성장론의 책임인가? 2년 연속 대규모 긴축재정을 한 문재인 정부의 거시경제정책 실패 때문인가?

 

<조영철 고려대 경제학과 초빙교수>

Posted by KHro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