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업 시절, 친환경 자동차 로드맵에 관한 논쟁을 격하게 한 적이 있었다. 10년도 더 된 일이다. 당시에 환경부는 한국은 디젤차 단계를 뛰어넘고 그냥 전기차로 가는 게 맞다는 입장을 가지고 있었다. 그렇지만 나는 디젤차 단계는 피할 수 없고, 디젤차의 배출오염을 줄이는 기술에 더 많은 투자를 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대체에너지가 완전히 일반화되어 전기차로 넘어가기 전까지, 상당히 오랜 기간 디젤 하이브리드가 궁극의 기술이 될 것이라는 것이 당시 유럽의 입장이었고, 나도 이게 맞다고 보았다.

그 디젤 하이브리드가 작년부터 출시되었다. 디젤 하이브리드 기술이 안정화되면 연비가 30㎞를 넘어갈 것이라고 예상되고 있다.

디젤과 휘발유, 대기오염 측면에서는 휘발유가 장점이 있다. 디젤은 연소과정에서 매연과 미세먼지 등 오염물질이 좀 더 많이 나온다. 반면, 연비는 디젤이 유리하다. 기술개발에 따라서 지금보다 더 높은 연비로 갈 수 있다. 유로 포니, 유로 파이브니 하는 유럽 인증기준이 계속해서 강화되는 이유 중의 하나가 디젤 연소에서 나오는 대기오염 물질 감소이다.

지금 한국에서는 디젤과 하이브리드가 경쟁을 시작하였는데, 디젤 하이브리드가 곧 수입될 예정이다. 국산 차량에는 아직 디젤 하이브리드가 없다. 언젠가 석유가 없어진다고 생각하면, 궁극의 자동차는 전기차로 갈 가능성이 높지만, 향후 10~20년간은 디젤 하이브리드가 대세일 것이다.

전기차와 연료전지차는 주행 단계에서 친환경인 것은 맞는데, 전기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핵발전의 도움을 받게 된다. 특히 수소차량의 경우, 대규모 원전 증설 없이는 지금의 내연기관을 대체하기가 어렵다. 독일처럼 원전을 줄여나가면서 전기차를 보급을 늘리는 경우, 이게 궁극의 해법이기는 한데, 한국이나 미국이나, 아직 이런 단계가 아니다. 그래서 단기적으로는 하이브리드에 집중하는 게 좋다고 본다.

폭스바겐의 디젤하이브리드 ‘XL1’. 이 차는 디젤엔진에 전기 모터를 갖추고 있다. (출처 : 경향DB)


현재 상태에서 디젤과 휘발유 하이브리드의 연비는 비슷하게 나온다. 그래도 이 단계에서 기술 축적을 해야 디젤 하이브리드로 넘어갈 수 있다. 하이브리드는 전기차 기술을 일부 사용하기 때문에, 궁극의 단계로 넘어가기 위한 기술축적도 일부 발생할 수 있다. 장기적으로 한국 자동차의 기술력 확보와 도시의 대기오염 문제에 대한 절충을 하기 위해서는, 디젤보다는 하이브리드를 선택하는 소비자가 더 많게 해주는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에 등록된 외제차 저공해자동차는 62종이 있는데, 그중에 11종이 하이브리드이다. 국산으로는 4종이 등록되어 있다. 나머지 저공해자동차는 저공해 인증을 받은 디젤차량이다.

현재에도 하이브리드에 대해서는 남산 혼잡통행료 할인과 공영주차료 감면 같은 혜택이 있기는 하다. 그렇지만 이건 서울시나 경기도 혹은 부산시 차원에서 지역 대기오염 정책으로 추진되는 것들이다. 중앙정부는 구입 시 세제지원 등을 한다. 하이브리드에 경차와 동일한 혜택을 준다면? 고속도로 통행료 할인이 추가될 수 있는데, 아직 이것은 시행되고 있지 않다. 이미 경차에 대해서 시행하는 이 정도 할인은 중앙정부가 조금만 부지런을 떨면 제도적으로는 어렵지 않다. 그 정도는 우리도 했으면 한다.

그렇게 해서, 궁극적으로는 경차에도 하이브리드가 출시되는 단계로 가는 게 맞을 것 같다. 디젤 하이브리드, 그 단계로 가지 못하면 GM이 수소차 만드는 데 너무 많은 돈을 들이다가 도요타의 하이브리드에 당했던 것과 같은 위기가 올 수 있다.


우석훈 | 영화기획자·경제학 박사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Posted by KHross