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이대로는 안된다’는 말은 그 내용과 방향에서는 정반대일 때도 많지만 누구나 어느 집단에서나 지적하는 바이다. 21세기 초입에서 대학개혁은 우리나라에서뿐만 아니라 모든 나라에서 첨예한 논쟁을 불러일으키는 쟁점이다. 그런데 이 뜨거운 논쟁에서 간과되고 있는 관점이 하나 있으니, 지금 전 세계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3차 산업혁명의 산업기술 및 사회구조 전환에 조응하는 대학의 상은 무엇인가라는 점이다.

역사적으로 대학이 사회의 권력 질서에서 독립적으로 존재했던 적은 없었다. 19세기 이전의 대학은 어디까지나 국가 지도자와 권력 엘리트들을 양성하는 기관이었고, 프러시아와 같은 경우에는 아예 국가 기구와 구별이 힘들 정도로 깊이 유착하기도 했다. 이 시대의 대학 체제와 그 교육 및 연구의 내용과 범위 또한 이러한 ‘권력 기구’로서의 대학 위상에서 그 틀이 찍혀 나왔던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하지만 19세기 말과 20세기 전반기에 중화학공업을 위주로 한 ‘2차 산업혁명’이 진행되고 이에 대량 생산·소비 사회가 되면서 종래의 대학 모습은 큰 변화를 겪게 된다. 일단 기업과 생산 공정을 경영하기 위한 중간 관리자로서의 ‘화이트칼라’에 대한 사회적·산업적 수요가 폭증하게 되었고, 그 공급의 임무가 대학에 떨어지게 되었다. 그러자 20세기 후반 이후 대학은 케케묵은 고전 교육 위주의 교육을 벗어나 사회 전반을 이해할 수 있는 기본적 교양과 하나의 전문 분야에 대해 최소한의 소양을 갖춘 이들을 키워내는 방향으로 교육 내용을 바꾸어 나가게 된다. 이를 위해 학부 또한 그런 특정 분야에 초점을 둔 ‘학과제’로 나누어지게 되고 교육 과정도 표준화가 이루어지게 된다. 또 대형화도 이루어져서 교수 채용도, 학생 선발도 그 이전의 몇 배 규모가 된다. 그리하여 1950년대 말이 되면 대학 또한 2차 산업 혁명이 요구하는 화이트칼라를 대량생산하는 ‘포디즘’적 공장 체제로 변모한다.

20세기 말의 정보혁명 이후 지금 전 세계는 3차 산업혁명을 통과하고 있으며, 산업 기술과 구조 또한 환골탈태의 변화를 겪고 있다. 이러한 새로운 조건에서 대학의 모습은 또 다른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산업과 경제 나아가 사회 전체가 빠른 속도로 변형되고 있는 오늘날 여기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이란 옛날과 같이 정형화된 교육 과정을 ‘성실히 이수’하여 얻는 졸업장 같은 것과는 큰 거리가 있다.

201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앞두고 마지막 전국연합학력평가가 일제히 실시된 7일 서울 안국동 풍문여자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이 시험을 치르고 있다. (출처 : 경향DB)


새로운 상황, 새로운 요구에 마주칠 때마다 그에 유의미한 지식과 정보를 스스로 찾고 종합하여 능동적으로 행동의 방향을 찾아나가는 지적인 자율성을 갖추는 것이 절실한 상황이다. 이러한 인재를 교육하고 또 재생산하기 위해서는 대학 또한 분명한 개혁이 필요하다.

이는 사회 전체를 새로운 산업 조건에 맞게 적응시켜가는 과정의 핵심적인 일부이기에 온 사회의 토론을 필요로 하며, 또 그러한 개혁을 위한 비용을 어떻게 분담할 것인가에 대한 합의도 필요한 일이다. 문제는 이 ‘대전환’의 문제가 지금은 철저하게 대학 권력을 독점하고 있는 소수의 결정에 내맡겨져 있다는 데에 있다.

산업과 사회와 인간이 어떻게 변해가는가에 대한 거시적 통찰은 간데없고, 학 재정의 ‘현금 흐름’과 허구적인 ‘랭킹’ 순위에 대한 집착이 대학 개혁의 지표가 되어 버렸고, 그러한 전환의 비용은 학생 개개인들에게 거의 전적으로 부가된다. 막상 그렇게 해서 배출된 졸업생들은 제대로 된 일자리도 찾지 못하여 고학력 실업자는 늘어가지만 대학도, 사회도 아무런 책임을 지려 하지 않는다.

3차 산업혁명의 조건 속에서 대학은 어떻게 변해가야 할까.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대학 사회의 구성원들은 물론 사회 전체가 함께 ‘오늘날 유의미한 지식은 어떤 것이며 필요한 인재는 어떤 이들인가’라는 큰 질문을 놓고 생각과 의견을 맞추어가야 한다. 이 과정이 생략된 현재의 대학 개혁은 미래를 불안해하는 젊은이들에게 졸업장을 찍어서 팔아치우는 비즈니스로의 전환이라는 비난을 면할 수 없다.


홍기빈 |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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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