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지난 1년6개월을 ‘함께 잘살기’ 위해 우리 경제와 사회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꾸고자 했던 시간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힘겨운 분들도 생겼지만, 평범한 국민의 삶에 힘이 되도록 사람중심의 경제기조를 세웠다고 자평했다.

 

통칭 소득주도성장으로 일컬어지는 문재인 정부 경제정책을 되돌아보자. 새 정부의 정책은 과거 정부의 실정에 대한 비판으로부터 시작된다. 더불어민주당은 대선 과정에서 발표한 대통령 공약에서 ‘전 정부의 불통과 정책무능으로 대한민국은 크게 후퇴했다’고 평가했다. 성장절벽, 고용절벽, 인구절벽을 지적하고, ‘한국 경제의 성장동력은 상실되었고, 일자리가 없는 청년들은 결혼과 출산을 포기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뉴노멀 시대에 한국 경제가 직면하고 있는 저성장, 양극화, 일자리 부족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성장전략이라며 ‘더불어 성장’을 제시했다. 그리고 핵심과제는 ‘일자리가 마련된 대한민국’이라고 했다. 대선공약집에 대해서는 ‘보기에만 화려한 전단이 아니라 국민과 한 약속이자 스스로 다짐하는 굳은 약속’이라고 했다. 이 약속을 믿고 시민들은 문 대통령에게 표를 주었다.

 

5일 오전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여야정 협의체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 더불어민주당 홍영표원내대표(왼쪽),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강윤중 기자

 

새 정부가 출범한 뒤 경제정책은 좀 더 구체화된다. ‘함께 잘살기’ 위한 성장전략으로 소득주도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제를 제시했다. 소득주도성장은 시민들의 소득을 올려주면, 소비가 늘고 투자가 증가하면서 다시 소득 확대가 일어나는 선순환을 통해 경제성장을 이루겠다는 것이다. 여기에 신기술 분야의 혁신을 통해 경제를 견인하는 혁신성장이 보완하면서, 두 개의 축이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라고 했다. 일자리도 장담했다. 성별·연령별 맞춤형 대책으로 국민 모두의 일자리 걱정을 덜어드릴 것이라고 했다.

 

그러고 1년 반이 지났다. 경제성장은 2017년 3.1%에서 올해 2.7%로 하락이 예상된다. 올 상반기보다 하반기가 더욱 부진하다. 성장의 한 축인 설비투자는 올해 2분기부터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2분기 마이너스 5.9%, 3분기 마이너스 13.7%로 가파른 감소세다. 설비투자가 급감하면서 성장률마저 끌어내리고 있다. 투자가 줄면 일자리도 감소한다. 미래 성장동력이 되는 4차산업의 선제적 대응도 지지부진하다.

 

특히 일자리는 문재인 정부가 출범 초기부터 강조한 분야다. 업무지시 1호로 일자리위원회를 설치했다. 그런데 일자리 증가는 30만명 수준에서 곤두박질쳤다. 이젠 증가는커녕 감소를 우려할 정도다. 올해 실업률은 3.9%로 예상된다. 2001년(4.0%) 이후 최고다. 고용률도 감소하고 있다. 그나마 늘어나는 취업자는 정부가 돈을 댔기 때문이다. 일자리의 질도 좋아지지 않았다. 전체 임금근로자 가운데 비정규직 비율은 33%로 최근 6년 만에 가장 높다. 비정규직과 정규직 간 임금격차는 더 벌어졌다. ‘일자리가 복지’라며 강조했던 게 무색할 정도다.

 

인구는 한국의 미래가 달린 문제다. 정부는 출산 걱정이 없는 대한민국으로 만들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일자리와 주거 문제를 청년층이 출산을 기피하는 원인으로 진단했다. 그런데 부동산가격이 폭등하면서 청년층의 내집 마련 꿈은 더욱 멀어지고 있다. 결혼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응답이 50%가 넘는다. 올해 합계출산율은 사상 처음으로 1명 수준을 위협받고 있다.

 

내년 전망은 더욱 어둡다. 지난 6일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내년도 경제성장률이 잠재성장률을 밑돌 것이라고 전망했다. 투자·소비·고용 등 대부분 경제부문의 전망이 잿빛이다. 설비투자는 미미하게 증가하지만, 건설투자는 마이너스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됐다. 이에 산업경쟁력 저하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민간소비 증가율도 당초 전망보다 하락하며, 내년 실업률도 내려가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다시 돌아가 민주당이 2017년 2월 발간한 박근혜 정부의 실정 보고서를 보자. 다음은 13가지 실정 가운데 경제 관련 세가지다. ‘가계부채 1344조원으로 증가, 서민경제 적신호’ ‘최악의 실업난, 최악의 청년실업난’ ‘주거빈곤 심화’. 문재인 정부도 이 문제와 관한 한 전 정부와 크게 다르지 않다. 문재인 정부가 아직 끝나지 않았기 때문에 평가하기는 다소 이르다. 하지만 지난 1년6개월간의 경제성적표를 놓고, 전 정부보다 잘했다고 누가 말할 수 있을까. 지난 1년 반 사이 문재인 정부의 정책으로 어려움을 겪은 많은 이들은, 더 보호받아야 할 시민들이었다. 물론 남북관계 개선이나 사회안전망 확충을 위한 노력은 평가할 만하다. 경제는 숫자로 말한다. 구호가 아닌 실력으로 입증해야 한다.

 

<박종성 논설위원>

 

Posted by KHro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