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사회에서도 지난 수년간 개헌 논의가 몇 번 있었다. 헌법 35조에 환경권에 관한 규정이 있는데, 이걸 좀 더 구체적으로 강화하자는 것이 환경단체의 대체적 의견이다. 물론 정부의 역할과 방향 등 생태적인 요소들을 구체화시키는 것 자체에 대해서는 나도 찬성이다. 그렇지만 지금까지 나는 개헌에 대해 현실적 이유를 들어 반대 의견을 표명해왔다.

경제학자로서, 나는 헌법 119조를 지킬 자신이 없었다. 보수 쪽에서 개헌 얘기를 할 때 반드시 없애겠다고 하는 조항이 바로 이 119조이다. 이게 바로 그 유명한 ‘경제민주화’ 조항이다. 그리고 이것에 근거해 ‘경제에 대한 규제와 조정’이 가능하게 된다. 대기업들이 없애고 싶은 조항 딱 하나를 들라고 하면 바로 이것이다. 지금의 헌법이 만들어진 9차 개정헌법의 사회적 분위기에는 1987년 6월항쟁이 있었다. 그렇게 사회 전체적으로 강력한 움직임이 있던 시절에 이 조항이 생겨난 것인데, 보수 정권하에서 개헌이 된다면 이게 빠지지 않겠는가, 그런 두려움이 있었다.

생태주의자로서, 내가 헌법 35조보다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조항은 121조, 일명 ‘경제유전의 원칙’ 조항이다. 이 조항에 의해 농사를 짓지 않는 사람이 농지를 보유하며 투기를 하는 것을 지금까지 막고 있었다. 그리고 현실적으로는 이미 한국 농업의 한 요소가 되어 버렸지만, 이 조항은 소작도 금하고 있다. 한때 서울 강남 테헤란로를 가득 메웠던 기획 부동산 회사들이 꼭 없애고 싶은 조항이 바로 이 경자유전 조항이다. 가끔 문제가 되는 고위 공무원 등 유명인들의 농지 소유, 이건 기본적으로는 농지법 위반이 아니라 헌법 위반이다. 그렇지만 이 조항을 빼버리면? 농지 투기가 현실이 되고, 직불제 등 농사와 연동시킨 많은 지원 정책들이 엉망진창이 될 것이다.


이 두 가지 조항은 개헌 논의에서 반드시 지켜야 할 조항이라고 생각한다. 생태적인 관점에서 꼭 수정되어야 할 조항은 72조에 규정된 국민투표 부의권이다. 1987년 이후 세상이 많이 바뀌어, 지역의 중요한 사항은 주민투표에 의해 결정할 수 있게 되어 있다. 그렇다면 당연히 더 중요한 국가적 정책도 국민투표에 부칠 수 있는 것이 맞지 않은가. 그러나 헌법 72조는 국민투표에 부칠 수 있는 권리를 배타적으로 대통령에게만 부여하고 있다. ‘기타 국가 안위에 관한 중요 정책’에 대한 해석도 논란이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때 스위스와 같이 국민투표로 가자는 논의가 있었는데, 정부는 이건 그냥 통상이니까 국가 안위에 관한 것이 아니라고 해석했다. 그런데 분명히 경제협상도 헌법에 규정된 외교이기는 한데, 외교도 아니고 국가 안위에 관한 중요 정책도 아니라고, 그냥 도망가 버렸다. 정비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삼척 등 지역에서 하는 원전 문제는 주민투표 대상인데, 전국적인 차원에서의 원전 정책은 국민투표를 할 수 없다는 모순은 시정하는 게 맞을 것 같다.

대통령 중임제, 내각책임제 혹은 프랑스식 이원집정부제, 정치권에서 바라보는 개헌은 소위 거버넌스의 문제지만, 생태 쪽에서도 나름 생각하는 개헌 요소들이 있다. 다른 분야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기왕 개헌 논의를 할 거라면, 이번에는 제대로 좀 해보자. 거버넌스, 나는 몇 년 전부터 내각제를 지지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이런 큰 거 말고도 소소한 것들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우석훈 | 영화기획자·경제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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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