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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피와 나는 파도가 쉼 없이 밀려오는 해변에서 마주 앉았다. 서부아프리카 가나의 수도 아크라에 있는 해변이었다. 열대성 기후로 고온다습하지만 비교적 살기 좋은 아크라는 15세기 말부터 포르투갈을 시작으로 유럽 강대국들이 번갈아 가며 탐했던 곳이다. 이 해안을 통해 노예들이 팔려 나갔고, 막대한 양의 황금이 실려 나갔다. 그래서 이 해안은 황금해안으로 불렸고 아크라는 황금해안의 주요 도시였다.

 

슬픔이 서린 이 해변에서 코피는 한국을 잊을 수가 없다고 했다. 자기가 배운 교수 앞에서 으레 하는 인사치레일 수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진심이 묻어났다. 코피는 우리 정부의 지원을 받아 우리 학교에서 석사학위를 마쳤다. 지금 그는 가나 재무부 차관의 경제자문관으로 일하는데, 차관의 신임이 두터워 그와 늘 한 몸처럼 움직였다. 학생을 가르치는 선생으로서 이보다 더 큰 보람이 어디 있을까?

 

그는 민간부문을 활성화해 재정수입을 늘리는 것이 자신의 주된 임무라고 했다. 그러면서 한국은 왜 아프리카 투자에 소극적인지 불만 섞인 투로 물었다. 민간부문 육성을 위해서는 한국과 같은 나라의 투자가 절실하다는 것이다.

 

코피는 한국 기업이나 기업인들은 도전정신이 없어 보인다고까지 했다. 아프리카 어디를 가나 넘쳐나는 중국인과 중국어 간판을 보라고 했다.

 

나는 속으로 대답했다. 기회는 많지만 아프리카는 그만큼 위험이 크기 때문에 투자를 기피하는 것이라고. 하지만 이내 그런 위험을 줄여 투자가 가능하게 하는 것이 금융의 역할이라는 생각에 미쳤다. 그런 투자를 통해 이런 나라에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야말로 부유한 나라가 줄 수 있는 가장 큰 도움이고, 또 이런 나라들이 가장 절실히 바라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 연전에 에티오피아 아디스아바바의 한 한국계 봉제기업을 방문했을 때의 충격이 떠올랐다. 그냥 자그마한 기업이겠거니 하고 갔는데, 종업원은 1000명에 가까웠고 큰 공장 안에 재봉틀이 빼곡했다. 유럽시장을 목표로 한 제대로 된 투자였다.

 

나는 몹시 궁금했다. 아무리 임금이 낮아도 항구와 해안선도 없는 내륙국가인 에티오피아에 뭘 믿고 이런 투자를 했단 말인가? 내륙국가는 성장의 치명적 약점이지 않은가? 에티오피아는 수출을 위해 이웃 나라 지부티 항구를 이용할 수밖에 없는데, 지부티까지 가려면 약 800㎞의 도로를 달려야 한다. 물론 도로상태는 말할 수 없이 형편없다.

사장의 답은 이랬다. 수십억달러의 중국 차관으로 건설된 철도가 곧 완성되어 지부티까지 4시간이면 도달하게 되고 그러면 물류비용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머리를 한 대 맞은 듯했다. 대규모 투자를 통해 지리적 한계를 극복하고 경제이론을 바꾸고 있는 것이다. 그것이 이 가난한 나라에 이런 투자를 끌어들이고 수천명의 일자리를 만들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 개발이 아니고, 또 개발원조가 아니고 무엇인가?

 

물론 중국의 아프리카 지원에 많은 문제점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놓치지 말아야 하는 것은 빈곤은 결국 성장과 일자리 창출을 통해 궁극적으로 해결된다는 것이다. 국내에서든 해외에서든 마찬가지다. 지난 30년간 세계의 절대빈곤 인구는 20억명에서 10억명 수준으로 급감했는데, 대부분은 중국과 인도에서 이루어진 투자와 성장 덕분이었다.

 

위험이 큰 가난한 나라에 투자가 이루어지도록 돕는 것, 그것은 금융의 역할이고 그것이 곧 원조다. 이것은 한편으로는 우리 기업의 개도국 수출과 투자를 돕는 길이다.

 

경제는 제로섬 게임이 아니다. 무역과 투자는 일방적 착취가 아닌 한 상생과 호혜의 길이다. 우리의 도움 덕분에 가나는 코피와 같은 우수한 인재를 얻게 되었다.

 

이제 코피는 우리의 투자를 절실히 기다리고 있다. 이제 우리가 금융을 통해 도와야 한다. 이를 통해 우리 기업도 해외에서 새로운 활력을 찾고 또 우리 금융도 좁은 울타리에서 벗어나야 한다.

 

박복영 | 경희대 국제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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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