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공정한 경쟁을 원한다. 갑질로 겪는 가슴앓이는 한 번으로 충분하다.”

지난 6일 유명 피자 프랜차이즈의 횡포를 바로잡겠다며 싸우다 숨진 이모 전 ‘피자연합’ 대표(41)가 생전 마지막으로 작성했던 보도자료가 공개됐다. ‘가슴앓이는 한 번으로 충분하다’는 말은 갑질을 그만두라는 마지막 절규이자 유언이었다.

 

지난해 이 전 대표는 프랜차이즈 본사의 횡포를 견딜 수 없다며 가맹점에서 손을 뗐다. 그리고 ‘갑질 없는 피자’를 만들겠다며 다른 점주들과 손잡고 피자연합을 만들었다. 그러나 그를 괴롭혔던 프랜차이즈 본사의 복수는 집요했다.

 

이 전 대표는 피자에 쓰이는 치즈를 가격과 품질을 따져 고른 업체에서 사오기로 했다. 치즈 공급이 처음에는 차질 없이 이뤄지는 듯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치즈 납품이 끊겼다. 자초지종은 이렇다. 이 전 대표가 몸담았던 프랜차이즈 본사가 피자연합에 치즈를 대던 회사의 계열사에서 소스를 사고 있었고, ‘피자연합과의 거래를 끊지 않으면 소스 거래처를 바꾸겠다’며 압박을 가한 것이다.

 

지난달 20일 인천 중구에 위치한 피자연합 동인천점 간판이 늦은 시간까지 환하게 불을 밝히고 있다. 조형국 기자

 

피자연합에 치즈를 공급하던 회사는 피자연합과의 계약을 끊으면 실적이 줄어든다는 이유로 공급 중단을 망설였다고 한다. 그러나 대형 프랜차이즈의 눈치를 살피는 것이 결국 이득이 된다는 판단을 내렸고, 피자연합에 치즈 공급을 중단했다.

 

이 전 대표가 가맹점주로 있었던 프랜차이즈 본사의 복수는 소스 회사 담당자와 치즈 회사 담당자를 거쳐, 표적이었던 피자연합에서 실행됐다. 소스 회사, 치즈 회사의 실무자들은 거래 단절 등 돌아올 피해가 두려웠을 것이다.

 

지난달 숨진 이 전 대표 사연을 취재하면서 알게 된 프랜차이즈 본사의 횡포는 치졸하고도 집요했다. 힘을 가진 자가 합법과 불법의 경계를 넘나들 때, 수많은 을은 그 행동이 정당하지 못하다는 걸 알고도 동조 혹은 굴복한다. 이 전 대표는 마지막까지 굴복하지 않았지만, ‘공정 경쟁’의 꿈은 끝내 이루지 못했다.

 

경제부 | 조형국 기자 situati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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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