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직 인수위 주변에서는 이런저런 미래에 관한 얘기들이 흘러나왔다. 차 마시다 나오고, 술 마시다 나온다. 아무리 철통같이 보안을 한다고 해도 결국 사람의 일이라 얘기들이 흘러나오기 마련이다. 하여간 그렇게 건너 건너 들은 얘기 중 하나가 민간 임대주택 활성화에 관한 것이었다. 집 많이 가진 사람들이 좀 더 부담 없이 월세 받을 수 있게 해주는 것, 대기업도 정부 특혜를 좀 받으면서 임대주택 사업에 들어올 수 있게 해주는 것, 이런 것들이 그 시절에 풍문처럼 들은 얘기들이다.

대기업에 그린벨트 해제와 세제 혜택 등을 주면서 임대아파트에 진출할 수 있게 해주겠다는 소식을 접하면서 그때 생각이 잠시 들었다. 현재의 전월세난과 건설사 위기, 이런 건 포장지이고, 원래 자기들이 하고 싶었던 것을 지금 하는 거 아니냐 싶었다. 특혜는 확실한데, 공공이 사용할 수 있는 용지를 저가에 제공하는 만큼 공공성이 높아질 것인가, 그런 시각으로 정부의 방안을 살펴봤다.

일단은 공공의 지원을 받는 것에 비하면 거주기간이 너무 짧다. 이번에 주로 대상이 된 85㎡ 기준으로 보면 국민임대는 30년, 장기전세는 20년이다. 기업이 자기 돈으로 알아서 한다면 5년이 기한인데 이번에는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으면서도 8년, 너무 짧다. 8년 후에 그냥 분양할 수 있다면 왜 이 정도로 지원을 해줘야 하는지 설명하기가 어렵다. 게다가 보증금과 월세 비중 결정에 기업의 임의성을 너무 높여, 기업이 보증금을 줄이고 월세를 높이는 방식으로 시행 과정에서 장난칠 수 있는 여지가 많다. 월세 상승 상한선 5%도 최근의 월세 동향으로 미루어보면, 별 실효성이 없어 보인다. 게다가 그린벨트를 해제하기 때문에, 원 사업과는 별도로 땅값 가지고 폭리를 취할 여지도 남아있다.

이제, 정부는 딜레마에 빠졌다. 챙겨주는 게 없으면 대기업은 안 들어와서 정책 실효성이 없을 것이고, 대기업이 너무 많이 들어오면 정부가 국민의 세금으로 대기업에 특혜를 주게 되는 문제가 생길 것이고. 진퇴양난 정책이 될 가능성이 높다.


어차피 정부가 일부 지원에 나설 것이라면 지금과 같이 대기업 임대주택에 혜택을 몰아주는 것보다는 스웨덴 등에서 활성화되어 있는 조합아파트 쪽으로 정책 방향을 돌려보는 것은 어떨까 싶다. 시민들이 구성하는 주택협동조합에 한국토지주택공사(LH) 같은 곳이 결합해 택지도 공적으로 조달하고 아파트도 직접 지으면 사업 안전성과 수익성도 높아진다. 게다가 조합원이 소유하기는 하지만 매매도 할 수 있게 거래에 대한 제한을 풀어주면 소유의 의미와 함께 거주 안전성을 높일 수 있다. 우리식으로 얘기해보면 아파트 전셋값 정도로 주택협동조합을 통해 아파트를 실소유할 수 있게 되는 것, 이 조건이 불가능하지 않다. 공공택지가 상대적으로 풍부한 경기도는 대단지로도 구성할 수 있다. 지금 대기업에 주겠다는 특혜 조건 정도면 서울에서도 조합아파트가 가능하다. 대기업에는 가능한데 왜 시민들에게는 지원해 줄 수 없다고 생각하는지 모르겠다.

구매와 월세, 그사이에 조합아파트라는 또 다른 옵션이 존재한다. 제발 밀실에서 대충, 대기업 밀어 줄래요, 이렇게 정책 결정하지 말고, 많은 기술적 대안을 열어놓고 폭넓게 논의하면서 장기적 주택정책 방향을 가지고 가면 좋겠다. 2015년 벽두부터 터져나온 밀실행정, 좀 시간을 가지고 국민들과 함께 대안을 모색해보기를 희망한다.


우석훈 | 영화기획자·경제학 박사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Posted by KHro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