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상환 | 경상대 교수·경제학 

2012년 총선과 대선의 해를 맞이하여 ‘재벌개혁’이 정당들의 핵심정책 가운데 하나로 떠올랐다. 한나라당 비대위는 양극화 문제와 관련해 공정경쟁과 경제정의를 강조하고 당 정강과 정책에서 ‘보수’ 표현의 삭제를 시도하고 있다. 민주당은 강령에서 법치와 시장경제라는 표현을 빼버리려다 그냥 뒀지만 재벌개혁을 분명히 했다. 

지난해 11월 민주당 경제민주화특위가 발표한 10대 핵심정책의 골자는 재벌개혁과 중소기업 보호다. 통합진보당은 강령 10항에서 ‘재벌의 소유 경영의 독점 해소 등을 통해 독점재벌 중심 경제체제를 해체’한다고 규정했다. 진보신당도 총선 예비후보를 위한 공약으로 탈삼성·탈재벌, 공정경제를 내세웠다.

 
이렇게 재벌개혁이 정치권의 화두로 등장하게 된 것은 재벌체제가 우리 사회 최대 문제인 양극화를 야기하는 주범이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연간 매출 164조원, 영업이익 16조원의 실적을 올렸다. 현대차 역시 18조원의 순이익이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반면 국민들은 양극화와 가계부채로 벼랑 끝에 내몰려 있다. 국민총소득에서 노동에 따른 소득을 나타내는 노동소득분배율은 2006년 61.3%에서 2010년 59.2%까지 떨어졌다. 국민 1인당 부채가 5206만원, 가계부채가 1000조원에 달하게 된 것도 양극화의 결과다.
 



이러한 양극화는 재벌의 중소기업에 대한 불공정행위와 노동자 초과착취 때문이다. 재벌 대기업은 기업형 슈퍼마켓(SSM)을 통해 자영업자를 몰락시키고 있다. 중소 협력업체에 납품단가를 후려쳐서 비용절감을 전가하고, 인력과 기술을 약탈하며,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로 편법 상속을 감행한다. 또한 원가절감을 핑계로 정규직을 비정규직으로 전환하고 경기 악화를 이유로 정리해고를 강행한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의 임금 격차 확대를 부추기는 힘은 재벌들이 막대한 초과이윤을 올리기 위해 중소기업과 노동자들을 압박하는 데서 나온다. 기아차 광주공장에서는 미성년자인 현장실습생까지 근로기준법을 위반하며 주당 70시간의 노동을 시켜 뇌출혈로 사경을 헤매게 했다. 

이러한 불공정행위가 자행될 수 있는 것은 총수 일족 중심의 소유 경영구조 때문이다. 총수 일가는 다단계 출자, 교차 출자, 순환 출자 등 복잡한 출자 방식을 통해 70~80개에 달하는 계열사를 지배하고 있다. 프랑스의 경우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영업이익률이 같고, 독일에서 중소기업이 대기업보다 수익성이 더 높을 수 있는 것은 동일노동 동일임금, 이윤율 평균화라는 시장경제의 원리가 작동되기 때문이다. 

재벌은 시장지배를 위해 정치와 언론까지 자신의 입맛에 맞게 요리한다. 이명박 정부는 노골적으로 대기업 편을 들었고, 정부 고위직과 정치권력자는 재벌의 후원금에 의해 장악되어 있다. 법원은 대기업의 차명자금과 비자금 조성, 편법상속 등에 대해 솜방망이 처벌로 재벌을 보호해주고 있다.이제 헌법정신을 살려 한국이 재벌제국이 아니라 민주공화국임을 분명히 할 때가 되었다. 헌법 119조 2항에선 ‘시장의 지배와 경제력의 남용을 배제하며, 경제 주체 간의 조화를 위한 경제민주화를 위해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을 가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공정거래법을 고쳐 순환 출자를 전면적으로 규제해야 한다. 또한 출자총액제한제를 부활해야 한다. 계열사 출자는 신산업 투자에 모자라는 자본을 동원하는 방안이 아니라 빵집과 떡집 등 중소기업과 자영업이 운영하는 업종에 진출하는 수단으로 전락했다. 또한 재벌이 지배하는 기업에 공적연금을 투입하고 종업원 경영참가 등으로 공공성을 높여 나가야 한다. 

노무현 정부에서도 재벌개혁을 약속했지만, 곧바로 삼성의 힘에 굴복하고 말았다. 정당들은 재벌들이 자본파업을 무기로 재벌개혁을 무력화하려 할 경우에 대응책을 강구해야 한다. 재벌체제의 피해 당사자들도 생존권 수호를 위해 눈을 부릅뜨고 재벌의 저항에 맞서야 할 것이다.
Posted by KHro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