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억원짜리 아파트를 10억원에 신고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 내정자에 대한 검증이 시작되며 이 같은 의혹이 제기됐다. 세금 회피를 위한 재산 축소가 아니냐는 것이다. 금융위원회는 최 내정자가 ‘공직자윤리법’에 따라 신고 의무를 지키다 보니 이런 결과가 발생했다고 해명했다.

 

결론적으로 금융위의 해명은 틀린 게 없다. 문제는 공직자윤리법상 고위공직자 재산신고 규정에 있다.

 

최 내정자는 2009년 송파구 잠실의 한 아파트를 15억8500만원에 매입했다. 그는 고위공직자 신분이었고 2010년 매입가격(최초 신고액)으로 신고했다. 이후 공직에 있던 4년 동안 같은 가격으로 신고했다. 공무원은 공시지가가 최초 신고액보다 낮다면 규정상 매번 최초 신고액으로 신고해야 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SGI서울보증보험 사장을 맡으며 공직을 떠났던 최 내정자가 지난 3월 국책은행인 수출입은행장으로 복귀하며 생겼다. 1년 이상 공직을 비웠던 그는 다시 재산신고 대상이 됐다. 그런데 이번에는 부동산 가격을 최초 신고액 15억8500만원이 아닌 공시지가(9억6000만원)로 신고해야 했다. 이 역시 규정에 따른 것이다.

 

만약 최 내정자가 공무원 신분을 유지하다 금융위원장에 내정됐다면 여전히 신고가격은 15억8500만원이었을 것이다. 결국 1년 2개월의 민간경력이 6억원의 신고 금액 차이를 만든 셈이다. 공직자윤리위원회는 “공무원 신분 유지 중 재산 변동 내역을 신고할 때와, 민간인에서 공무원이 되며 재산 내역을 신고할 때 기준이 다른 점이 있다. 일단 규칙이 이렇게 돼 있으니 그대로 안내하고 있다”며 “공시지가가 부동산 가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점은 고민”이라고 말했다.

 

1년 남짓한 민간 경력이 몇억원의 재산 변동을 가능케 한다면, 그 규정은 얼마나 정교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고위공무원이 퇴직 후 민간기업에서 근무하다 정무직 공무원으로 되돌아오는 사례는 앞으로도 반복될 것이다.

 

경제부 | 고희진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Posted by KHro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