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상환 | 경상대 교수·경제학



26일 동부그룹이 유리온실사업 포기를 선언했다. 이명박 정부가 추진한 기업농을 통한 농업경쟁력 향상 정책이 파탄으로 끝난 것이다. 필연적인 귀결이다. 기본적으로 농업의 본질적 특성을 무시한 정책이었기 때문이다.


2009년 1월 농림수산식품부는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에서 기업농을 통한 농업경쟁력 강화정책을 발표했다. 새 정부의 기업친화 노선을 배경으로 삼성 출신 민승규 차관이 밀어붙인 작품이었다. 이에 따라 정부와 화성시는 화성간척지 농식품수출전문단지 조성 사업 대상자로 (주)세이프슈어를 선정했고, 세이프슈어의 모회사 세실이 부도 위험에 빠지자 동부그룹 계열사 동부팜화옹은 이를 인수해 2012년 말 15㏊ 규모의 유리온실을 완성했다. 정부가 87억원을 지원해 조성한 부지를 헐값에 30년간 임대하고 지열 시스템도 정부 지원을 받아 구축했다. 


(경향신문DB)

그러나 유리온실 완공과 수출 계획이 발표되자 시설원예 농민들이 격렬하게 반대했다. 전량을 일본에 수출한다지만 사업비로 380억원을 투자한 동부가 덤핑으로 시장 개척에 나설 것이고 수출시장을 뺏긴 농민의 피해는 클 수밖에 없다. 동부는 지난 20일 농협과 농민단체들에 상생을 위한 ‘공동 영농’을 제안했다. 토마토를 공동으로 생산하고, 농협과 농민단체 회원들을 사외이사로 선임해 경영참여 기회를 주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농민들은 계속 동부의 사업 철수를 요구했다. 동부는 아픈 곳을 찔렸다. 시설원예 농가들의 한농 농자재 제품 불매운동의 압박이 커지자 일부 농협 매장이 동부팜한농의 농자재 판매를 중단한 것이다. 판매 중단과 불매운동이 본격화되면 동부팜한농은 비료·농약·농자재 등의 주력 사업에서 수백억원의 매출 손실을 보게 된다. 유리온실에서 계획하고 있는 연간 100억원 매출보다 더 큰 손실이 예상되자 결국 동부는 백기를 들었다. 이 사업 철회로 2015년 전북 새만금에 착공할 예정이던 75만㎡(약 20만평) 규모의 유리온실단지 사업도 불투명해졌다. 


동부의 유리온실사업 철수는 필연적이다. 농업은 공업과 달리 자본이 직접 경영하는 데 여러 장애가 있다. 첫째, 농업은 생물학적 과정에 의존도가 높다. 이 때문에 농업생산에서는 생산과정을 통제하거나 가속시키는 데 한계가 있다. 둘째, 농산물은 먹거리다. 따라서 소득이 증가하거나 가격이 하락해도 수요가 상응해서 늘어나지 않는다. 식품은 생존에 필수적이지만 식품소비 취향은 각 지역의 문화적 다양성을 반영한다. 따라서 자본으로서는 획일적인 대량 생산이 어렵고 프리미엄급 생산물을 대량으로 생산할 수도 없다. 독점 생산에 따른 초과이윤 확보가 어려운 것이다. 셋째, 공업의 경우 토지는 부지 제공이라는 수동적 역할을 할 뿐이지만 농업에서는 토지가 절대적이다. 토지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부지를 구입하거나 지대를 지불해야 하는데 이에 따른 부담이 크다. 


이러한 농업의 특수성 때문에 농업에서 기술혁신은 집약화, 가치이전, 고부가가치화의 형태를 띤다. 집약화는 비료, 다수확품종, 제초제, 살충제, 성장촉진제 등을 사용해 생물학적 과정을 가속시키고 생산과정의 위험을 감소시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자본은 농업을 둘러싼 산업, 즉 농자재 생산, 농산물 가공, 농산물 마케팅 분야에서 이윤을 올릴 수 있다. 농민들은 구입 자재(종자, 트랙터, 비료 등)와 농산물 유통자본에 의존하게 되고, 그 결과 농민이 누릴 부가가치는 자본으로 이전된다.


결국 자본은 농업생산에 직접 뛰어드는 것은 제약과 위험이 따르므로 회피하고 농자재 생산과 농산물 가공 판매를 통해 이윤을 올리는 방법으로 농업을 지배하는 것이다. 동부는 이것을 소홀히 생각했다가 된통 쓴맛을 본 셈이다. 정부는 기업농을 통한 경쟁력 강화의 탁상공론에서 벗어나야 한다. 대신 농민들 간의 협력을 통한 기술혁신과 비용절감을 지원하면서 네덜란드처럼 농협이 농산물 도매유통을 주도하도록 해 유통 마진을 줄이고 농민의 소득을 키우는 데 주력해야 할 것이다.

Posted by KHro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