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을 어떻게 볼 것이냐에 대해 아직도 우리 사회는 공감대를 이뤘다고 보기 어렵다. 일방적인 기부, 자선활동을 CSR로 오해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 맥락에서 최흥식 신임 금융감독원장의 11일 취임 일성은 곱씹어 볼 만하다. 최 원장은 기업의 공시항목에 환경보호, 노사관계 증진, 저출산 대응 노력 등 CSR 관련 활동을 포함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재계 일부에서는 공시로 ‘착한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을 구분해 알리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이며 반발하고 있다. 과도한 경영개입이며 ‘착한 기업 줄세우기’라고 날선 비판도 서슴지 않는다.

 

과연 착한 기업 줄세우기는 정말 안 되는 것일까. 미국 신발 제조업체 탐스 슈즈의 초창기 기부 프로그램 ‘원포원’은 가장 성공한 CSR 사례로 꼽힌다. 탐스 슈즈의 설립자인 블레이크 마이코스키는 2006년 아르헨티나를 여행하던 중 맨발로 걸어다니는 아이들을 보고 탐스에서 만든 신발이 한 켤레 팔릴 때마다 신발이 없는 아이들에게 새 신발 한 켤레를 주기로 결심했다. 1년 뒤 아르헨티나 빈민가 아이들의 발에 1만 켤레의 신발이 신겨졌다. 탐스는 이후 다른 저개발 국가 아이들에게도 신발을 나눠줬다. 탐스의 브랜드 이미지는 높아졌고 판매량도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설사 금융당국이 ‘착한 기업’ 줄세우기를 한다고 해도 소비자는 이미지만 보고 상품을 구매하지 않는다. 기업은 CSR 활동 공시를 무턱대고 착한 기업 줄세우기로 비판하기에 앞서 어떤 항목이 CSR 활동으로 분류되는지를 보고 따져봐야 한다. 환경보호, 노사관계 개선 등은 자선활동이 아니라 기업경쟁력을 판단하는 근거다. 한 경영학과 교수는 “기본적으로 CSR은 기업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상품에 매력적인 이미지를 덧붙이는 판매전략”이라면서 “기업 이익에 부합하지 않는 CSR은 지속가능하지도 않다”고 말했다.

 

최 원장의 발언에 대한 기업계의 알레르기적 반응은 스스로 기업가치를 떨어뜨리는 자충수와 다를 바 없다.

 

<박효재 기자 | 경제부 mann616@ 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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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